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개요>
PC의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잿빛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인 내가, 과연 특별할 것이 있을까요? 오늘도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PC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지가 도착합니다. 지금부터 펼쳐질 모든 이야기는 그 편지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대의 편지에는 여름의 향기가 스며 있습니다.
친애하는 여름, 그대에게 나의 마음을 부칩니다.
<안내사항>
인원 : 1인
NPC와의 관계 : ?? (진상에서 참고해 주세요.)
시간 : 롤플레잉에 따라 상이
배경 : 현대
개변 여부 : 상황에따라 개변 가능합니다.
KP 난이도 : ★★★☆☆
(PC의 선택지에 따라 날조 및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대처가 필요합니다.)
PL 난이도 : ★☆☆☆☆
로스트 가능성 : 없음
광기 : 없음
사망 : 없음
<주의사항>
- brnr.tistory.com/18 시나리오를 키퍼링 하시기 전 가이드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 트리거- NTR(플레이어분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며 NTR위주의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딥하고 끈적한 분위기는 없습니다! 스토리를 위한 연출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 해당 시나리오의 라이터는 어떠한 범죄나 사고에 옹호하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 본 시나리오는 룰북 없는 키퍼링과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 세션카드 커미션은 가능하나 세션카드 내 제 이름 혹은 계정을 기입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나 혹은 @I_NA_TRPG로 기재 부탁드립니다.)
- 스포일러 언급을 금합니다.
- 악의적인 비난이 보일 경우 시나리오 공개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 플레이 이후 플레이 기록을 남겨주시거나 태그 해주시면 즐겁게 읽습니다.
- 롤플레잉 위주의 coc입니다. 즐겁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 KPC와 PC의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해당 시나리오는 NPC와 PC의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NPC를 KPC로 충분히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개변은 언제나 그렇듯 자유롭게 해주세요.
- PC 상대방에게 편지를 써야하는 시나리오 입니다.
<시나리오 내 설정>
- NPC와의 1:1 타이만 시나리오 입니다. 다만 개변을 한다면 충분히 NPC를 KPC로 개변할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 내에서 PC는 NPC에게 편지를 써야 합니다.
- PC는 어떠한 사유로 공백과 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유는 자유롭게 정해주세요.)
- 추천 PC : 현실에 찌들은 직장인.
<여담>
- 편지 형태의 CoC는 처음이네요! 초안 구성 때에는 편지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몇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이나표 김.찌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쓰는 그런 글이네요.
⁃ 사실 이 시나리오는 제 첫 시나리오집 Dear, My Summer (디마써)의 제목과 동일합니다. 그저 영어와 한글의 차이일 뿐… 두 시나리오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작품입니다. 주제가 여름이라는 점만 같을 뿐입니다. 하지만 뭐랄까, 제 안의 일부 여름은 이 시나리오와 닮아 있다 생각합니다. (김치찌개 맛집222)
⁃ 해당 이름은 제 외국인 친구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몇 년 전 우연히 만나 친해진 외국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살고 있는 곳과 제가 살고 있는 곳의 시차가 약 9시간 정도 났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가 먼저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 친구도 아침이 되면 제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결국 하루 2번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는 이상한 관경까지 벌어지게 되었죠.
⁃ 친구는 언제나 제게 “Dear, my friend.”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 말은 저에게 정말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있다고 느낄 수 있었거든요. 친구의 다정한 말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여전히 그 친구와 꾸준히 연락하고 있습니다.)
- 해당 시나리오의 영감은 어릴 때 보았던 모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 "펜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펜팔의 존재를 알게된 후 저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때 멀리 떨어져 있던 친구들과 함께 펜팔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이 아래로는 시나리오의 진상이 시작되오니 열람 시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건의 진상>
신의 궁금증이란 참으로 잔혹합니다.
하나이자 전부, 전부이자 하나인 요그 소토스는 인간의 삶을 무척 흥미롭게 여겼습니다. 특히나 사랑이라는 감정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감정이라니, 호기심이 갈 법합니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요그 소토스는 지구의 인간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신의 호기심에 의해 실험당한 인간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NPC와 PC 또한 그런 요그 소토스의 실험에 희생당한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NPC와 PC는 결혼을 앞둔 연인이었습니다. 서로의 평생을 약속한 사이였지만, 두 사람의 거대한 사랑은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들의 거대한 사랑이 요그 소토스의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가혹한 신은 두 사람을 서로 다른 세계로 분리한 뒤,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렸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을 '망각'시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습니다. NPC는 신이 지배하는 또 다른 세계로, PC는 본래의 세계에 남겨졌습니다. 신은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이 차원을 넘어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품었습니다.
신은 NPC에게 가상의 연인을 잃었다는 기억과 슬픔을, PC에게는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남겼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찾기 위해, 아니 서로를 갈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죠.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은 글과 편지를 통해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여름 속에서 살아가는 작가 NPC와 회색빛 도시에 살아가는 PC.
과연 슬픔과 공허함을 이겨내고,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요?
<도입>
BGM - overflow of Love(The Shape of Water OST)-허밍버드
따분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PC는 반복되는 알람 소리에 두어 번 몸을 뒤척인 뒤,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오전 7시 30분. 여유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정시에 출근 도장을 찍을 수 있겠습니다. 하품을 크게 하며 화장실로 향합니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나'입니다. 부스스하고 멍한 표정의 '나'. 그리고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느끼는 나입니다.
나는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틉니다. 쏴아아—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언제나처럼 공허하고 따분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간단한 소지품을 챙긴 뒤 오늘도 익숙한 이 곳을 나섭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PC. 익숙한 아파트 복도를 보자 묘한 감정이 듭니다. 오컬트 혹은 크툴루 신화 판정입니다.
판정 성공 시 > 오늘따라 아파트 로비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어제와 똑같은 풍경일 텐데…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다면 마당이나 문 앞 등으로 자유롭게 변경해 주세요.) |
판정 실패 시 > 오늘도 평범한 하루입니다. 익숙하게 널부러진 자전거와 전단지들이 보입니다. |
(성공 시 느끼는 낯설음은,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 때문이겠습니다.)
바닥에 널부러진 전단지를 바라보던 PC의 시선이 우체통으로 향합니다. 어라? 평소와 다르게 편지가 꽂혀 있습니다. PC에게 올 것이라고는 공과금과 인터넷 광고 전단지가 전부일텐데 말입니다. 편지 봉투의 앞면을 확인해 본다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친애하는 나의 친우에게. 그대의 친우인 N이. |
⦁ PC가 주소지를 확인한다는 선언을 했을 경우
→ 발신자의 주소지는 들어본 적도, 본적도 없는 지역입니다. 잠시만,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요? 아니, 국내가 아니라면 해외에서 온 편지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편지가 우리 집에? (만일 탐사자가 핸드폰으로 검색을 할 경우 – 갑작스레 인터넷이 먹통이 됩니다. 역시 저렴하고 아무 통신사나 가입하는게 아니었어요!)
→ 수신자의 주소는 PC가 살고 있는 곳의 주소입니다. 아주 선명하게 PC의 주소가 적혀 있네요.
⦁ PC가 뒷면을 확인한다는 선언을 했을 경우
→ 뒷면에는 말린 라벤더가 풀로 단단히 붙여져 있습니다.
