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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COC

푸름의 도서관

@nnme_coco님의 커미션 입니다. 세션 시 사용해도 괜찮다 하셨습니다!

<시나리오 개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무더운 여름입니다. 
섭씨 40도, 사람의 체온을 훌쩍 넘는 오늘 날에도 KPC와 PC의 사랑은 식을줄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KPC는 PC에게 말을 건냅니다.
"나, 너와 했던 약속이 기억이 나지 않아."

 

 

당신의 사랑의 온도는 여전히 이 여름보다 무덥나요?

 

 

<안내사항>

인원 : 1인
탐사자와의 관계 : 연인상정
시간 : 롤플레잉에 따라 상이
배경 : 현대
개변 여부 : 상황에따라 개변 가능합니다.
KP 난이도 : ★☆☆☆☆
PL 난이도 : ★☆☆☆☆
로스트 가능성 :  有
광기 : 有
사망 : 無
추천 기능 : 관찰, 듣기, 오르기, 대인기능 판정

 

<주의사항>

- brnr.tistory.com/18 시나리오를 키퍼링 하시기 전 가이드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 트리거-자살 암시, 추락사, 자살, 동반자살, 신화생물 묘사,해일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 해당 시나리오의 라이터는 어떠한 범죄나 사고에 옹호하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 본 시나리오는 룰북 없는 키퍼링과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 세션카드 커미션은 가능하나 세션카드 내 제 이름 혹은 계정을 기입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나 혹은 @I_NA_TRPG로 기재 부탁드립니다.)
- 스포일러 언급을 금합니다.
- 악의적인 비난이 보일 경우 시나리오 공개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 플레이 이후 플레이 기록을 남겨주시거나 태그 해주시면 즐겁게 읽습니다.
- 롤플레잉 위주의 coc입니다. 즐겁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담> 

- 간만에 쓰는 COC입니다. 여담에 이제 간만이라는 글씨가 사라져야 할텐데...

- 여름청춘 고교 학생...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거기에 눅눅함 한 스푼과 크툴루를 좀 많이...

- 다양한 기능들을 요구하고 싶었습니다. 간단하고 일관된 것들 보다는 조금 더 풀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늘의 시나리오도 간단하고 일관되어 있겠지. 하지만 저는 순두부탕 전문점인걸요? 순두부로 파스타 만들기, 그건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아자아자 파이팅!

- 메타적 개그? 이걸 메타라고 해야할진 모르겠다만 쓰면서 개그적인 부분도 몇 가지 있습니다. 이런 개그를 원치 않으신다면 개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순두부탕을 전문으로 하는 순두부집이며... 이전 글들도 전부 순두부 어쩌구 저쩌구...

- 그리고... 숨막히는 여름에 찾아온 나의 Y야, 너와 함께하는 모든 계절이 S에겐 사랑이고 기쁨이겠지. 언제나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M님!

 

 

 

 

 

<이 아래로는 시나리오의 진상이 시작되오니 열람 시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건의 진상>

요그 소토스. 모든 시공간에 닿아 있는 권능자. 하나인 전부, 열쇠이자 문인 존재.

 

그는 시공간을 아우르며 지구라는 행성에 항상 관심을 가졌습니다. 나약한 인간들은 언제나 권력이라는 것을 쫓고 그것을 이루어달라 자신을 소환하였죠. 그러한 행동은 몇 천년이 지나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탐욕적이었으며 위대하신 자신을 숭배했습니다. 어떠한 시간에서도, 공간에서도 사람은 이것은 본능인 마냥 바뀌지 않았습니다. 요그 소토스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문득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저 개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인간들의 탐욕은 사랑이라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곧장 다른 의문점에 도달합니다. 인간들이 추구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그리 생각한 요그 소토스는 적당한 시간대의, 적당한 차원의 KPC를 실험체로 지목해 그의 기억을 빼앗기 시작합니다. 물론 위대하신 『아우터 갓』인 요그 소토스님께는 인간이란 지능이 뛰어난 개미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리 많은 품을 할애하기 싫었습니다.

 

요그 소토스는 자신을 따르는 미고들에게 명합니다. 광물과 광석을 보수로 줄터이니 KPC의 기억을 전부 빼앗으라고. KPC의 사랑이란 무엇인지 알아오라 말이죠. 미고들은 자신들이 연구한 과학 및 주문으로 기억의 도서관을 만듭니다. 그리고 하나, 둘 KPC의 기억을 앗아 책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허나 KPC는 소중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빼앗기기 싫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미고들에게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저항을 했냐... PC가 물어 본다면 특수 능력 - 최면에 대항해 정신력 대항에 성공했음을 알려줍시다.)

 

꽤나 거친 저항에 미고들은 난항을 겪습니다. 어떻게 하면 KPC의 기억을 빼올 수 있을까? 미고들은 KPC의 기억들을 샅샅히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KPC는 PC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해짐을 깨닫습니다. 둘의 사랑이 KPC의 무력함을 만듦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어느 여름, KPC에게 갑작스러운 비극이 시작됩니다. 처음은 민들레의 기억, 두 번째는 바닷가의 기억... 기억을 전부 잃은 KPC 앞에서 PC는 어느 선택을 할까요? 이 거대하고 종잡을 수 없는 존재 앞에 PC는 어떠한 방식의 저항을 하나요? 

 

 

 

 

 

 

 


<도입>

BGM - 신지호, A Tempo (The Prologue), Hiroyuki Sawano, i-AM

 

무덥습니다. 뜨겁습니다. 온 몸이 타오르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니, 저기 운동장에 타오르는 아지랑이들을 보아하니 틀린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체감온도 40.2도. 여름의 매미도 더위에 지쳐 사랑노래를 부르지 못할 것 같은, 폭염입니다. 하지만 이 매정한 학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등교를 강요합니다. 덥다, 더워. 이런 목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럴만한 날씨네요. 살수차의 소리가 저멀리 들려옵니다.

KPC와 PC는 옥상 위 정자에 누워 있습니다. 옥상 정자에 누워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늘의 푸름은 끝이 어디일까?' 라고 생각이 갑작스레 드네요. 궁금해 집니다. 아, 물론 이 푸름의 근원지는 우주란걸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잖아요? 한가한 땡땡이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요? 센치해지기 좋은 시간이잖아요? (PC가 모범생이라면 점심시간이라고 개변해 주세요.) 그러니 생각해 봅시다. 이 푸름은 끝이 어디일까... 줄곧 눈부신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옆에 누워있는 KPC가 말을 건냅니다.

