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COC

올해 첫 장마가 내리겠습니다.

TRPG 이나 2024. 5. 14. 23:44



세션카드는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장마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쏟아지는 장마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일관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텔레비전 속에서 흘러나옵니다. 탐사자는 창 밖을 바라봅니다. 아,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첫 장마가 시작된 지 벌써... 아직 우리나라는 태풍의 영향권에..."


그칠 줄 모르는 이 장마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나는 왜 이 비가 그치지 않길 바라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거대한 장마의 울음소리가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비가 그치지 않길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내사항>


추천관계 : 연인관, 개변을 거친다면 상호 소중한 관계
인원 : 타이만
시간 : 롤플레잉에 따라 상이
배경 : 현대
개변여부 : 상황에따라 개변 가능합니다.
KP 난이도 : ★★★★☆
PL 난이도 : ★★★☆☆
로스트 가능성 : 있음
광기 : 단기광기 없음, 장기광기는 운에 따라 생길 수 있습니다.
사망 : 탐사자, kpc 모두 사망 가능성 있음
추천기능 : 관찰, 듣기, 지능, 행운, 오르기


<시나리오에 들어가기에 앞서>


- 트리거_교통사고, 자살, 화재, 인신공양, 자연재해 (장마, 폭우,태풍), 사람 간의 불화, 납치   
키퍼분도 플레이어분도 이점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으셔야합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트리거가 있으신 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 해당 시나리오를 힐링 시나리오라고 속여 플레이하지 말아주세요.
- 해당시나리오의 라이터는 어떠한 범죄나 사고에 옹호하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 본 시나리오는 룰북없는 키퍼링과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 세션카드 커미션은 가능하나 세션카드 내 제 이름 혹은 계정을 기입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나 혹은 @I_NA_TRPG로 기재 부탁드립니다.)
- 스포일러 언급을 금합니다.
- 악의적인 비난이 보일 경우 시나리오 공개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 플레이 이후 플레이 기록을 남겨주시거나 태그해주시면 즐겁게 읽습니다. 후기를 남겨주시면 매우매우 좋아합니다.
- 신화생물에 대한 설정 날조와 개인적인 캐해석이 많습니다. 이 점 유의부탁드리겠습니다.
- 독자적인 설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담>

- 아무리 현생이 현망진창이더라도 여름에는 꼭 한편씩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시기 상 봄인건 안비밀) 사실 이번 여름에도 여름청춘멸망 시나리오를 쓰겠지~ 싶었지만 이번에는 궤도를 달리한 글이네요. 가금 김치찌개집에서 감자탕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네요.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신간내고 싶어~ 라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제가 신간을 낼줄은 몰랐네요. 해당 시나리오는 7월 디페에서 배포본으로 발간 될 예정입니다. 이나야… 마감 잘 할 수 있지? 그치? 그런데 마지막 졸업식 검수와 함께하는 살려주세요. 
- 자세한 여담은 배포본에 써놓았습니다. 아쉽게도 저의 재력상… 많은 권수를 뽑지 못할 것 같습니다.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조금씩 출력해 볼게요.
- 이번에 키보드를 바꾸었습니다. 이전에 쓰던 키보드가 너무 불편해 새로 키드보를 샀는데…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청축 넌 최고의 키보드야.) 키보드를 바꾸니 자꾸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헉, 이나야 현생을 생각해!





※ 이 이하로는 사건의 진상이 계속 됩니다.
세션을 마무리 짓지 못한 탐사자분이라면 열람을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













 

<시나리오의 진상> 



KPC와 탐사자는 현재 요그 소토스가 만든 모형 세계에 갇혀 있습니다. 신이 만든 모형 정원에 두 사람이 갇혀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 사람은 요그 소토스를 위한 제물로 바쳐졌기 때문입니다.