⦁ PC가 편지지를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선언을 했을 경우
→ 크라프트지로 만들어진 편지지입니다. 끈과 단추로 여미는 형식의 봉투입니다.
N? 잠시만, 당신에게 N이라는 친구가 있었나요? 아니요, 분명 없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잘못 보낸 편지인 것 같습니다. PC는 이 편지를 어떻게 할까요?
▣ 편지를 읽을 경우
만일 그 자리에서 편지를 읽으려 한다면, 직장에 늦을 거라고 한 번 알려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를 읽겠다고 선언한다면, 하단의 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지봉투 안을 확인한다는 선언이 있을 경우, 편지봉투 안에서 말린 연보라색 꽃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식물학, 자연 판정에 성공한다면 해당 꽃은 꽃고비라는 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꽃고비의 꽃말은 '돌아와 주세요.', '기다림' 입니다. 지능 및 자연, 식물학 판정 극단적 성공 시 꽃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흔한 꽃이 아니기에 극단적 성공으로 판정합니다.)
편지를 읽은 뒤 직장에 도착한 PC는 사수에게 한 소리를 듣고 맙니다. "다음 번에도 지각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느니, "정신 좀 차리라"느니 끝없는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친애하는 나의 우정에게 고합니다. 연모하는 나의 그대여, 그곳은 평안하십니까? 그대가 떠난 지 벌써 여섯 달하고도 이틀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그대의 기억이 희미해질까 걱정했습니다만, 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나는 그대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순된 말이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은 무척 평안합니다. 그대도 알다시피, 이곳은 변함없고 단조로운 곳입니다. 나의 일상 또한 한결같은 일들의 반복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대 없는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쓰라리고 아픈 일입니다. 지금 이 편지를 쓰는 나는, 그대가 선물해 준 만년필을 손에 쥐고 초록빛이 가득한 들판, 녹음이 우거진 후박나무 아래 앉아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솜뭉치 같은 하얀 구름이 천천히 흘러갑니다. 나는 그 하얀 구름 속에서 그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아무래도 우정이라 말하고 연모라 표현하는 이 감정은 하늘에게 숨길 수 없나 봅니다. 궁금함이 밀려옵니다. 그대여, 죽음이란 안식입니까, 아니면 또 다른 고통의 시작입니까? 사람들은 흔히 죽음을 고통의 해방이자 마지막 종착지, 혹은 연옥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친애하는 나의 그대가 있는 그곳에는 오직 평온과 안식만이 깃들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대가 어디에 계신지 나의 짧은 견해로는 헤아릴 수 없으나, 내 사심을 담아 그대가 있어야 할 곳은 틀림없이 천국이라 단언합니다. 나의 찰나이자 전부였던 그대여. 슬픔이 때때로 장마처럼 밀려와도, 그저 지나가는 소낙비라 여기겠습니다. 물론, 나에게 쏟아지는 이 비는 소낙비가 아닌 장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비를 소낙비라 정의합니다. 나는 그대에게 연심을 품은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연서를 보낸 것 또한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대의 답을 듣지 못한 채 이별을 고해야 했던 것이 너무나도 아플 뿐입니다. 이제는 편지를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던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가자며 나를 재촉합니다. 여동생은 오늘도 역시 이상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주에 있는 생명체를 그렸다 말하지만 실제로 저 생명체가 존재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다정한 나의 친구이자 사랑이여. (여동생은 요그 소토스의 분신입니다. 편지의 주인을 감시하기 위해 친히 분신까지 만들어 그의 삶에 개입했습니다.) 천국에서 올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언제가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그대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친애하는 당신의 N이. |
▣ 편지를 반송함에 넣을 경우
남의 사생활이 담긴 편지는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PC는 반송함에 편지를 넣은 뒤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PC는 행운 판정을 합니다.
행운판정 성공 시 >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사수는 오늘따라 보이지 않네요. 하지만 몰아닥치는 업무들은 오늘 하루를 고되게 만듭니다. 아직 갚지 못한 (학자금, 주택등) 대출금을 생각하며 PC는 해야 할 일을 이어갑니다. 젠장, 대출금만 아니었다면 이런 직장…!!!! |
행운판정 실패 시 > 출근하자마자 사수의 이유 없는 잔소리와 날 선 이야기들이 폭풍처럼 쏟아집니다. 이럴 때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지만, 사직서를 품안에 넣어둡니다.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과 스윗한 마이 홈을 떠올립니다. 크윽! |
PC는 업무를 끝내고 늦은 시간, 집으로 향합니다. PC의 눈에 비춰지는 것은 회색빛 도시입니다. 칙칙한 회색빛 도시 속 잿빛의 나. 사람마저 회색빛인 이 도시.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풍경.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내가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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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발걸음의 끝은 달콤한 나의 집입니다. 집 앞에 도착한 PC는 우체통을 확인합니다. 슬슬 수도 고지서가 올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체통을 확인한 순간, PC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반송한 편지가 다시금 돌아와 PC의 우체통 한켠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다시 반송함에 넣나요? 혹은 편지를 읽나요?
PC가 다시 편지를 반송함에 넣어도 편지는 계속 되돌아왔습니다. (저주인형처럼 말이죠!) 이쯤 되면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대체 무슨 작자야? 남의 집에 이런 편지를 보내놓고! 계속되는 짜증에 결국 PC는 편지의 봉투를 열어봅니다. 편지의 내용은 상단을 참고해 주세요.
▣ 편지를 읽지 않고 가방에 챙길 경우
그리고 보니 지금 몇 시죠?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PC는 아슬아슬하게 직장에 도착합니다. PC는 행운 판정을 합니다.
행운판정 성공 시 >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사수는 오늘따라 보이지 않네요. 하지만 몰아닥치는 업무들은 오늘 하루를 고되게 만듭니다.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을 생각하며 PC는 해야 할 일을 이어갑니다. 젠장, 대출금만 아니었다면 이런 직장…!!!! |
행운판정 실패 시 > 출근하자마자 사수의 이유 없는 잔소리와 날 선 이야기들이 폭풍처럼 쏟아집니다. 이럴 때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지만, 사직서를 품안에 넣어둡니다.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과 스윗한 마이 홈을 떠올립니다. 크윽! |
(이후 직장에서 편지를 읽었다면 상단의 편지를 제공해 주세요.) PC는 업무를 끝내고 늦은 시간, 집으로 향합니다. PC의 눈에 비치는 것은 회색빛 도시입니다. 칙칙한 회색빛 도시 속 잿빛 같은 나. 사람마저 회색빛인 이 도시.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조롭고 지겨운 풍경. 도시에 녹아든 PC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깁니다.
아, 그러고 보니 가방에 쑤셔 넣었던 편지가 문득 떠오릅니다. PC, 이 편지를 어떻게 하나요? (만약 반송함에 넣는다면 마찬가지로 저주인형처럼 PC에게 되돌아옵니다.)
※ 편지를 읽은 후
편지를 읽은 PC는 골똘히 생각합니다. 첫째, PC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PC의 명의입니다. 물론 40년 동안 빚쟁이로 살아가야 하지만, (사실 이는 NPC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집을 계약한 것입니다.) 번듯한 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PC는 5년 넘게 홀로 이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둘째, N이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 가명을 쓴 사람은 만난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편지를 잘못 보낸 것 같군요. 뜯어진 편지 봉투를 조심스레 밀봉합니다. 하필 받은 것이 이미 생을 다한 자에게 보내는 연서라니, 조금 찝찝하네요.