"갑자기 말이 없어졌는데, PC?"

"어떤걸 보고 있는 거야?"

 

KPC는 그리 말하면서 나즈막히 말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운을 뗍니다.

 

"있잖아, PC."

"기억이 영원한건 좋은걸까, 나쁜걸까?"

"가장 행복함을 기억할 수 있다는건 기쁘지만 이별을 봐야 할때는 그만한 저주가 없을 것 같아."

 

라는 식의 이야기요. (이런 말의 서두를 꺼낸 것은 아주 어릴 때 있었던 일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너도 푸름의 끝이 갑작스레 궁금한 것 처럼 나도 갑자기 생각나서 그렇다. 식으로 이야기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때 PC는 어릴 적 [민들레]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썩히는 중입니다.)

사실 KPC와 PC, 두 사람은 교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커플입니다. 중학교때부터 이어온 사랑은 고1, 여름때 결실을 맺었었잖아요. 기억납니다. 고백을 했던/고백을 받았던 KPc의 얼굴이. 수줍은 얼굴로 고백을 했던/받아줬던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이 눅눅하고 이 습기찬 여름까지도 사랑하게 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간단한 롤플레잉을 해주세요)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Kpc는 자리에서 일어나 PC를 일으킵니다. 

"수업, 들으러 가자. 다음은 네가 좋아하는 과목이잖아."

다정한 목소리로, 다정한 눈길로 당신을 이끕니다. 정말이지... 네가 있어 이 여름이 좋아진건 확실한 것 같네요. 두 사람이 사라진 옥상에는 무더운 바람이 붑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평범하고 다를 것 없는 오늘이 지나갑니다. 평화로운 하루가, 당신과 함께하는 행복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꿈의 도서관>

BGM - コウを追いかけて (Piano Cover)

 

그날 밤, PC는 이상한 꿈을 꿉니다. 악몽이라고 해야 할까요? 푸름을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하늘의 도서관에 PC는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하늘과 바닥을 바라보면 끝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어디를 밟고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닿는 시선 끝에는 여러장의 책장이 있습니다. PC는 책장에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관찰력 판정 성공 > 발길이 닿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모든 책장에는 단 한권의 책조차 꽂혀있지 않습니다. 마치 도서관이 아니라 책장 전시회예요. PC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그 순간, 구석에 아주 작은 책을 발견합니다. 책등에는 [민들레] 이라고 적혀 있네요. (표지에도 민들레라고 적혀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삐뚤빼뚤한 아이의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민들레 홀씨를 호호불어 날리는게 좋았다고 적혀 있어요. 아이의 글씨체에서 행복함이 묻어나옵니다.
관찰력 판정 실패 > 디로 가야할까요? 발길이 닿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모든 책장에는 단 한권의 책조차 꽂혀있지 않습니다. 마치 도서관이 아니라 책장 전시회입니다. 여기는 어딜까요? 이 푸름의 끝을 어디일까요? 책도 없는 이곳을 도서관이라 불러야 할까요? 이곳은...


때르르르르릉!!!!!

의문을 곱씹던 PC는 철푸덕 침대에서 굴러 떨어집니다. 알람시계도 시끄럽게 울려댑니다. 그만큼 생생한 꿈이었던가요? 이제 꿈은 저 멀리 밀어두고 등교를 해야할 시간입니다. 지금부터는 학생 PC로 시간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 앗, 이런 늦게 일어나버렸어요! KPC가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별다를 것 없는 푸른 여름>

BGM - arne, haruka nakamura

PC와 KPC는 평범한 여름 속에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도 특이한 것을 손꼽아 보자면... KPC의 핸드폰이 고장났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인해 핸드폰과 같이 홀딱 젖어버리고 말았다네요. 홀딱 젖어버린 KPC를 당신은 얼마나 놀려댔던가요. 비에젖은 새앙쥐같은 꼴이 귀엽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새로장만한 휴대폰 덕분에 무사히 연락은 닿기 시작했지만요.

 

두 사람의 사랑은 체온보다 무덥습니다. 이 여름보다 무덥습니다. KpC와 함께여서 이 계절을 좋아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저 푸른 하늘도, 에어컨이 켜지지 않는 이 교실도, 핸드폰에 울리는 폭염주의보도 전부 낭만으로, 추억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다시금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지나갑니다. 다정한 여름입니다.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입니다.

그리고 그 날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 중 단편이었습니다. PC는 평범하게 일어나 평범하게 아침을 먹고 평범하게 몸단장을 한 뒤 집을 나섭니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이곳에 KPC가 나와있었습니다. 매일 7시 40분, 삼거리 신호등 앞에서 만나기로 했던걸요. "왔어? 같이 갈까?"라고 말하며 손을 잡아주던 KPC가 보이지 않네요. 그런데 어째...오늘은 늦는 것 같습니다. 늦잠이라도 잔걸까요? 그를 기다리나요? (그를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기다릴 경우 지각을 하고 맙니다.)

헐레벌떡 학교에 도착합니다. PC는 재빠르게 자리에 앉곤 KPC가 있는 곳을 살펴봅니다. KPC는 PC의 대각선에 앉아 있습니다. KPC에게 물어볼까요? 오늘은 왜 같이 오지 않았는지요. 그리 적은 노트의 귀퉁이를 찢어 옆 짝꿍에게 건냅니다. 짝꿍에게 종이를 받은 KPC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뒤를 흘깃 쳐다본 KPC와 눈이 마주칩니다. 심리학 판정 가능합니다.

심리학 판정 성공 시 > 그는...의아해 합니다. 왜? 어째서? 당혹스러움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곧장 거두고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쉬는 시간에 그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KPC는 곧장 PC의 앞자리로 와 PC에게 말을 건냅니다.

"PC, 잠깐만 이쪽으로 와볼래?"

수줍은걸까요, 어색한걸까요? 사과라도 할 셈인걸까요? 교실에 남아있던 아이들은 KPC와 PC에게 한 마디씩 시기와 질투를 던지며 급식실로 향합니다.

"이열, 둘이 분위기 개쩌네!!"
"솔로 서러워서 살겠냐!!"

"우~ 연애는 학교 밖에서 해!"

그런 말을 들은 KPC는 아이들의 장난을 자연스레 받아준 후 익숙히 알던 우리의 비밀장소로 향합니다. 네, 바로 옥상 말입니다.