요그 소토스의 사교도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탐냈습니다. 시공간의 신만이 알고 있는 미래라던가, 다른 세계의 신비스러운 우주의 지식과 유물들을 말입니다. 사교도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요그 소토스를 위한 제물을 바치기로 합니다. 그의 자비가 자신들이 있는 곳에 닿길 바라면서 말이죠. (말레우스 몬스트로룸 151page) 

사교도들은 신중히 제물을 골랐습니다. 자신들의 신이 가장 기뻐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며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KPC와 탐사자를 발견합니다. 서로를 믿고, 애정하며, 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빛나고 아름다웠습니다. 사교도들은 두 사람의 눈동자에 가득 담긴 애정을 보고 자신들의 제물에 적합하다 확신했습니다. 그러니까 <요그 소토스가 가지고 놀 만한 장난감>에 충족하는 조건이었죠. 사교도들은 그 즉시 납치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평범한 데이트를 즐기던 두 사람은 사교도들의 습격을 받아 납치되고 맙니다. 그 뒤의 모든 일은 사교도들의 준비대로 일사천리 진행되었습니다. 사교도들은 요그 소토스의 모형 정원에 두 사람을 바칩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신의 유흥을 더하기 위해 Kpc에게 <이 세계를 나간다면 죽고 말 것이다.>라는 세뇌를, 탐사자에게는 <이 세계를 탈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세뇌까지 건 채 말이죠.

차원과 공간의 신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기에, 그리고 탐사자와 kpc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싶기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두 사람을 지켜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주 적은 확률로 그들이 이 세계를 탈출할 수 있도록 기계장치를  세계 곳곳에 심어 놓고 말입니다.

두 사람이 모형 정원을 탈출할 수 있는 기한은 이 장마가 끝나는 날까지.

과연 두 사람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쳐 이 모형 정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과연 두 사람은 이 수몰되기 전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도입 - FLOWING>  

 
bgm - bonjr - if it_s real, then i_ll stay
쏴아아아-, 세계를 삼킬 것 같은 거대한 장마의 소리에 탐사자는 눈을 뜹니다. 낯설지 않은 내 방, 낯설지 않은 나의 침대. 그리고 낯설지 않은 거대한 장마의 울음. 벌써 며칠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끝없는 장마가 내린 지 말입니다. 사흘? 나흘? 아니 그보다 더 되었을까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네요. 한치의 불빛도 허용되지 않는 어두컴컴한 탐사자의 방. 탐사자는 리모컨의 버틀을 눌러 텔레비전의 전원을 켭니다. 화려한 불빛이 스크린 밖으로 쏟아집니다. 단조로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방 안에 가득 울려 퍼집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 저 내리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장마가 익일 오전 6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거센 빗방울이 창문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런 거센 장마를 앞으로 하루나 더 마주해야 한다니. 고작 며칠 햇빛을 못 봤다고 이렇게 감정이 가라앉다니. 그래도 비 오는 소리는 정말 좋습니다. 거센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걱정과 고민이 빗물에 씻겨 나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아, 이 장마가 영원히 그치지 않으면 좋을 텐데. 포근한 이불, 거센 장마, 텔레비전의 소음만이 울리는 이 방. 평안하고 편안한 세계... 정말 이대로 다시 잠들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쏴아아-

 
번쩍! 무거운 눈꺼풀이 올라갑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무척이나 중요한 일인데… 그러니까 그게... 탐사자, 지능 판정 가능합니다. 

지능판정 성공 시 >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코르크 메모판에 무언가 적어 놓았던 것 같은데...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지능판정 실패 시 >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밀린 집안일이 있었습니다.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무언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사자는 침대 옆 수면등을 켭니다. 방 안에 늘러붙은 어둠은 어느새 사라지고 포근하고 따뜻한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탐사자는 익숙한 방을 시야에 담습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쉴 새 없이 떠드는 텔레비전, 수면등 아래의 탁상 서랍, 깔끔하고 단정한 흰 옷장, 탐사자만의 개성으로 꾸며진 책상과 책장, 그리고 책상 앞에 붙여진 코르크 메모판. 이것이 전부입니다. 단정하다면 단정하고 무언가 부족하다면 부족한 방입니다. 