(만약 PC가 편지를 반송 처리해본 적 없다면 반송 과정을 진행하게끔 이어주세요. 앞서 언급한 스토리와 동일하게, 반송함에 넣은 편지는 저주 인형처럼 계속, 계속 되돌아옵니다.)
반송함에 몇 번이고 편지를 넣습니다. 이 편지의 주인은 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편지는 저주 인형처럼 다시 되돌아옵니다. 차라리 이 편지가 영국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였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편지는 끝없이 PC의 우편함에 반송됩니다.
오늘은 아니겠지… 그런 마음으로 우편함을 열어보면—
보라색 라벤더 꽃이 꽂힌 편지가 보입니다. 결국 반송된 편지는 PC를 굴복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주인형처럼 끈질긴 편지에 편두통을 앓는 PC, 이성판정 입니다. (SAN 0/1) 안되겠다, 이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야겠어요. 편지를 그만 보내라고 말이죠. 사수의 잔소리에 너덜너덜 지친 PC는 남아있는 모든 기력을 쥐어짜내 책상에 앉습니다. 그러고보니 책상에 앉아 글을 쓴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아!! 볼펜은 어디에 있던가요?
PC는 구석에 박혀 있던 볼펜을 찾아냅니다. 갱지 위에 볼펜을 두어 번 그어 잉크가 나오는지 확인한 뒤, 볼펜을 단단히 쥡니다.
편지를 보낸 N에게. 당신이 보낸 편지가 저희 집 우체통에 자꾸 되돌아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혹시 저희 집에 저주라도 걸린 걸까요? |
… 아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분명히 반송함에 넣었는데도 편지가 계속 돌아옵니다. 혹시 이건 행운의 편지인가요? 아니면 이 편지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
… … 이것도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까요?
(편지를 끝마친 후)
짧고도 긴 편지의 온점을 찍습니다. 점심시간에 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반드시 보내야겠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반송을 멈출 때입니다. 시계의 시침이 12시를 가리킵니다. 이런, 이제 슬슬 잠들어야 할 시간이네요.
잘 자요, PC.
내일이 오늘과 같기를.
오늘이 내일과도 같기를.
<덧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BGM - 사카모토 류이치, The Sheltering Sky
꿈을 꾸었습니다.
얼굴도, 형태도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와 다정히 길거리를 걷는 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슴 한 켠이 무언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생을 앓아온 공백과 허무가 한순간 채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생에서 느끼지 못할 벅참이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PC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합니다.
슬프지 않습니다. 기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왜 눈물은 흐르는 것일까요? 눈물을 닦아도 닦아도 이 감정을 지우지 못합니다. 아, 차올랐던 무언가가 모래처럼 흘러내립니다. 모든 감정을 갈무리하는 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SAN 0/1)
시계를 바라봅니다. 오전 7시 30분. 여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정시에 출근 도장을 찍을 수 있겠지요.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이동합니다. 세면대 거울에 퉁퉁 부은 얼굴이 비춰집니다. 아… 분명 동료들이 본다면 다들 놀리고 말 거예요. 차가운 물로 얼굴을 벅벅 문지릅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오늘도 PC는 반복되는 일상을 준비합니다.
그 뒤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하루입니다.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고, 사수의 잔소리가 쏟아지고, 점심시간에 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붙이고, 늦은 퇴근을 합니다. 늦은 시간,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파트 정문을 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체통 속의 편지입니다. 우체통의 편지를 확인하면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BGM - 사의 찬미 OST, 다시 만나는 날에 (피아노 커버)
상냥한 PC에게 |
⦁ 편지를 살펴본다는 선언이 있을 경우
→ 크라프트지로 만들어진 편지지입니다.
편지 봉투는 끈과 단추로 여미는 형식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이전과 같은 편지지와 봉투입니다. 다만, 다른 점은 라벤더 꽃이 붙어 있지 않네요.
⦁ 편지를 읽어볼 경우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편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제 편지가 천국에 도착한 줄 알았습니다. 연모하던 사람에게 답장이 온 줄 알고 버선발로 뛰쳐나갔습니다. 비록 원하던 사람의 답장은 아니었지만,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설렘을 느낀 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다소 무례한 말일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보낸 글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그 속에 담긴 감정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여나 당신의 일상에 작고 사소한 변화를 주고 싶다면, 아니, 얼굴도 모르는 친구를 한 명 만든다 셈 치고 저와 함께 편지를 주고받아 보지 않겠습니까? 세간에는 이런 것을 펜팔 친구라고 하더군요. 저의 글이 당신의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그대의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
이후 PC는 지능 판정을 합니다.
지능 판정 성공 시 > 편지가 이렇게 빨리 도착하던가요? 편지를 쓰는 시간도 분명 걸릴테고, 편지를 배달하는 시간또한 걸립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빨리? 무언가가 이상하다 느낀, PC 이성판정 합니다. SAN (0/1) |
PC가 직접 이상함을 느낄 경우 - 지능 판정을 하지 않아도 PC가 스스로 이상함을 감지한다면, 이성팡정을 (SAN 0/1) 진행합니다. |
PC, 당신은 이 제의를 거절하나요? 혹은 수락하나요? (거절할 경우 엔딩 1입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지만, 어째서인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펜팔'이라… 단조롭고 변화 없는 일상 속 새로운 두근거림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이와 펜팔을 주고받다니, 이 칙칙한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귓가에 웽웽 울리던 사수의 잔소리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계단을 오르는 나의 발걸음은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던 나의 발걸음은…
삐-, 삐-, 삐빅-.
차가운 도어락 소리와 함께 멈춥니다. PC는 조용하기 그지없는 나의 집을 둘러봅니다. 익숙한 나의 공간, 익숙한 나의… ... ...
무언가가 부족해 보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하지만 이 감정은 중요한 것이 아닐테니까요. PC는 쏟아지는 피곤과 졸음을 물리치고 책상으로 향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펜대를 붙잡으며, 고민합니다. 새로 사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라니. 어떤 말을 써 내려가야 할까요?
(이후 PC가 편지를 작성한 뒤) N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피어납니다. 당신은 어떤 사연을 가졌기에, 그리도 마음 아픈 편지를 썼던 것일까요? 당신은 나에게 어떤 편지를 쓸까요? 이건 괜한 오지랖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어느덧 시계의 시침이 12시를 가리킵니다. 이제 꿈나라로 향할 시간이네요.
잘 자요, PC.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습니다.
<나의 일상에 그대가 스며들었습니다.>
BGM - 신지호, I am U
이후, 편지는 PC의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다정한 N의 편지는 PC의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천근만근 무거운 손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다음은 PC에게 돌아온 N의 회신들입니다. (엔딩분기를 제외한 시나리오의 유일한 롤플 구간입니다.)