탁-. 옥상의 문이 닫힙니다. 여전히 이 곳은 숨막힐정도로 더운 이 곳입니다.  옥상에 도착한 PC는 쭈볏거리며 눈을 데굴데굴 굴립니다. 으응, 이런 모습도 꽤나 귀엽습니다. 하지만 KPC가 분명히 잘못한 것이 있습니다. KPC는 어떤 말을 꺼내려나요. 그리고 KPC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저기 미안한데... 우리... 같이 등교하기로 했던가?"
"미, 미안. 진짜 기억이 안나."
"뭔가 루틴처럼 해야하는게 있던 것 같은데..."
"뭐랄까 기억을 아애 도려낸 것 처럼... 떠오르지 않아."

라고 말하네요. 이걸 변명이라고 해? 진짜? 너 정말 진심이야?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가자 KPC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합니다.

"이전에, 이전에!!"
"내가... 내가...!! 어릴 때 기억!!"
"그거...기억나지??"
"맞아, 그거!!"
"사실 좋아했던 기억이 하나 있어."
"근데 떠오르지 않아."
"칼로 도려낸 것 처럼... 정말 아무것도!"

KPC는 손발을 싹싹빌며 말을합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봐줄까요? 우리... 화를 삭혀볼까? (심리학 판정 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약속할까요? 3거리 신호등에서 오전 7시 40분까지 만나기로 했단걸요. 새끼 손가락까지 꼭꼭 걸었습니다. 다시 잊어버리면 가만 안둘거야. 사랑의 맹세와 협박도 했습니다. 음, 이만하면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가 포함된 하루였지만... 늘 언제나 그랬듯이 평온하고 안온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날 밤, PC는 다시금 푸름의 도서관에 빠져듭니다.

 

관찰판정 성공 시 > 투명한 책장 한가운데 책 한권이 놓여져 있습니다. 책장에는 단정한 글씨로 나의 ■■에 대하여라고 적혀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다음과 같은 글씨가 적혀있습니다 너와 나의 ■■ 이곳을 모두 채우고도 남겠지. 하나하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어.가 이어졌어야 하는 말입니다. 또한 ■■에 들어갈 말은 기억입니다.)
관찰 판정 실패 시 >  투명한 책장 한가운데 책 한권이 놓여져 있습니다. 책장에는 단정한 글씨로 나의 ■■에 대하여라고 적혀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때르르르릉!!!

낯설지 않은 천장입니다. 끔벅끔벅 익숙히 보던 풍경이네요. 어떤걸 기대했나요, PC? 엄청난 초능력을 가지고 이 세계에 떨어지기? 먼치킨 주인공으로 다른 세계로 환생하기? 아쉽지만 지금은 학생으로써의 PC를 다시 시작해야 할 하루입니다. 평소의 루틴대로 준비를 하고 힘차게 밖을 나가면...KPC가 집 앞에서 기다리네요. 데리러 왔다는 듯이 말이에요. KPC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이제 곧 방학이지?"
"난 할머니 댁에 가게 됐어. (Or 해외에 가게 되었어. 가급적 시차가 반대인 나라로 해주세요)"

"그런데 할머니댁에 근처에 전봇대가 날벼락을 맞아서 제대로 통신이 안되나봐.

(Or 해외에 시차가 나서 연락이 잘 안될까봐 걱정이네.)"

"너랑도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다녀와서 우리 같이 시간을 보낼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랑 등교 약속을 했는지는 진짜 기억이 안나."
"왜 그럴까?"
"그러고보니 말이야, 내가 드문드문 기억이 조각났었다고 했잖아?"

"옛날에 분명 가족들이랑 바닷가에 놀러갔던게 기억이 나는데... 그 이상은 기억이 안나."

"그러니까, 뭘 했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전혀. 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이 생겼던 것 같은데..."

"아, 그러고보니 최근 이상한 괴물들이 내 꿈에서 나온건 또... 선명히 기억이 나네..."



KPC가 PC에게 그런 추억을 말했던 적이 있을까요? 떠올리고 싶다면 지능 판정 입니다.

지능 성공 시 >  바다에 반짝이던 윤슬이 보석같아서 그걸 내내 잡으려 했다는 KPC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무척 소중한 기억이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말했었습니다.
지능 실패 시 > 글쎄요, 어릴 때의 KPC와 만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없습니다.


KPC에게 소중한 기억을 말해주어도, 말해주지 않아도 KPC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입니다.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입니다.

"으왓, 그보다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이다. 서두를까?"

"또 지각하면... 남아서 청소를 하게 되잖아... 응?"

 

분명 화제를 돌리는 말입니다. 거짓말, 이 속도라면 학교에 늦지 않을텐데. 그의 서투른 말 속에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알고 싶다면 심리학 판정을 굴립니다.

심리학 성공 시 > 기억을 잃은 시간들은 전부 과거입니다. 비어버린 시간이, 기억이 있다면 전부 PC로 채워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PC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 같습니다.
심리학 실패 시 > 분명한 것은 확실히 알겠네요. 그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그닥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일 여기서 추궁을 한다거나 KPC에게 따진다면 "그냥... 과거보다는 너랑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 이런 지문들을 출력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평상시와 같이 학교에 등교를 합니다. KPC는 자연스레 PC의 대각선 방향에 앉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고, 진도가 늦다는 선생님의 잔소리가 이어지고, 쉬는 시간의 종이 울리고, 점심시간의 종이 울리고... KPC와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나의 하루는 안온할 것입니다. 별다를 것이 없잖아요. 

 

그 후 KPC는 점차 점차 기억을 잃기 시작합니다. 가볍게 저녁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라던가, 학교 숙제라던가, 친구들과의 모임이라던가, 심지어 자신의 생일까지요! 기억을 잃은 KPC는 당황하며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 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왜?", "이걸 잊으면 안되는데..." 를 연달아 말할 뿐입니다.결국 KPC는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언제 무엇을 잊을지 몰라 좋아하는 것을 기록해 두기 위함이라네요. 이렇게 비일상적이고 안온하지 못한 하루하루가 흘러 한달이 됩니다. 