 
■ 쉴 새 없이 떠드는 텔레비전 
일기예보는 어느새 종료되었습니다. 진중한 아나운서의 목소리 대신 시끌벅적하고 유머진 광고들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탐사자도 익숙히 알고 있는 광고입니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이질감과 이름 모를 불쾌감이 하나, 둘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SAN 0/1
 
(요그 소토스가 탐사자를 위해 심어 놓은 장치 중 하나입니다. 탐사자가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말이죠. 탐사자는 뉴스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위와 같은 감정을 동일하게 느낍니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의 전원을 끄거나 혹은 채널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른 채널에서는 장마 특보 뉴스가 방영되고 있네요. 내용은 처음 들었던 뉴스와 동일합니다.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방금 전까지 느꼈던 불쾌감과 이질감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 수면등 아래의 작은 탁상 서랍
흔한 디자인의 탁상입니다.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네요. 
 
■ 깔끔하고 단정한 흰 옷장
윽, 옷장 앞에 마르지 않은 꿉꿉한 옷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습니다. 높은 습기 때문에 옷이 마르지 않아 잠시 이곳에 쌓아 두었던 것을 깜박했었네요. 옷무더기를 발로 스윽 옆으로 밀고 옷장의 문을 엽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혹은 엉망진창으로 쑤셔 박아 넣은) 옷들이 탐사자를 반겨 줍니다. 평범한 나의 옷장입니다.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관찰 판정 성공 시 > 옷장 한구석, 단정히 다려놓은 옷들이 눈에 띕니다. 누가 보더라도 탐사자의 취향이 묻어 나오는 옷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 이 옷을 꽤 좋아했었죠. 특별한 날이나 손꼽아 기다리던 날에는 꼭 이 옷을 입곤 했습니다. 
관찰 판정 실패 시 > 평범한 나의 옷장이네요. 여전히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하긴, 이런 옷장을 보고 중요한 것이 생각날 리 없습니다. 옷장을 닫으려던 순간, 옷장 한구석에 단정히 다려놓은 옷이 눈에 띕니다. 탐사자가 아끼는 옷이네요. 특별한 날이나 손꼽아 기다리던 날에는 꼭 이 옷을 입곤 했습니다.

 
최근 며칠간 장마가 지속되었습니다. 지속되는 장마로 인해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중요한 약속은 잡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단정히 다려진 옷은 탐사자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왜 이 옷만 이렇게 단정히 다려져 있지? 내가 누군가와 만나려던 약속이 있었던가? 중요한 모임이 있었던가? 그때 입으려고 다려뒀던가? 아니면... 내가 잊어버린 기억이 있는 것일까요?
 
(이는 납치 당일 탐사자가 입었던 옷입니다. KPC와 만나는 날은 무엇보다 특별할 테니까요.) 


■ 탐사자만의 개성으로 꾸며진 책상과 책장 
방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곳을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책상과 책장에는 탐사자들의 삶의 흔적들이 가득 놓여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볼펜과 노트, 노트북이 놓여 있습니다. 노트를 읽거나 노트북을 사용해 봐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노트에는 업무와 관련된 내용들이, 노트북을 살펴보아도 평범한 탐사자의 노트북입니다. 특별한 흔적을 남기거나 기록이 담겨있진 않습니다. 

책장을 살펴보면 탐사자가 좋아하는 책, 마음에 들었던 오브젝트, 업무와 관련된 (혹은 전공과 관련된) 서적등 다양한 물건들이 놓여 있습니다. 저 고양이 모양 오브젝트는 플리마켓에서 구매했던 물건이고, 이 책은 추천을 받아서 샀었던... 


......... 