답장을 주어 고맙습니다. 펜팔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로의 명칭을 정해야겠습니다. 저는 N 대신 '여름'이라 불러주십시오. (강조된 문장은 반드시 제공해야 할 정보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여름이 길고,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이 무척 짧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이곳의 계절은 '여름'과 '여름이 아닐 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당신도 나와 같은 이 여름을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 여름을 좋아하니 '여름'이라 불러주십시오. 어른들은 오래전, 이곳에도 다른 계절들이 여름처럼 길었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조차도 그 계절들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어떤 신이 나타나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몹시 짧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긴 하나, 이는 그저 설화일 뿐입니다. 만약 설화가 사실이라면, 신은 어째서 여름을 길게 만들었을까요? 답은 알 수 없지만, 저는 그가 여름에 피어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란 넉살좋은 상상을 합니다. 아, 혹시 제가 그대를 부를 호칭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저 또한 그리 부르겠습니다. 그럼, 이만 짧은 편지를 마칩니다. |
이후 이어지는 PC의 편지에 NPC는 답을 보냅니다.
평안하십니까. 편지가 이토록 빨리 도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우체국의 배송이 정말 빠른가 봅니다. 당신의 편지를 이렇게 안전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으니,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그곳의 여름은 제가 있는 곳보다 훨씬 더 짧군요. 제가 사는 곳은 1년 열두 달 중 아홉 달이 여름인 곳입니다. 꽃도 피고,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차가운 눈도 내리긴 합니다만… 모든 것이 너무 덧없이 사라집니다. 그저 흔적만 남긴 채로 말이죠. 그보다 오늘은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대는 무엇을 하며 생을 꾸려가십니까? 저는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작가지만, 하늘의 무수한 별을 벗 삼아 글을 집필합니다. 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현실감 없는 3류 작가라 칭하지만, 터울이 적지 않은 여동생을 돌보며 제 입에 풀칠할 정도는 하니 2류 작가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여름의 직업이 작가임을 명확히 알려주세요. 더불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내며, 여동생을 돌볼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점도 전달해주세요.)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그대의 하루가 평온하길 바라며, 짧은 편지를 마칩니다. |
편지는 계속,
평안하십니까. 답장은 잘 받았습니다. 덕분에 당신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척 멋진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도요.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는 당신에게 평화와 기쁨이 깃들길 늘 바라겠습니다. 저의 안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무척 평화롭고 다정합니다. 때때로 편집자분께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찾아오실 때를 제외하고는요. (마감은 역시 무섭습니다.) 제 삶은 안정적이고 변화 없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나도 여름스럽습니다. 물론 하루하루 다른 일이 꽃처럼 피어나곤 하지만, 일상이라는 뿌리와 줄기는 단단히, 곧게 뻗어 있습니다. 가끔 폭우가 내릴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비일 뿐입니다. (여름의 삶이 안정적이며 평온하다는 점을 전달해주세요.) 오늘은 길게 편지를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에도 원고가 늦어진다면, 편집자 선생님께서 무척 실망하시겠지요. 이번에는 늦지 않게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 편지의 마지막 문장에 온점을 찍은 후, 어제 세지 못한 별들과 함께 밤을 지새워야겠군요. |
이어집니다.
친애하는 PC에게 덕분에 저는 글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 선생님께서는 이번에 쓴 글이 정말 재미있다며, 꼭 많은 부수가 팔릴 거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당신과의 펜팔을 시작한 이후로 저는 꽤나 좋은 글들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별을 좋아합니까? 혹은 밤하늘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 제가 사는 곳은 별과 달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이는 곳입니다. 덕분에 매일 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과 마주합니다. 친구라곤 몇 없는 제게 이 별들은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벗들입니다. 그렇기에, 보잘것없는 나를 매번 찾아와 주는 이 벗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인들이 별자리를 보며 신화를 새겼듯이, 저 또한 이 벗들에게 저마다 빛나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이 벗들을 만나 하루의 회포를 풀겠죠. 그대는 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이후 PC는 NPC와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여름이 마감을 제때 끝냈다는 것도, 그의 집 근처에 계곡이 있다는 것도, 여름의 여동생에게 연인이 생겼다는 것도, 때때로 자신의 여동생이 소름 끼치도록 촉이 좋다는 것과 기괴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그리고 여름이 사랑했던 벗이 오래전 알 수 없는 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까지. 너무나도 깊게 사랑했던 탓일까, 벗을 잃은 슬픔이 여전히 그를 감싸고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의 편지 속에는 PC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다채로운 색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PC가 알고 있는 후덥지근하고 지루한 여름이 아닌, 푸른 하늘 아래 짙은 녹음이 펼쳐진, 아주 조용하고 고요한 시간이 흐르는… PC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세계 말입니다. 그의 삶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반복적이고 지겨운 PC의 삶과 달리 말이죠.
(이는 요그 소토스가 NPC에게 남긴 감정입니다. PC가 NPC에게 연인에 대해 묻는다면, NPC는 어물쩍 넘어갑니다. NPC는 가상의 인물을 사랑했다고 기억이 조작되어 있습니다.)
여름 또한 PC가 품고 있는 색을 보았을 것입니다. 타다 남은 재와 같은 나의 색.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색깔입니다. 콘크리트 빌딩과 시커먼 연기로 가득한 도시. 채워지지 않는 허무. 색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마음.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 한쪽에 내려앉는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이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나는 여름에게 보낼 편지를 쓰려 책상에 앉았으니까요. 이런 감정을 내가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뜨고, 천근만근 무거운 손가락을 움직여 편지를 이어가려는 순간…
PC, 정신력 판정을 합니다. (현재 이 감정은 요그 소토스에 의해 조종되는 감정입니다.)
BGM - may in the backyard, 사카모토 류이치
정신력 판정 성공 시 >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PC,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날 사람들의 날선 말. 너무나도 허무한 나의 삶. 목표라고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욱여넣고, 또 쑤셔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켠. 하지만 그는 다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화로운 일상. 하늘의 별이 보이는 고즈넉한 장소에서 별을 세는 작가. 이 도시는 별조차 보이지 않는 매정한데 말이죠. 여름. 그는 PC 당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PC가 여름에게 느끼는 감정은… 바로 분노입니다. |
정신력 판정 실패 시 > 차올랐던 마음이 깊이 패입니다. PC,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날 선 사람들의 말. 너무나도 허무한 나의 삶. 목표라고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욱여넣고, 또 쑤셔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켠. 하지만 여름은 다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화로운 일상. PC 당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여름은 가지고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그가 가지고 있다니요. 이 감정은… 바로 하찮고 하찮은 질투라는 감정이었습니다. |
이후 이성판정을 합니다. SAN (1d2/1d4)
분주히 움직이던 손이 멈춥니다. 당신의 손에 쥐어졌던 만년필이 책상 위로 나동그라집니다. 아, 이 편지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겠지요. 내가 더는 답장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그와 편지를 나눌수록 마음 속 무언가 차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착각인가 봅니다. 오히려 그와 편지를 나누면 나눌수록, 나의 마음은 저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네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모두 가진 사람.
이룰 수 없을 것들을 모두 이룬 사람.
나는 이 도시의 별조차 셀 수 없는데.
시계의 시침이 12시를 가리킵니다.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침대 위로 몸을 던집니다. 머리 아픈 생각들은 뒤로하고, PC는 스르륵 눈을 감습니다. 잘 자요, PC.
<내 곁에 그대가 없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BGM - re:plus - A fall and rebirth (piano ver.)