 

<방학식>

BGM - a_hisa - utakata

시간을 흘러 방학식입니다. 교장선생님의 지루한 훈화가 끝나자 아이들은 서둘러 하교를 합니다. 아쉽게도, 오늘은 KPC와 함께 하교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촉박한 일정 탓에 KPC는 방학식이 끝나마자 곧바로 시골로(or 해외로) 가야하거든요. KPC를 태우려 온 부모님의 자차가 보입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두 사람은 헤어집니다. PC는 KPC와 헤어짐의 인사 후  집으로 향합니다. 아, 이 길이 이렇게나 쓸쓸했었던가요? 아니, 원래부터 이 길은 이런 형태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오늘은 옆에 누군가가 없어 그리 느껴지는 것이겠습니다. 그때 저 멀리 KPC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PC!"

 

창문 밖으로 몸을 빼꼼 내민 KPC가 소리칩니다. 그 뒤로 위험하니 내려오라는 부모님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다녀와서 꼭! 같이 놀자!"

 

그리 말하는 KPC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워 어느순간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하루하루가 흘러감에도 가장 평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시차 때문일까, 아직도 전봇대가 고쳐지지 않은 것일까... 7일동안 KPC와 PC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 폭우가 전국에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눅눅하고 축축한 짜증이 스멀스멀 밀려 옵니다. 작년 이맘때 KPC와 같이 창가를 바라보며 비를 구경했을겁니다. 그 때는 그닥 꿉꿉하고 짜증났던 기억이 없습니다. 역시 KPC때문이겠죠. 더위와 눅눅함에 멍하니 창 밖을 바라봅니다. 언제쯤이면 올까? 연락이라도 닿았으면 좋을텐데. 허공에 수만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무엇하나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PC는 스르륵 잠에 빠져듭니다.

 

 

BGM - A flower is not a flower

익숙한 곳입니다. 도서관입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 곳 역시도 폭우가 몰아치는 군요. 허나 만져지는 빗방울은 없습니다. PC는 생각합니다. 혹시 이 곳은 KPC와 관련된 곳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조금은 열심히 조사를 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옷 소매를 걷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이런 것 쯤은 일이 아닐테지요!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노력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으니까! 그렇게 KPC는 이 드넓은 장소를 탐방하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걷다 책이 한가득 꽂혀 있는 책장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꽤나 높은 곳에 꽂혀 있네요. 책을 꺼내고 싶다면 오르기 판정을 합니다. (실패를 하면 책들이 머리위에 떨어집니다. 통각은 느끼나 체력은 감산되지 않습니다. 꿈치고는 꽤나 생생한 꿈인 것 같기도 합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바닷가]

어린아이의 글씨가 써져 있습니다.
"바닷가는 큰 보석같아.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가 너무 예뻐서, 반짝이는 바다를 쥐어보려고 했어."
"아빠가 말씀하셨어, 그건 윤슬이라고 부른다고."
[생일]

내가 세상에 등장한 날 N월 N일! 생일 축하해!
[수행평가]

218페이지까지. 노트 필기까지도 함께 걷는다고 하니까 잊지 말고 챙기자.

PC는 깨닫습니다. 이 곳은 KPC의 기억을 뺏어 저장해둔 공간. KPC를 옳아매는 장소라는 것을요. (이후 지능 판정에서 성공을 한다면 모두 KPC의 필기체라는 것도 눈치챌 수 있겠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책들을 뺏어 KPC에게 돌려줄 수 있지? SAN (1D2/1D4)

 

아무래도 이 곳을 더 조사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KPC가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현실로 돌아가면 말해주어야겠습니다. 잊어버린 기억들과 이 장소들을요. PC가 책장들을 조사하겠다는 선언 및 판정을 한다면 어느 책장에 종이 두 장이 붙여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만일 판정에 실패해도 종이 두 장은 반드시 발견하게 됩니다. 어렵게 발견했다...식으로 말씀해 주세요.)

읽어보고 싶다면 모국어와 지능 판정을 합니다.

모국어 판정 성공 시 > [채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책장]이라는 종이가 적혀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절대 빼앗기고 싶지 않아.] 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능 판정 성공 시 >  지능판정에 성공하면 [도서관 속의 뇌]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건... 인간의 언어가 아닙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모독적이고 불쾌합니다. SAN (0/1)

 

(요그 소토스를 섬기는 미고의 메모입니다. 미고의 여러 사신을 숭배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꿈의 도서관 역시도 미고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종이가 붙여진 책장 맨 윗칸에 책이 다량 꽂혀 있습니다. 다시금 읽으려 한다면 오르기 판정을 합니다. 실패한다면 책장이 뒤로 쓰러집니다. 체력은 감산이 없으나 꽤나 아픕니다.

[아침]

매일 아침은 두근거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는지 넌 모르겠지.
아침에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 또 고민해.
"좋은 아침이야?" 아니면... "아침 밥은 먹고 왔어?"
어떤 말로 너와 하루를 시작해야 할까? 무척 떨려.
[푸름의 끝]

푸름의 끝은 어디일까? 네 질문에 답해주지 못했네. 
푸름의 끝이라... 그건 여름의 끝이 아닐까?
[PC와의 약속]

N월 N일 N시까지, 베이커리 앞에서. 맞지?
[헤어짐]

방학이라 어쩔 수 없는건 맞지만... 7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어 보이는데...

 

책을 전부 읽으면 이후 듣기 판정을 합니다.

듣기 판정 성공 시 > 저 멀리서 거대한 파도의 소리가 들립니다. 잠시만... 가벼운 파도의 소리가 아닙니다. 이건, 이건... 거대한 물소리 입니다.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10M가 넘는 거대한 해일이 이쪽으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실패 시 > 저 멀리서 거대한 파도의 소리가 들립니다. 잠시만... 가벼운 파도의 소리가 아닙니다. 이건, 이건... 거대한 물소리 입니다. 거대한 해일, 그것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후 주위를 살피거나 관찰력 판정을 할 경우 해일을 발견합니다.)

이후 거대한 자연 재해를 맞딱트린 PC, (SAN 1d3)

 

PC, 나쁜 것과 좋은 것 중 어떤 것을 먼저 들어 볼래요? 좋은 것은 지금 이 장소는 꿈이라 저 거대한 해일을 맞아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겠군요. 나쁜 점은 어딘가를 붙잡지 않는다면 떠밀려 갈게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떠밀려 가고 싶지 않다면 무언가라도 붙잡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근력판정입니다.

(근력 판정을 성공해도 실패해도 PC는 해일에 쓸려 갑니다. 그야... 거대한 해일을 고작 나약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다만 PC가 받는 충격은 실패를 했을 때보다 덜합니다.)