잠시만, 무언가 이상합니다. 분명 '오브젝트를 구매했던' 기억은 떠오릅니다만 구매 당시 누군가와 함께 있었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분명 즐겁게 읽은 책이지만 '추천해 준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내 삶의 흔적이 녹아든 이곳에 이름 모를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들이 가득합니다. 언제, 어디서, 왜, 무엇, 어떻게 해서 내 방에 흘러들어오게 된 이유는 전부 생각나지만 오로지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무언의 공허가 밀려옵니다. 망각에 대한 대가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SAN 1/1D2

 
 
■  책상 앞에 붙여진 코르크 메모판.
메모판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빨래 다시 돌리기], [외출 시 창문은 반드시 닫을 것], [슈퍼마켓에서 식재료 사 오기.]
일상적인 메모들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장마가 끝나는 날을 반드시 기억해.]
[탐사자, 잊지 마. 네가 누구와 있었는지.]
[기억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해.]
 
(모든 조사가 끝난 뒤 다음과 같은 지문을 이어 갑니다. 만일 탐사자가 조사를 포기하거나 잊어버린 기억에 대하여 어떠한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그대로 엔딩을 맞이합니다. ENDING 1)
 
 bgm -antent - in your arms 
수면등이 두어 번 깜박이더니 그대로 빛을 잃습니다. 시끄럽게 흘러가던 텔레비전의 목소리도 뚝- 멈춥니다. 시간이 멈춘 것 마냥 세상의 정적이 찾아옵니다. 반복되고 불규칙적인 빗소리만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쏴아아-
쏴아아아-

 
탐사자는 중요한 무언가를 마침내 떠올립니다. 당신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잊어버려서는 안 될,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의 KPC말입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 꼬입니다. 무척이나 혼란스럽습니다. 나는 왜 그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렸던 거지? 그와 장마기간 중 데이트를 하자고 했던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건가?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리고 질문의 끝은 엉뚱하게도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로 맺어집니다. 이 해답은 마치 뇌에 각인된 것 마냥, 프로그램에 명령어를 입력한 것처럼 온몸을 지배합니다. 다시금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지금은 전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탐사자는 비가 내리는 이 폭우 속 외출을 결정합니다. 어디를 나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집을 벗어나는 것이 첫 관문이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는 것. 이것은 요그 소토스의 장치 중 하나입니다. 탐사자는 소중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갈망하였기에 요그 소토스의 장치가 작동한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기억을 포기하고 조사를 거부한다면 편안하고 우울한 이 공간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여생은 그다지 길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그 소토스가 만들어낸 이질감을 거부하고 안락하고 평안한 여생을 원해 이곳에서 탈출을 포기했습니다.)
 

<수몰되지 않는 세계>  

 
집 밖으로 나온 탐사자는 가느다란 우산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쥡니다. 거센 바람 탓에 우산이 거꾸로 뒤집혔다 펴지길 반복합니다. 창 밖으로 보던 풍경과 직접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다른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토독-토독-

 
우산 위를 날뛰는 빗방울의 소리가 들립니다. 바닥을 힘차게 구른 빗방울들은 탐사자의 바짓자락을 적십니다. 지독한 장마입니다. 눅눅한 습기 덕에 불쾌지수는 끝없이 상승하네요. (야외에 있을 경우 모든 판정을 -5 차감한 상태로 다이스를 굴립니다. 실내에 진입할 경우 다이스는 정상 수치로 돌아옵니다. 이는 이 시나리오 한정 하우스 룰입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역시 KPC를 만나는 게 우선이겠습니다. KPC는 작은 대교 건너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  탐사자가 오토바이 및 자동차를 소지하고 있다면
→ 근방에 큰 교통사고가 벌어졌다는 뉴스를 떠올리게 됩니다. 자동차로 이동은 불가능할 것 같네요. 우리에게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으니 열심히 KPC의 집까지 걸어가 봅시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불쾌한 감정이 밀려듭니다. 이 꿉꿉한 습기는 여름을 싫어하게 만듭니다. 원래부터 여름을 싫어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이 상황에 핑계를 대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거센 비바람은 탐사자의 옷을 진하게 물들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느다란 우산 손잡이를 다시금 꽉 쥡니다. 그 순간,
 
탐사자, 행운 판정 합니다.