그날 이후, PC는 더 이상 펜을 들지 않았습니다. 책상에 앉기만 해도 부아가 치밀고, 공허함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가지런히 꽂힌 만년필을 보기만 해도 똑같은 감정이 쉴 새 없이 PC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답장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편지는 때때로 PC의 우체통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들꽃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그 안에는…
(이후, 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제공하거나, 변형하여 PC에게 전달하세요. 상황에 맞게 조정하시면 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대의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우체국을 찾아가 혹시 내 편지가 오배송되었는지 물어보았고, 주인 없는 편지가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하더군요. 우체국 직원의 말에 따르면, 내 편지는 분명 그대에게 도착했다고 합니다. 혹시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그저 바쁜 탓이라 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대의 일상이 흐트러졌을까 걱정됩니다. 부디 이 걱정이 헛된 것이길 바랍니다. 그대가 많이 바빠 보이기에, 이번 편지는 짧게 마무리하겠습니다. 부디, 그대의 일상이 평온하길 바라며. |
친애하는 나의 PC에게. 형식적인 안부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어디가 아픈 곳이 있다면 짧은 쪽지라도 남겨주십시오. 그대가 아프다면, 심심한 위로의 글과 내 고향에서 난 꽃들을 말려 편지 봉투에 넣어 보내겠습니다. 사실 이것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깊게 생각할 일이 있으면 파아란 하늘을 하염없이 보고 또 봅니다. 그 덕에 때때로 원고 마감에 늦어 편집자분께 잔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집중해야 할 것은 분명 원고인데, 어째서인지 하늘에는 그대의 편지 내용이 아른거립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내 마음속 소중한 벗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나의 벗, 그대에게 부디 큰 일이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대의 일상이 평안하길 바랍니다. |
분명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편지들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런 편지를 볼 때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치밀어 오릅니다. 이것이 예의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일관적인 태도로 편지의 답을 무시했습니다.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한 달, 두 달, 세 달… 네 달이 흘렀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여름의 편지가 우체통에 꽂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PC는 답장을 보내지 않습니다.
.
.
.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합니다. 편지지에는 오로지 PC의 이름만 적혀 있었습니다. 여름이 보낸 편지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편지의 내용은…
[나도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가 어떻게 나를 이해하겠어?] [그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의 밤하늘에 별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데.] |
편지를 받고 꺼림칙함을 느꼈다면, SAN (0/1).
단 두 줄이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보낸 편지가 아니란 것은 확실하네요. 그 뒤로 편지는 더 이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와의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듯이. (이 편지는 요그 소토스가 PC의 마음을 흔들고자 보낸 편지입니다. 여름의 여동생이 PC에게 보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PC의 공허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견딜 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자동차와의 가벼운 접촉사고, 갑작스러운 부서 이전, 신분증 분실…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았습니다. 이 회색빛 도시에서 살아남기란 너무나도 버겁습니다.
늦은 일과를 마친 PC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오후 8시, 정말 매정하게도 이 도시는 그 흔하디흔한 별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뿌옇게 떠 있는 달만이 PC를 위로할 뿐입니다. 여름, 당신은 이런 나의 치열한 삶을 모를 겁니다. 당신은 이 도시가 얼마나 차가운지,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잘 모를 겁니다.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도시에서 당신이 그토록 찾던 별은 없으니까.
PC에게 편지와 여름이라는 존재감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라져갑니다. 삶이 지독히 바쁜데, 만나보지도 못한 그가 눈에 보일 리가 없죠. 공백은 PC를 잡아먹을 듯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PC는 이 공백과 공허가 익숙합니다. 평생 동안 함께하던 것들이니까요.
PC는 정신력 판정을 합니다.
정신력 판정 성공 시 > 정신력 판정 성공 시 > 마음의 공허와 공백은 단순히 (PC가 정한 사유)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이 공허와 공백은 무언가로 풀지 않는다면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 그리 느낍니다. |
정신력 판정 실패 시 > 마음의 공허와 공백이 단순히 (PC가 정한 사유)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러면 이 공백과 공허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죠? |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난 뒤, PC에게 여름으로부터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만일 PC가 편지를 읽기 거부한다면 지능 판정을 합니다. 지능 판정 실패 시 편지를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성공 시 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BGM - Akira Kosemura - Reborn, Fleur (개인적으로 Reborn 재생 후 Fleur을 추천드립니다.)
친애하는 나의 PC에게. 답이 돌아오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나는 이미 이 생을 떠난, 그러니까 연모했던 친구에게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편지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나의 마지막 편지가 될 것입니다. 부디 그대에게 닿길 바라겠습니다. 그대, 나는 당신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마음 한켠에 눈부신 별이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더 이상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슬픔을 헤아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건넨 편지는, 그 자체로 찬란한 별이었습니다. 그대의 편지는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슬픔들을 하나둘 몰아내 주었습니다. (정보제공 – PC가 여름의 편지로 마음 속 공백을 채웠듯, 여름 역시 PC의 편지로 슬픔을 잊음) 고백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그대를 만나기 전, 그러니까 연모하던 이가 세상을 떠난 뒤 단 한 번도 그 슬픔이 무뎌진 적이 없습니다. 모두가 시간이야말로 슬픔을 잠재울 약이라 입을 모아 말했지만, 단언컨대 나의 슬픔은 단 한 번도 사그라 들지 않았습니다. 연인을 어제 떠나보낸 것처럼 느껴지는 이 감정을 심장에서 도려낼 수 없었습니다. 연모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안에는 슬픔이 소낙비처럼 그저 지나갈 것이라 적었지만, 그 비는 소낙비가 아니라 거센 장마였습니다. 슬픔을 쓸어 보낼 수 없음을 나는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워지지 않았던 슬픔을 느낀 여름 - 정보 제공)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그대의 편지를 받으니, 나의 슬픔이 무뎌졌다는 것을. 그대의 편지야말로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었다는 걸. 그대의 편지가, 그대가 나의 여름이었습니다. (PC의 사랑으로 삶을 버텼던 여름 - 정보 제공) 한 가지 더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무척 어리석은 말이겠지만, 나는 내가 사랑했던 이의 얼굴도, 목소리도, 그가 어디에 살았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이에 대해 물어도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모두가 "아픈 것을 건드려서 뭐해. 잊어."라며 말했습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압니다. 이제는 제 자신조차 의문스럽습니다. 나는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이 맞을까요?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알 수 없습니다. 만일 내가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사랑한 것이라면… (가상의 인물을 사랑했던 여름의 고해 - 정보 제공)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모든 일의 원인은 내가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가졌기 때문이라 결론 내렸습니다. 감히 당신에게 연모를 품었습니다. 그대가 나의 편지를 거부한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으나, 부지런하던 그대가 편지를 멈춘 것은 분명 나의 탓이 클 것입니다. 차마 그대에게 "만나고 싶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PC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여름 - 정보 제공) 답이 오지 않을 편지일 테지만, 그래도 당신을 향한 그리움과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편지는 우리의 마지막을 알리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곧 이사를 갑니다. 네, 저는 원체 몸이 약해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이렇게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에 사는 이유 또한 병원에 가기 싫어 차라리 요양을 하겠다며 고집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병원도 장담하지 못한다 합니다. 의사조차 저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합니다. 저도 저의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낍니다. 체력이 줄고, 손과 다리가 야위어 갑니다. (몸이 좋지 않은 여름 - 정보 제공) 나의 삶이 이어질지, 아니면 생의 끝에 다다를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이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도 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그대에게 부탁 한 가지 청합니다. 부디 생의 끝, 죽음의 시작에 나의 안식이 있기를 바래 주셨으면 합니다. 못난 연서에도 정성스레 답장을 보낸 다정한 그대는 반드시 천국에 갈 터이니, 그대가 긴 삶을 살고 천국에 도착했을 무렵 내가 마중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생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다음 생을 기약하고 싶습니다. 다정했던 그대여,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대의 편지는 내게 여름이었으며, 그대가 나의 계절이었습니다. 친애하는 나의 벗, 그대에게 나의 마음을 부칩니다. 연모합니다. |
줄글 속 수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여름의 마지막 편지라는 것도, 그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떠나보내지 못한 감정이 있다는 것도, 사랑했던 이의 기억이 희미하다는 것도, 그리고 몸이 좋지 않다는 것까지. 그리고… 그가 당신을 연모한다는 사실까지.