 

눈이 어지럽습니다. 몇 번이나 데굴데굴 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바다 속 물고기가 된 기분이에요. 더 다행인 점은 이 해일 속에서 눈을 뜨고 숨을 쉴 수 있다는 점이겠죠. 가뜩이나 어디를 밟고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조차 모르는 이 공간에 파란 바다가 아로새겨집니다. 이젠 정말 어디에 서 있어야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바닷물의 수위는 천천히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PC 근처 책장에 책 한권이 꽂혀 있음을 발견합니다. 책을 읽어본다면 이미 읽었던 책임을 알게 됩니다.

[아침]

매일 아침은 두근거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는지 넌 모르겠지.
아침에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 또 고민해.
"좋은 아침이야?" 아니면... "아침 밥은 먹고 왔어?"
어떤 말로 너와 하루를 시작해야 할까? 무척 떨려.

이 책도 여기까지 떠밀려 오게 된 것일까요? 다시금 이 책을 보니 착잡함이 해일처럼 밀려옵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는 순간, 책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응? 잠시만, 이게 무슨 일이지? 하지만 이 곳은 PC에게 여유란 것을 주지 않않습니다. 저 멀리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면... 갑각류의 몸통, 곤충의 피막과 같은 투명한 날개, 몸통에 달린 여러개의 팔, 그리고 회오리마냥 베베 꼬인 두상까지... 기이한 생명체를 본 PC는 SAN [0/1D5]

한두마리가 아닙니다. 적어도 5~6마리... 난생 처음 보는 관경에 말문이 턱 막힙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으아악! 열심히 모은 기억들이!"

"전부, 전부 사라졌어, 어떻게 해! 그 분께 혼나면 어쩌지? 약속하신 광물을 주지 않으시면 어쩌지?"

"왜 사라진 걸까? "사랑"이 사라진게 아니잖아!"

"아냐, 아직 기간은 많아. 다시 열심히 KPC의 기억을 캐내면..."

"그런데 말이야... 이상한 소리가 나지 않았어?"

"저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이상하다, 이 곳에 올 수 있는 사람은... KPC와 꿈이 연결된 사람 뿐인데..."

 

냄새? 꿈이 연결? 그 분? 알 수 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 생명체들이 PC에게 다가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 어떻게 하지? 자리를 피하는게 급선무겠죠? 만약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면 은밀행동 판정을 합니다.

(PC가 KPC의 꿈에 간섭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야 KPC와 PC의 사랑이 KPC를 무력히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여파로 PC또한 KPC의 꿈에 간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은밀행동 성공 시 >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아. 역시 우리가 잘못 착각한 걸까?"
"그러면 저쪽으로 가볼까?"
"찾아내서 연구하자. 그 녀석의 꿈에서 도서관을 차려 기억을 다 빼내자. 그 분께서 좋아 하시겠지?"
은밀행동 실패 시 >

PC는 떨어진 책에 발이 걸려 넘어집니다.


"맞아! 저기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아! 소리도 들렸어! 찾아서 어떻게 할까?"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

"연구하자. 그 녀석의 꿈에서 도서관을 차려 기억을 다 빼내자. 그 분께서 좋아 하시겠지?"

그들은 당신이 어디에 있든 벌레같은 발로 걸음을 옮기며 PC에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PC와 불과 한 책장의 거리... 그들은 연구를 외치며 서서히 PC에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도망치기에도 너무 훤히 보이는 거리예요. 어쩌지? 어쩌지? 그들의 발걸음이 떼어지고 이 곳으로 오는 순간...

 

"지이이이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이이잉!"

... 핸드폰의 알람 소리에 맞춰 고개를 듭니다. 악몽을 꾼 것 처럼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합니다. 핸드폰 알람을 확인을 해보면 KPC의 메세지가 보입니다.

 

[있잖아, PC]

[지금 학교 운동장으로 와줄 수 있어?]

[비 오는 날 미안해.]

[하지만 너를 마주보고 꼭 이야기 하고 싶어.]

[아니면 내가 너희 집으로 마중 나갈까?]

 

문자를 받아본 탐사자는 생각합니다. 꿈에서 그 생명체들은 [열심히 모은 기억들이 전부 사라졌어.] 라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KPC는 기억을 되찾은 걸까요? 게다가 하필 그 생명체들에게 잡히기 일보 직전인 타이밍에?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낍니다. 쏴아아아- 창 밖의 거센 비가 내리칩니다.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까요? 갈무리 되지 않은 복잡한 마음을 가진채 우산을 집어 듭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학교입니다.

 

 

<기억을 고하다.>

BGM - Energy Flow

학교 운동장 정자에는 KPC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푸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하늘이네요. 그저 쏟아져 내리는 비의 끝은 어디일지 생각이 듭니다. KPC는 PC에게 간단한 손인사를 한 뒤 제 옆에 앉으라 권합니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는 두 사람의 간격을 메꿉니다. KPC는 PC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냅니다.

 

 

"나 있잖아, 다이어리를 샀었잖아?"

"맞아, 내가 늘 책상 위에 올려두는 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웠어. 가득 적었어. 기억을 잊어도, 잃어도..."

"진정하며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오전 7시 40분에 신호등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도, N월 N일 내 생일도, 바닷가에서 윤슬을 보았던 것도..."

"전부 잊고 있었네."

"그렇게 소중한 것들을 왜 잊고 있었던 걸까?"

"너무 소중해서 꼭꼭 숨겨두고 나만 보고 싶었던 것들인데..."

 

KPC는 모든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심지어 그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바람이 거세집니다. 장마의 빗줄기가 더욱 더 거세어집니다. 그늘이 드리어진 KPC의 얼굴에 슬픔이 묻어 나옵니다.

 

"... 사실 말이야, 항상 잠을 자면 이상한 꿈을 꿨어."

"이상한 괴물들이 거대한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 꿈이었어."

"그 장소에 있던 나는 너무 불쾌해 그 책들을 다 내놓으라고 소리쳤지만..."

"괴물들은 비웃으며 자리를 감췄어."

"그리고 후에야 난 알게 되었어. 그들은 내 기억을 이용해 책을 만드는 것이었단걸."

"하지만 그들도 마음대로 내 기억을 빼내진 못하는 것 같더라고."

"몇 가지 조건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 중 하나가 너와 나의 사랑이야."

"내가 타지에 있는동안 너와 연락을 줄곧 못했잖아? 나 역시도 갑작스레 변동되는 일이 많아 네게 연락할 시간도 많이 없었고."