행운 판정 성공 시 >중형의 자동차가 주시등을 켜고 탐사자를 향해 돌진합니다. 유리창 너머 운전자는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습니다. 

운전자에게 관찰력 판정 가능합니다. 관찰판정에서 성공 시 아주 찰나의 시간 속 마주한 운전자의 눈동자에 그 무엇도 담겨 있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다급함도, 절박함도, 놀람도 그 무엇 하나 없는 표정이었습니다. 

끼익!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행운 판정 실패 시 > 중형의 자동차가 주시등을 켜고 탐사자를 향해 돌진합니다. 유리창 너머 운전자는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습니다. 

운전자에게 관찰력 판정 가능합니다. 관찰판정에서 성공 시 아주 찰나의 시간 속 마주한 운전자의 눈동자에 그 무엇도 담겨 있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다급함도, 절박함도, 놀람도 그 무엇 하나 없는 표정이었습니다. 

촤아아악!! 

자동차가 방향을 바꾼 것은 좋았지만 웅덩이에 고인 물이 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죠. 막을 새도 없이 물벼락을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
 (온몸이 젖어 체온이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체력 -1 감소합니다.)

 

콰앙!!!!!

 
탐사자에게 달려들던 자동차는 방향을 바꾸어 전봇대를 들이박습니다. 보닛의 형태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습니다. 매서운 불길이 솟구칩니다. 충돌로 인해 제 몸을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 전봇대는 자동차의 위로 제 몸을 길게 늘어트립니다. 콰앙! 다시금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SAN 1d2/1d4 

(이 사람은 탐사자와 KPC와 마찬가지로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탐사 중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운전자는 연인을 설득 후 함께 이 모형정원을 나가려 했으나 연인은 끝끝내 탈출을 거부하고 맙니다. 그는 결국 홀로 탈출을 감행했으나 불가능함을 깨닫고 절망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입니다.) 


...... 쏴아아아아- 


■ 탐사자가 119 혹은 112에 신고할 경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 차량 내부의 사람을 구하려 할 경우 
이미 불이 붙은 차량에서 사람을 구해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차량을 살펴볼 경우 
운전석에 앉아 있던 운전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차량 내부에 보이는 것은 붉게 번지는 화염뿐입니다. 탐사자가 본 사람은 사실 귀신이었던 것일까요? SAN 0/1 
그 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차주의 이름이 라일라라는 것이겠네요. 반쯤 불타버린 전화번호판에 라일라라는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요그 소토스의 제물이 사망하기 직전 모형 정원에서 회수된 것입니다. 요그 소토스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탐사자는 결국 불이 붙은 자동차를 지나칩니다.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그와 동시에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끝없이 듭니다. 나가야 해. 나가야만 해.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장마 속 세계의 탐사자와 KPC>  

추적,추적-

 

Bgm - Reidenshi November 8
세찬 빗줄기는 우산으로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비에 젖지 않는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입니다. 신발에도 물이 가득 고여 찝찝함을 더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비가 그치지 않길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형용할 수 없는 이 기괴한 믿음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도착한 곳은 작은 대교입니다. 이 야트막한 대교를 건넌다면 곧 탐사자의 집에 도착할 수 있겠습니다. 대교 입구에서 이질감을 느낀 탐사자, 지능 판정 가능합니다.

지능 판정 성공 시 > 이렇게 거센 폭우가 내리는데 어째서 강물이 범람하지 않는 거죠? 침수의 위험이 있다면 안내표지 혹은 안전라인 테이프가 쳐져 있을 겁니다. 탐사자의 시선이 강가로 향합니다. 빠르게 흘러야 할 강가의 물줄기는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마치 장마라는 단어를 모르는 듯이. 
지능 판정 실패 시 > 대교 너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악어의 아가리인지 모르고 머리를 들이미는 짐승의 기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분명 이 대교를 넘는다면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 본능이 속삭입니다. 