지난 시간들이 스쳐 갑니다. 생각해보면, 당신도 그의 편지를 보고 하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고된 하루 끝에도 책상에 앉아 여름에게 보낼 편지를 썼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여름은 먼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그였지만, 언제나 당신 곁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찬란한 여름의 색으로 당신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에 흐린 눈물이 시야를 가립니다. 편지지 위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솟구치고, 그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감정은 다름 아닌 '슬픔'입니다. 눈물이 떨어진 편지 위로, 마치 마법처럼 글자들이 새롭게 나열됩니다. (SAN 0/1) 새롭게 떠오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화려하고 멋진 말들로 고백할 자신이 없습니다, PC. "
"그리고 저는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겠죠. 당신이 말한 것처럼요. "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저는 당신을 위한 낭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칙칙하고 변화 없는 회색 도시 속, 유일한 녹음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남은 평생을 저에게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랑합니다."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은 오래전의 기억. 한껏 차오르는 감정은 사랑입니다. 꿈에서 보았던 그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은 이 사람의 이름을 압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나무. 푸른 여름 하늘 아래 곧은 가지를 펼친 나의 나무.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치 흰 페인트를 난잡하게 덧칠한 듯, 그의 얼굴이 번져 보입니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까지 심하게 왜곡된 것일까요? 그리고… 그가 아프다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SAN (1/1d3)
(나무가 아픈 원인은 지속적인 정신력 감소입니다. 그는 너무 오랜 슬픔을 겪으며 정신력이 극한에 달했고,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습니다. 요그 소토스가 직,간접적인 원인도 주었겠네요. PC가 '지금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하지?' 고민한다면, 편지 앞부분에 주소가 적혀 있음을 알려주세요.)
당신은 그에게 가야 합니다.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어디로? 당신은 그가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데… PC는 편지 봉투를 바라봅니다. 주소, 주소를 확인해야 합니다. 봉투 표면에는 읽기 힘든 낯선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 있습니다.
회색빛 하늘과 콘크리트 도시가 맞닿는 곳으로 올라와. 가장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곳으로 안내해 줄게. |
어디로 가야 할지, 편지는 너무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도까지 그려져 있네요. PC는 이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빌딩. 그곳으로 가면… 나무를 만날 수 있을까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습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회색빛 하늘과 콘크리트 도시가 맞닿는 곳>
BGM - コウを追いかけて (Piano Cover)
집 밖을 나서자 익숙하게 보이던 회색빛 풍경들이 스쳐 갑니다. 이 도시를 향해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눈부신 나무의 색깔들이 이 회색빛 세계를 몰아냅니다.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오르지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내가 너에게로 받은 녹음을 다시 전해줘야 합니다.
문을 쿵! 열고 지도 속 건물 안으로 들어섭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지만, 이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지능판정 가능합니다.
(지능 판정 성공 시 옥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실패 시에도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다음에 판정하는 행운 판정은 무조건 실패로 출력합니다.) PC는 엘레베이터를 찾습니다.
행운 판정 성공 시 > 엘리베이터가 보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바로 탈 수 있습니다. PC는 가장 높은 층의 버튼을 누릅니다. 최상층에 도착한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이 엘리베이터, 옥상으로 가려면 계단으로 r3d4 층을 더 올라가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운행 공사와 관련된 안내사항이 뒤늦게 눈에 들어옵니다. |
행운 판정 실패 시 > 엘리베이터가 보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긴 기다림 끝에야 겨우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습니다. PC는 가장 높은 층의 버튼을 누릅니다. 최상층에 도착한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이 엘리베이터, 옥상으로 가려면 계단으로 r 5d4 층을 더 올라가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운행 공사와 관련된 안내사항이 뒤늦게 눈에 들어옵니다. |
그때, 발길이 급한 PC의 시야를 붙잡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벽면에 붙은 전신 거울입니다. 거울의 표면이 파동이 치는 호수처럼 일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거울 속에 비춰지는 것은 "나"입니다. "나"는 말합니다. (거울을 만져도 이상한 점은 없습니다.)
"단지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그렇게까지 진심을 다할 필요가 있어?"
"있잖아, '나'야. 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리는 거야?"
거울 속의 "나"는 나를 보며 말을 합니다. SAN (0/1). (요그 소토스가 심어놓은 PC의 마음속 공허가 형태화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이 역시 요그 소토스의 농락입니다.) 그 말을 들은 PC는 어떤 행동을 하나요? (앞으로 나무를 찾는 것을 포기한다면 엔딩 2번으로 향합니다.)
나는 '나'의 말을 뒤로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올라가야 할 층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어. 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어?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모든 사람이 공허를 품고 살아가. 너만이 특별한 게 아니야."
"정말 바보 같아. 이게 마지막 기회야, PC. 돌아가. 멈춰. 너의 일상을 지켜."
계단 창문에 비친 '나'는 끝없는 의구심을 품으며 나를 설득시킵니다. 맞습니다, 정말 바보 같은 결정이에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나는 가야 합니다. 나는 편지에 쓰인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심장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이 숨이 차오릅니다. 앞으로 2층만 더 올라가면 옥상이에요!!
"그게 네 결정이야?"
"그렇게까지 네가 간절하다면"
"네가 직접 나무를 찾아봐."
거울 속 '나'는 그렇게 속삭이며 자취를 감춥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당신의 녹음을 따라갑니다.>
계단을 올라온 PC는 당황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전에 보았던 익숙한 풍경과 달리, 이 층은 낯설고 이해하지 못할 풍경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끊어져 있는 계단,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콘크리트 미로.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늘은 PC를 압도합니다.
BGM - Philip Glass - Metamorphosis/ complete
"정말 그를 찾으러 갈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고개를 돌리자 '나'가 보입니다. '나'는 나에게로 다가와 나와 함께 미로를 마주합니다.
"그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잖아. 사실이라면 의심해볼 사실도 하나 있어."
"나무의 기억이 조작되었다면, 너의 기억도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아?"
"나무의 연인이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너도 나무라는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잖아."
눈앞에 보이는 '나'는 쉴 새 없이 떠들며 나를 설득합니다. 이전과 같이 그에게 가는 것을 포기시키려 합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나'가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눈앞의 '나'는 내가 줄곧 품어왔던…
"뭐야, 눈치챘어?"