"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기억을 하나, 둘 되찾기 시작했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어."

"있잖아, KPC."

"내가 이 다이어리의 존재를 잊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리면 어쩌지?"
"내가 너를 잊어버리면 어쩌지?"

불쾌하고 알 수 없는 상황에 기이함을 느낍니다. 이성체크 합니다. (SAN 1D2/1D4)

그리말한 KPC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쌉니다. 손을 비집고 떨어지는 것은 분명 눈물입니다. 알 수 있습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KPC가 가장 중요히 여기는 것인 바로 PC와의 기억이라는 것을. 그는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PC라는 사람 자체를 잊어버릴까. 당신은 PC에게 무슨 말을 해줄 생각인가요? (이별을 선택한다면 엔딩 1으로)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나는 언제나 네 말을 잘 들었잖아?"

 

KPC는 PC를 끌어안습니다. KPC의 손이 PC의 등에 닿습니다. KPC의 얼굴이 어깨에 닿습니다. 그의 흐느낌이 느껴집니다. (PC가 어떤 선택을 하든 KPC는 수긍합니다.)

 

"그들에게 따져봤어. 하지만, 인간의 생각으로, 힘으로 가늠할 수 없는 존재가 뒤에 있다며... 포기하라 말했어."

"... ... 싫어, 이런건 싫어."

"왜 하필 나일까? 그냥 나는 평범하게 너랑 사귀고, 너랑 이야기하고, 너랑... 너랑..."

"아니, 부정적인 것들만 말하기에는 아직 일러. 노력해 볼게. 너와 내 기억 모두 쟁취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의 울음이 멎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질 것 같던 빗방울들도 하나, 둘씩 멎어갑니다.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네가 있는 이 여름을 계속 좋아하게 해달라 말입니다.

 

 

<하나인 전부>

BGM - 동무, 그리고 지금 우린

시간은 KPC와 PC에게 공평히 흘러갑니다. KPC는 PC와 다시 만난 뒤로 기억을 다시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KPC와 PC는 간격을 두고 연락하며 기억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그 때 이후로 기억은 되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KPC와 PC는 깨닫습니다. 기억이 돌아올 방법은 두 사람의 단절 뿐이라는 것을. 이에 충격을 받은 PC는 (san 0/1)체크 합니다.

 

기억 상실은 가속화 될 뿐이었습니다. 마치 두 사람을 비웃듯이 말입니다. 때로는 학교 친구의 이름을 잊어 곤란케 하고, 때로는 약속을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불규칙한 일상들이 몇 날 며 칠이 계속되었습니다. PC는 기억을 잃는 KPC를 위해 인터넷과 각종 서적을 찾으며 괴상한 생명체들의 정체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서관에 있는 생물의 정체가 신화생물 [미고]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크툴루 지수 +1추가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기억을 잃을수록 KPC는 다이어리에 대한 집착은 더욱 더 크게 커져갔습니다.  다이어리를 집어드는 손의 떨림이,  다이어리를 읽는 두 눈의 흔들림이 고스란히 PC에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방학의 끝이 다가왔습니다. 어느새 푸르른 여름은 끝자락을 고합니다. 아직 여름 하늘의 끝이 어딘지 모르는데. 아직 푸름의 끝이 어디일지 아직 모르는데. 정말 아쉬운 여름입니다. 그렇게 PC가 학교 운동자의 정자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스르륵 잠에 빠져듭니다. 다시 도서관으로 갈 차례입니다.

 

 

끔벅, 끔벅. 익숙한 푸름의 도서관 입니다. 어디를 밟고 있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는 기억의 도서관. 처음과 다른 점이 선명히 눈에 띕니다. 모든 책장에 책이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듬성듬성 빠져있는 부분 또한 있지만 대다수의 책장이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PC 혼자가 아니군요. PC의 옆에는 KPC가 있습니다. KPC는 책장의 책들을 훑어보다 어딘가로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네요. PC가 애달피 이름을 불러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의 뒤를 뒤쫓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 ..."

 

다른 책장들과 달리 책이 듬성듬성 꽂혀 있는 책장입니다. PC는 두 장의 종이가 붙여져 있는 책장임을 알게 됩니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을 경우 전부 PC와 관련된 책장임을 알게 됩니다. (이 때 모국어와 정신력 판정을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실패하게 된다면 KPC가 종이에 적힌 내용들을 읽어 주도록 합시다.)

 

"있잖아, 나는 이 책장이 가장 나중에 채워지면 좋겠었어."

"이 책장은 너랑 나와 있던 일들을 빼앗은 것이거든."

"사실 너와 첫 데이트를 했을 때의 설렘이, 추억이 기억나지 않아."

"저기 책장에 꽂힌 책의 이름을 보아하니 이 것까지 빼앗긴 모양이네."

"... ...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어."

"나는 꿈에서 깨면 이 꿈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거야."

"PC, 만일 내가 그 무엇하나 기억하지 못한다면..."

 

BGM - 신지호, THE END

 

푸름의 도서관에 거대한 인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미고들은 날개를 펼쳐 거대한 인영을 향해 비행합니다. 마치 "그 것"을 반기는 듯이 말이요. 그 인영은 표독하고 악독하며 알 수 없는 위대한 힘으로 가득 차있음을 직감합니다. 온 몸이 짖눌리는 경험을 합니다. KPC와 PC는 저런 거대한 힘에 맞서 대항한 것일까요? 모든 시공간에 닿아 있는 권능자. 하나인 전부, 열쇠이자 문인 존재. 요그 소토스가 도서관에 강림합니다. (SAN 1D10/1D100)

 

(광기표는 룰북에 있는 것을 사용해도, 별도의 광기표를 사용해도 상관 없습니다.) 수천개의 시선이, KPC와 PC를 향합니다. 온 몸을 훑는 거대한 광기와 힘에 정신이 아득해 집니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 입니다. 헤어나올 수 없는 공포에 의식이 흐릿해 집니다. 차라리 이대로 KPC와 함께... 의식의 저 멀리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세상에 어둠이 침잠합니다.