 
(이 쏟아지는 비는 적정선 이상으로 고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하천도 범람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역시 요그 소토스의 장치 중 하나입니다.) 

불길한 예상과는 달리 탐사자는 무사히 대교를 건넙니다. 다리가 흔들리지도, 낯선 사람을 만나지도, 어떠한 사고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에 무엇인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교를 건너자 곧장 보이는 것은 KPC가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수십 번을 온 곳이지만 낯섦을 느낍니다. 장마가 몰아치는 날 이곳에 온 적 없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처음 본 색다른 모습에 낯섦을 느끼는 것일까요? 탐사자는 관찰력 판정 가능합니다. (탐사자의 본능은 이곳이 원래의 세계가 아님을 눈치채고 낯섦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관찰력 판정 성공 시 > 희뿌연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지 며칠째입니다. 이른 오후라곤 하지만 어두컴컴해 전등을 켤 법합니다만... 마을 어느 곳에서도 불빛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KPC의 집에서도 말이죠.
관찰력 판정 실패 시 > 희뿌연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지 며칠째 입니다. 이른 오후라곤 하지만 어두컴컴해 전등을 킬 법 합니다만... KPC의 집에서 불빛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이곳은 모형세계. 오직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모형세계에 갇힌 제물들은 요그 소토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불을 끄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행동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탐사자는 곧장 KPC의 집으로 향합니다. 탐사자는 닫혀있는 현관문을 두드립니다. 내부에서는 어떠한 기척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현관문을 연다.’라는 선언이 있을 경우 탐사자는 KPC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별다른 열쇠나 비밀번호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두컴컴한 KPC의 집안 내부를 살핍니다. KPC는 어디에 있을까요? 거실, KPC의 방, 화장실, 부엌, 발코니 중 한 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를 먼저 찾아보나요? (KPC는 KPC의 방에 있습니다.) 

KPC는 침대에 쪼그려 앉아 창 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초점 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아나운서의 단조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일기예보 방송이 귓가를 스칩니다.

 

 

"올해 첫 장마는 익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종료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장마가 끝난 후 폭염 주의보가..." 
"다음은 호우주의 행동요령에 대하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

 

 
탐사자가 인기척을 내거나 KPC곁으로 다가가도 KPC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KPC와 롤플레잉이 가능합니다. 

● KPC를 살펴본다는 선언을 할 경우 
→ 당신이 익숙히 알고 있는 KPC입니다. 다만 얼굴에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네요. 탐사자가 알고 있는 KPC보다 몇 배 더 차분해 보입니다. 그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사 하나가 빠진 사람 같습니다. 

● 텔레비전을 살펴볼 경우 
→ 텔레비전에서는 동일한 내용의 일기예보가 끊임없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채널을 돌리면 광고가 송출되고 있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질감과 불쾌감이 느껴집니다. 더 나아가 메스꺼움이 몰려옵니다. SAN 0/1
 

bgm - blue.mp3- forever dreaming
● 무엇을 하고 있었나? 
→ 그저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탐사자는 KPC의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집념이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후 KPC는 탐사자에게 
"네 눈동자에 엄청난 집념이 가득 차있어. 왜 그래?"라는 말을 이어합니다. 탐사자가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여도 KPC는 묵묵부답으로 답을 하거나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 왜 너를 찾는 나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는가? 
→ 창 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 네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 미안하다. 