"나는 너의 일부, 나는 네 마음 한켠을 지키는 공허야."
"그를 만나서 무엇을 할 건데? 정말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뀔 거라 생각해?"
(PC의 답을 들은 후) "그래, 그것이 '나'의 결정이라면…"
'나'는 손끝으로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나'가 가리킨 손끝은… 바로 미로의 출구입니다.
관찰력 판정 성공 시 >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나'는 저 미로를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군요. |
관찰력 판정 실패 시 > 뿌연 안개 탓에 '나'가 가리키는 곳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네가 찾는 것은 저 끝에 있을 거야."
그 말을 남긴 '나'는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사라져 있습니다. 마치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하는 듯이…
PC는 자신의 뺨을 두어 번 두드린 후 미로 속으로 향합니다. 나무에게로 가는 길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나는 그가 잃은 녹음을 되찾아주어야 합니다. PC는 뿌연 안개 속으로 걸어갑니다. 회색빛 안개는 PC를 집어 삼킵니다.
(혹시 미로의 벽 위로 올라간다 선언할 경우, 오르기 판정을 굴려주세요. 오르기 판정에 성공하였다면 아래의 모든 과정은 생략하셔도 좋습니다.)
.
.
.
출발하기 전에도 보았지만, 이 미로는 정말 크고 넓습니다. 나무로 이루어진 미로였다면 나뭇가지를 꺾어서라도 꺾어서라도 길을 만들 수 있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 미로는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출구의 출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주한 것들은 길이 없는 막다른 곳뿐이었습니다. 과연 이 미로에 정말 출구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PC는 듣기 판정을 합니다.
듣기 판정 성공 시 > "편지의 처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입니다."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 목소리는… 나무입니다! PC는 나무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돌립니다. 마치 나무가 가야 하는 길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
듣기 판정 실패 시 > "아니야, 더 이상은 미련을 가져서는 안 돼… 결국 여기까지인 거야. 더 이상 편지를 쓰지 마." 저 멀리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 목소리는… 나무입니다! 마치 나무가 가야 하는 길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 … 어째서일까,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과 체념이 가득합니다. |
(PC가 목소리 나는 곳으로 향할 시) 나무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갑니다.
"편지를 받는 그대에게도 내가 사랑하는 여름이 느껴지면 좋겠습니다."
한 걸음,
"이 긴 여름이 어쩐지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대가 나의 여름과 함께해 주셨기 때문일 겁니다."
두 걸음,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눌러 담아 보냅니다. 나의 여름을 그대에게 붙입니다."
세 걸음.
PC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이 미로의 출구입니다. 미로에서 벗어나자 보이는 것은 압도적인 크기의 나무입니다. 길고 두꺼운 가지를 하늘로 향해 뻗은, 푸른 하늘과도 잘 어울릴 법한 거대한 나무 말입니다. 식물학 혹은 자연 판정 성공 시 해당 나무는 나무가 종종 언급했던 후박나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무는 이런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편지를 썼던 것일까요? PC, 거대한 나무를 향해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관찰 판정 성공 시 > 나뭇가지에 무언가 걸려 있습니다. 이 음침하고 뿌연 안개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한 쌍의 반지입니다. |
관찰 판정 실패 시 > 거대한 나무를 빙글빙글 돌며 살펴보던 중 높은 나뭇가지에 반짝이는 무언가 걸려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살펴봐야겠습니다. |
근력, 오르기, 관찰력 판정 가능합니다.
근력 판정 성공 시 > 온 힘을 다해 나무를 흔들어 봅니다.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미는 듯한 느낌이지만, 아주 조금씩 나무가 흔들립니다. 높은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
근력 판정 실패 시 > 온 힘을 다해 흔들어 보지만, 나무는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실패했다면 다른 판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
오르기 판정 성공 시 >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낚아챕니다! |
오르기 판정 실패 시 > 몇 번이나 나무에서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체력 -1 차감, 다른 판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
관찰력 판정 성공 시 > 주변을 둘러보던 PC의 시야에 기다란 나뭇가지가 들어옵니다. 이것을 이용하면 충분히 저 반지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관찰력 판정 실패 시 > 주변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보지만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보이는 것은… 작은 돌멩이 정도일까요? (만일 PC가 돌멩이로 반지를 떨어뜨리려 한다면 투척 판정 필요. 실패 시 다른 판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
※ 만일 PC가 모든 판정에 실패한 경우
살랑살랑 가벼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부드러운 바람은 나뭇잎을 부드럽게 스칩니다.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던 것이 툭—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정확히는 PC의 정수리 위로. PC는 손 안에 들어온 것을 바라봅니다. 다이아몬드 반지. 손가락 크기가 다른 한 쌍의 반지입니다. 반지 표면에는 나무와 PC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PC가 중지에 반지를 끼워 본다면) 반지는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PC의 것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나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제야 반지의 주인인 나무의 얼굴이 조금씩,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마음속 채워지지 않던 무언가가 차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뿌옇던 하늘은 어느새 화창한 여름날의 하늘처럼 바뀌어 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PC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지나갑니다.
앞으로 한 층, 이 옥상의 끝에 도달하면 너를 만날 수 있을까요?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계단을 오르자 보이는 것은 산입니다. 아니, 차라리 평범한 산이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풀 한 포기조차 보이지 않는, 그러니까 발을 삐끗하면 그대로 실족사할 수도 있는 엄청난 경사의 돌산입니다. 잠시만, 저길 올라가야 한다고요? 진심으로? 도시인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이 아닙니까?
"분명 다칠 거야."
어느새 옆에 나타난 '나'가 나지막이 말을 꺼냅니다. 이전과 달리 '나'의 모습이 조금 이상합니다. 나'의 몸이… 반투명합니다.
"놀랐어? 하지만 네겐 기쁜 일 아니야? 네 여정이 끝나면 난 사라질 텐데."
"하지만 '나'는 너이기에, 너의 선택을 존중할 뿐이야."
"그를 되찾고 싶다면 마저 올라가. 혹시 포기하고 싶다면 지금뿐이야. 포기할래?"
PC가 답을 내리기도 전에 '나'는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그래, 그게 네 선택이라면. 행운을 빌게."
말을 마친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클라이밍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약한 몸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서둘러 돌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PC, 오르기 판정을 합니다.
오르기 판정 성공 시 > PC의 예상만큼 험난한 산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PC는 순조롭게 산을 오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중간 지점까지 도착합니다. |
오르기 판정 실패 시 > 차라리 그 거대한 나무를 타는 것이 더 나았을 겁니다. 벌써 몇 번이나 미끄러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에 생채기가 생긴 끝에야 간신히 중간 지점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체력 – 1d2입니다. |
중간 지점에 멈춰선 PC는 숨을 고르며 짧은 휴식을 취합니다. 흐르는 땀을 옷깃으로 닦습니다. 앞으로 반이나 더 남았다니… 그 때, 저 윗편에서 PC를 향해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작은 돌멩이네요. 하지만 그 돌멩이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면? 사실 돌멩이가 아니라 거대한 돌덩이였다면? PC, 민첩 판정 혹은 행운 판정을 합니다!