-

 

<여름의 끝자락>

BGM - 정세린,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는/ 이윤지, 참담한 마음

 

숨을 크게 들이킵니다. 눅눅한 여름의 바람이 코 끝에 스며듭니다. 도서관의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어떤 꿈을 꾸었더라... 책장을 본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뇌가 생각을 꺼트린 것 처럼 말입니다. (뇌가 생각을 하기 전 블랙아웃으로 기억을 꺼트렸습니다. 혹은 요그소토스가 남은 KPC의 기억을 털어내기 위해 기억을 지웠다... 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온 몸이 땀에 축축합니다. 그러고보니 KPC는요? KPC도 함께 있지 않았나요?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 무언가가 정자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다이어리가 정자 위에 나뒹급니다. 그리고... 그 끝에 공허한 눈동자의 KPC가 보입니다. PC가 KPC를 아무리 달래도 KPC는 불안함을 호소합니다. 불안정한 KPC는 PC가 아무리 달래도 끝끝내 정자를 뛰쳐 나갑니다. 만일 그를 따라간다는 선언을 할 경우 민첩 판정을 합니다. 민첩 판정 성공 시 그가 옥상으로 향함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민첩 판정에 성공해도 그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옥상을 따라가더라도 옥상의 문이 잠겨져 있어 진입하지 못합니다. 진입하려 할 경우 열쇠공 판정에 성공해야 합니다. (만일 민첩을 실패한다면 그가 어디로 갔는지 예측할 수 없으며 다시금 정자 쪽으로 돌아옵니다. 혹은 그를 찾던 중 정자 위에 있는 다이어리를 발견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KPC가 마음의 문을 열까요? 그러고보니 분명 KPC가 다이어리를 떨어트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늘상 가지고 다니던 다이어리를 다시 돌려 준다면 KPC의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 다시금 운동장 정자로 향합니다. 여름의 끝자락이 미워지는 순간입니다. 다음 계절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혼란스러운 이 상황을 가을의 탓으로 넘깁니다. 여전이 이 여름의 푸름이 계속되길 바라며.

 

다이어리는 정자를 나뒹굽니다. PC는 다이어리의 책등이 낡고 주름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얼마나 이 다이어리를 펼쳤으면, 얼마나 이 다이어리를 소중히 여겼으면...  그가 얼마나 기억을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다이어리의 첫 장은 사랑하는 나의 PC에게라는 글귀로 시작합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자 PC에게 말하는 듯한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을 네가 본다는 뜻은 나는 모든 기억을 잃었단 뜻이겠지. 이 다이어리조차도 잊어버리고 말았을 거야. 걱정스러워. 그 때의 나는 네게 불안정 할까봐. 나는 네게 언제나 의지가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는데. 미안해.]

다음 페이지를 넘깁니다. 

소중한 기억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이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뇌를 도려내는, 심장을 가위로 자르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 기억만큼은 아주 나중에 사라지면 좋겠어.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음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

다음 페이지를 넘깁니다.

어째서 모든 문장의 온점에는 네가 담겨져 있는 걸까. 모든 글귀의 끝에는 너로 가득 차있는걸까.

다음 페이지를 넘깁니다.

잊지 말자. 7시 40분 신호등 앞에서. 너는 항상 초록불이 켜지기 30초 전에 이 곳에 도착했었어.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깁니다.

중요한 기억들이 전부 사라진다. 기억이 사라진 나는 과연 KPC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기억이 사라진 나는 과연 살아 있는 것이 맞을까?
최근 새로 얻은 기억들 까지도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살아가는 목적이 점점 희미해 지기 시작한다.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어떤 페이지는 처참히 찢겨 있습니다. 찢어진 페이지 다음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무언가 적으려 했었어. 그런데 적는 중 그 기억도 갑작스레 사라졌어."
"있잖아, 나는 무슨 글을 쓰려 했던 걸까? 아마도 PC에 관련된 이야기겠지."
"상상해 볼까? 나는 너에 대해서 어떤 글을 쓰려 했던 걸까?"
PC가 기억을 잃은 나를 챙기기 시작한다. 나는 항상 너에게 의지하는구나.
영원히 기억하는 것과 기억을 망각하는 것.
나는 차라리 영원히 기억할래. 너를 잃는 것이 두려워.
너의 사랑을 잊을까 두려워.
너를 잊을까 두려워.
너를 잃을까 두려워.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가, 분노가, 슬픔이, 당황스러움이, 기쁨이, 희망이, 고통이, 부러움이 담겨져 있습니다.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그리고 끝끝내 다이어리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널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겠어. 그러니 나는 무력히 계속 이어나갈 뿐이야.
나는 연소하는 별이야. 내 모든 것을 연소해 너를 담겠지.
그러니 이 끝에 인간 KPC의 죽음이 있다 하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일게.
두렵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일거야. 그래도 두려워 하지 않을래.
이 마저도 너에 대한 사랑이니까.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그의 처절한 사랑이 고통스레 느껴집니다. 한숨을 크게 쉬고 고개를 돌리면... 옥상 난간 끝에 무엇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아니, 무엇이 아니라... KPC입니다. KPC는 아슬아슬하게 옥상 난간 끝에 앉아 있습니다. 숨이 턱 막혀 옵니다. 다이어리를 들고 허겁지겁 옥상으로 향합니다. 중간에 계단에 걸려 넘어져 무릎과 팔이 까졌지만 알게 무엇입니다.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연소하며 불타오르는 사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옥상에 도착하면... 옥상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눈부시게 작렬하는 태양이 두 눈에 내리 쬡니다. 옥상에 걸쳐 앉은 KPC의 모습은 여전히 아슬아슬합니다.

 

"저기 있잖아, 우리는 소중한 사이였어?"

"내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

"그래, 그게 내 이름이구나..."

"나는 지금 무엇하나 기억나지 않아. 여기가 어딜까, 나는 누굴까... 이 장소는 뭘까... 모든 기억을 칼로 도려낸 기분이야."

"머지 않아 이 기억도 사라질거야."

"나는 과연 KPC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째 이런 고민을 아주 오랫동안 했을 것 같아."

"그리고 아주 고통스러워 했을 것 같아."

"이 고통이 계속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거야."

"지금은 아주 홀가분해. 마음이 편해."

"여행을 떠나기 끝내주는 날씨지?"

 

그리 말한 KPC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만일 KPC를 설득 한다면 대인기능 판정도 가능합니다. 성공 시 KPC는 등을 돌려 PC를 바라봅니다. 그런 PC에게 심리학 판정을 선언을 해 성공할 경우 KPC는 모든 것을 포기해 미련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그의 행동에 PC,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나요?

그의 마지막을 보며 그의 고통을 끝내 주나요?

혹은 연소하며 사라져가는 그를 붙잡을 것인가요?