판정 성공 시 > 재빠르게 몸을 틀어 돌덩이를 피합니다. 몇 초가 지나자 돌산 아래에서 쾅!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슬아슬하게 돌덩이를 피한 PC는 다시 큰 숨을 들이킵니다. |
판정 실패 시 > 재빨리 몸을 틀어 돌덩이를 피하지만 조금 늦고 말았어요! 거대한 돌덩이는 PC의 어깨와 팔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몇 초가 흐른 뒤, 돌산 아래에서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돌덩이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체력 -1d2 차감합니다. |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뒤, PC는 산을 오르는 여정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PC, 오르기 판정을 합니다.
오르기 판정 성공 시 >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남은 여정을 이어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올라온 길보다 비교적 덜 험하다는 것입니다. PC는 가뿐히 정상에 도착합니다. |
오르기 판정 실패 시 >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남은 여정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몸은 마음과 달리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습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를 반복한 지 수 차례. PC는 가까스로 정상에 도착합니다. 손에 긁힌 상처가, 천을 벌겋게 물들인 피자국이 PC의 여정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체력 1d2 차감합니다. |
산의 정상에 보이는 것은… 눈부시도록 빛나는 백색의 문입니다. 계단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이 문이야말로 옥상으로 향하는 문일 것입니다. PC는 망설임없이 손잡이를 그러쥐고 문을 엽니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절벽입니다. 두세 걸음만 옮긴다면, 바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정말 이 길이 맞나요? 사실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요? 다시 저 돌산을 내려가야 하는 걸까요?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을 무렵, 어느새 나타난 '나'는…
"안녕, 나무에게 안부 물어줘."
PC를 있는 힘껏 절벽 쪽으로 밉니다. 잠시만요, 스톱!!! 정말요? 이게 최선이라고요???
눈에 담기는 것은 회색빛 도시입니다. 사람들의 웅성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119를 찾는 외침, 행인들의 비명… 모두 익숙한 나의 세계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PC는 추락하고 있으며,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멈추지 못하는 나의 몸은 검은 아스팔트를 향해갑니다. 아스팔트와 충돌 직전, 눈을 질끈 감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엄청난 통증도, 사람들의 비명도 들리지 않습니다. 조심스레 눈을 떠 주위를 살피자…
BGM - Akira Kosemura, Light Dance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찬란한 여름의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내리비춥니다. 빽빽하던 빌딩 숲은 어느새 푸른 들판으로 변했습니다. 요란스레 소리를 내던 자동차 대신 형형색색의 들꽃이 초록빛 들판을 가득 채웁니다. 이 광경은… 이 푸른 하늘은… 이 녹음은… 여름의, 아니 나무의 편지에 가득 적혀 있던 그 풍경입니다.
PC의 시야에 푸른 들판이 가득 차오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PC의 몸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들판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들판이 움직일 리 없으니 PC가 들판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 잠시만요. 스톱! 이렇게 죽긴 싫습니다! 잠깐만요, 신이 있다면 제발 좀 들어주세요!
PC는 그리 절규하며 두 눈을 질끈 감습니다.
<나의 삶에 그대가 없기에>
"그래, 결국 이곳까지 찾아왔구나."
낯선 누군가가 떨어지는 PC를 살포시 끌어안습니다. 얼떨결에 낯선 사람에게 안겨버린 PC입니다. 한쪽 눈을 올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면…
"나무를 찾으러 왔니?"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성이 PC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낯선 여인은 PC를 내려놓은 뒤 한 걸음 물러섭니다. 그녀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PC를 응시합니다. 그의 눈에서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가 느껴집니다. 인간이 이해해서는 안 될, 그리고 이해하지 못할 심연입니다. (SAN 1d2/1d4) 그런데 어째서, 나무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는 요그 소토스의 분신입니다. 그는 여동생의 모습으로 변장해 나무를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죠. 그리고 PC가 걸어온 길을 본 후, 자신의 호기심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그는 기분이 좋은 상태입니다.)
"정말 그를 만나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그래, 덕분에 재미있었어. 다음에 또 만나자?"
그는 손끝으로 언덕을 가리킵니다. 솟아오른 언덕 위에는 거대한 후박나무 단 한 그루만이 존재합니다. 후박나무는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기다란 줄기를 하늘로 향해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엔딩이 결정됩니다. 만나지 않기를 선택할 경우, 엔딩 2로 진행됩니다.)
<Ending 1. 그저 덧없는 꿈일 뿐입니다.>
BGM - 사카모토 류이치, flower is not a flower
이 바쁜 일상 속에서 편지라뇨. 바쁜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편지란 사치입니다. 아쉽게도 이 편지는 답변해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편지를 정리되지 않은 서랍장 속에 박아 넣습니다. 이 편지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일찍 잠에 드는 것이겠습니다. 내일을 준비하고,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마무리 짓고... 어째서인지 마음 한켠이 뻥 뚫린 기분이 들지만, 별일 아니겠죠. 언제나 늘 그래왔는걸요.
그러면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보낸 PC, 잘 자요.
편지란 나에게 있어서 그저 먼 세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잘 자요, PC.
PC, 생존
NPC, 로스트
<Ending 2. 이것이 우리의 최선입니다.>
BGM - 엔니오 모리코네, The Crisis
그의 말이 맞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만남이 나무에게 큰 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만남으로 인해 나무의 건강에 해가 간다면? 그에게 원망이 섞인 말을 듣게 된다면? 오히려 버틸 수 없는 사람은 PC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만남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오히려 나를 모르고 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그를 위한 일일 겁니다. 그러므로...
"집으로 돌아가자. 이게 너의 최선인걸."
그러므로 이 이별이야말로 우리의 최선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최선입니다.
안녕, 사랑하던 나의 여름.
안녕, 사랑하던 나의 나무.
PC, 생존
NPC, 로스트
<Ending 3.그대를 만나러 왔습니다.>
BGM - Hidetuki Hashimoto, April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 익숙한 인영이 보입니다. 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마음을 비우고 있던 허무가 채워집니다. 갈증이 사라집니다. 높은 언덕을 향해 발을 내딛습니다.
친애하는 나의 여름, 친애하는 나의 나무. 가쁜 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뜀박질을 이어갑니다. 있잖아, 나 정말 너를 만나고 싶었어. 나 정말 너와 다시 만나…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도착한 그곳에는…
"… PC?"
책을 떨어뜨린 나무가 보입니다. 그는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이 사실인지 휠체어에 앉아 있네요.
"아, 어, 그러니까… 이게…"
그는 몇 초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환희가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PC 또한 잊혀졌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함께 장을 보고,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후박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둘만 알고 있던 여름의 낭만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여기서 롤플레잉을 해주세요. 나무의 성향이 어떠할지는 마스터분의 성향에 맡기겠습니다.)
마침내 나무는 무언가 결심한 듯 PC의 손을 잡고 다시금 진심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했었던 고백… 아직도 유효합니까?"
"그러니까… 초라하고 볼품없는 고백이지만, 이 진심은 정말 전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 길고도 짧은 세월 동안 당신의 평생을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회색빛 도시 속 너의 유일한 여름이 되겠습니다."
"회색빛 도시 속 너의 푸른 나무가 되겠습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두 사람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햇빛에 비쳐 반짝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여름, 당신에게 나의 녹음을 전하러 왔어요.
PC, 생존
NPC, 생존
(이후 몸을 회복하여 PC와 함께 살아갑니다. 어느 세계에서 살아갈지는 PC가 선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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