거대한 힘 앞에 무력한 인간들의 유일한 선택입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1. 이별마저도 우리의 사랑이기에 (PC와 이별한다.)

BGM-이성현,여름밤의 왈츠

 

 

거대한 힘 앞에 우리는 나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서로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KPC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온갖 표정이 나타납니다.

 

"아마도 나, 전학을 가게 될 것 같아. 부모님 사정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거든."

"이렇게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실감이 나지 않아."

"내 옆에는 언제나 네가 함께였는데..."

"내 삶의 모든 곳에는 네가 존재 했는데..."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것은 슬픔과 고통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KPC는 이별을 선언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라 말하면서요.

 

"다이어리는... 두고 갈게."

(PC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KPC는 등을 돌려 교문 밖으로 나갑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구슬픈 마음의 비가 내립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이 계절이 한 순간에 미워지는 순간입니다.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눈물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어떠한 위로로도 위로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를 원망하나요? 그를 싫어하게 되었나요? 하지만 분명합니다. 이 이별조차 서로를 위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시선 끝에 KPC의 다이어리가 걸립니다. 떨리는 손 끝으로 그의 다이어리를 펼칩니다. 다이어리의 첫 장은 사랑하는 나의 PC에게라는 글귀로 시작합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자 PC에게 말하는 듯한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을 네가 본다는 뜻은 나는 모든 기억을 잃었단 뜻이거나... 우리의 사랑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겠지. 나는 걱정스러워. 그 때의 나는 네게 불안정 할까봐. 나는 네게 언제나 의지가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는데. 미안해.]

다음 페이지를 넘깁니다. 

소중한 기억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이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뇌를 도려내는, 심장을 가위로 자르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 기억만큼은 아주 나중에 사라지면 좋겠어.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음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

다음 페이지를 넘깁니다.

어째서 모든 문장의 온점에는 네가 담겨져 있는 걸까. 모든 글귀의 끝에는 너로 가득 차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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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7시 40분 신호등 앞에서. 너는 항상 초록불이 켜지기 30초 전에 이 곳에 도착했었어.

전부 PC에 대한 사랑이 적혀 있습니다. 소중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함이라고 했었죠? KPC에게 가장 소중하고 좋아하는 것은 PC였습니다. 다시금 왈칵 눈물이 밀려옵니다. 안녕,KPC. 사랑도, 계절도, 아픔도 이제는 가을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여름에서 작별을 고해야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의 온도는 여름보다 뜨거웠기에,

이 이별조차 우리의 사랑이기에.

KPC, PC 생존

 

 

2. 도서관조차 채울 수 없는 거대한 사랑을 네게 줄게. (KPC와 함께 살아간다.)

BGM - Keysmoa, 비록 멀리 있지만 (Piano by 백인준)

옥상 난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KPC에게 소리칩니다. "네 빈 공백은 내가 채워줄게." 라고. 잊어버린다면 다시 만들어 줄겁니다. 꿈의 도서관을 채우지도 못할정도로 큰 사랑을 네게 주면 그만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 처럼 함께 사랑하자. 그리 말하며 KPC에게 손을 건냅니다. 공허하던 KPC의 눈동자에 생기가 차오릅니다. KPC는 망설입니다. 허나 끝끝내 PC의 손을 잡고 난간을 내려 옵니다. 

 

"나, 너를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

"왜일까...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두려움도, 슬픔도, 공허도 사라지는 기분이야."

"분명 잊혀진 기억 속에 네 기억이 아주 많을테지."

"...PC, 내 공허한 기억 속에 너를 가득 채워줄래?"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음은 기억하고 있어."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구나라고."

 

정해진 답이지 않나요? 그를 끌어안습니다. 그에게 받았던 사랑을 이제 고스란히 돌려줄 차례입니다. 아직 우리의 여름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이 여름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대한 신화 생물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KPC와 PC의 사랑일겁니다.

KPC, PC 생존

 

 

3. 기억은 살아가는 자의 것이 될터이니 (KPC를 방관한다.)

BGM - 별후광음

 

그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기억이 뺏길 때 당혹감과 불안감을 PC는 엿보았잖아요? 말로 말하지 않아도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쉬고 싶어했습니다. 다만 KPC는 PC 당신을 사랑해 여지껏 기나긴 여정을 해온 것입니다. 이제는 KPC를 말릴 수 없습니다. 그는 지쳐보이고, 쉬고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기억이 쌓인다 하더라도 곧바로 빼앗겨 버릴테니까요. KPC는 나즈막히 말을 꺼냅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단 하나 마음으로 기억하는게 있어."

"나는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너를 사랑했구나."

"너도 나를 사랑했니?"

"... ... 무릎의 상처는 꼭 치료하길 바라."

"무섭지 않겠어? 나는 두려워. 하지만 이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걸."

"내게 만일 다음이 있다면..."

"다음이 있다면... 이 다음에 너의 옆자리에 있어도 될까?"

"응,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야."

"이름도 모르는 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우습지만..."

"정말 너를 사랑했어."

 

환한 웃음과 함께 KPC의 발꿈치가 허공에 닿습니다. 그의 웃음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바보같이 사랑을 타령하는 KPC가 너무 미워서... 눈물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집니다. 소리내어 그를 그리워 합니다. 안녕, 사랑하는 나의 KPC. 네가 남긴 모든 기억은 살아가는 자의 내게 남겨질거야. 다음에는 꼭...

 

네가 내게 해주었던 것들을 기억할게.

다음에 다시 만나.

KPC 로스트, PC 생존

 

 

4. 나랑 도망갈래? (KPC를 따라간다.)

KPC, 그거 알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 역시도 너 못지 않음을. 그를 사랑합니다. 그를 진실되게 사랑합니다. 어린 시절의 치부일 선택이라 말하지만 어떻습니까. 지금 이 선택이 아니면 영원히 후회할 것입니다. 영원히 그를 못잊을 겁니다.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의 옆에 섭니다. 햇빛은 찬란히 내리쬐고, 여름의 향기가 코 끝에 스며듭니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습니다.  정말 여행을 떠나기 좋은 날입니다. KPC는 재차 PC에게 묻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냐고. 정해져 있는 답이 아닌가요? KPC와 함께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마주잡은 손은 따뜻합니다. 눈을 감고, 하나, 둘, 그리고... 셋.

 

우리에게는 다음이 필요 없습니다.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며,  

KPC 로스트, PC 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