● 왜 불을 켜고 있지 않았나? 
→ 켜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는 KPC에게도 각인된 본능입니다. 요그 소토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불을 켜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불은 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나와 함께 밖으로 나가자. 이곳은 무언가 이상하다. 
→ 그 말을 들은 KPC는 겁에 질린 얼굴로 탐사자의 팔을 붙잡습니다. 붙잡은 팔에는 그의 강한 악력이 느껴집니다. 빈 껍데기 같았던 그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여기를 나가선 안돼. 여기서 나간다면 모두 죽어버릴 거야.” 
“집이 안전하잖아. 밖에 나갔다가 거대한 물살에 떠밀려 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뉴스에서도 폭우주의보라고 지금 안내하고 있잖아. “ 
”장마가 오는 날 밖으로 나가자니… 다시 한번 생각해 줄래, 탐사자? “ 

등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사실 kpc의 이야기는 전부 상식 선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이런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밖을 나가다니, 폭풍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KPC와 함께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KPC는 나갈 생각이 전혀 없군요. 일단 주변을 둘러보며 KPC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 KPC의 방을 조사할 경우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는 텔레비전, kpc의 옷장, 벽면에 붙은 액자와 사진들, kpc의 흔적이 잔뜩 묻어나는 책장과 책상들. 그리고 침대 옆 비가 쏟아지는 거대한 창. 방을 살펴보던 탐사자는 정형화된 방에 이질감을 느낍니다. 그야… 방의 구도, 가구의 배치… 모두 탐사자의 방과 흡사하지 않던가요? 탐사자의 집과 동일한 가구 배치가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San 0/1 

그럼에도 불구하고 kpc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 기이한 방을 샅샅이 털어보는 수밖에요. 

■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는 텔레비전 
이전과 동일합니다. 다만 광고를 바라보는 kpc 또한 표정이 좋진 않군요. (KPC는 탐사자와 동일한 감정을 느낍니다.) KPC에게 말을 건네거나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할 경우 “저 광고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기괴함과 이질감을 느낀다. 일기예보를 볼 때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라고 합니다. (Kpc 또한 이 모형 정원의 피해자이기에 탐사자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 

■ 옷장 
kpc의 옷장이네요. 단정하게 정리된 옷들이 탐사자를 반깁니다.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관찰 판정 성공 시 > 옷장 한구석, 단정히 다려놓은 옷이 보입니다. 당신과 데이트를 할 때 KPC가 즐겨 입었던 옷이네요. 데자뷔가 느껴집니다.
관찰판정 실패 시 > 평범한 KPC의 옷장입니다. 하긴, 이런 옷장을 보고 중요한 것이 생각날 리 없습니다. 옷장을 닫으려던 순간 갑작스러운 데자뷔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옷장 안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옷장 한구석 단정히 다려놓은 옷이 보입니다. 당신과 데이트를 할 때 자주 즐겨 입던 옷입니다. 데자뷔가 느껴집니다.



… … …

똑같은 위치의 옷장. 단정히 다려 놓은 옷. 
 
탐사자가 옷장을 열었을 때 느꼈던 감정의 데자뷔.

…. … … 무언가 잘못되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형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옷장 액자와 사진들 
탐사자와 KPC가 여러 장소에서 함께했던 사진들이 잔뜩 붙여져 있습니다. (이때 여러 시나리오를 거쳐온 페어라면 그간 함께 지나쳐왔던 공간들의 사진이 담겨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이전에 함께 했었던 추억의 일부분 생각나는 연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은 이전 봄에 KPC와 함께 찍은 사진이고, 이 사진은 얼마 전 전시회에서… 여러 사진을 보며 최근의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 봅니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 첫 장마가 온다는 말을, 그러니까 태풍이 온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큰 장마가 온다면 며칠 전부터 온갖 매체에서 안내 방송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탐사자는 오늘 아침에서야 장마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위화감 없이 장마가 진행 중임을 자연스레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왜 장마가 진행 중이라고 생각을 한 거지? 

왜? 어째서? 나는 이 장마 이야기에 대한 위화감을 이제야 느끼는 것이죠? 
기억을 부정당한 탐사자, 산치체크입니다. San 1d2/1d3 

■ 책장과 책상들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탐사자의 방과 똑같은 구성으로, 비슷한 오브젝트로 꾸며져 있군요. 다만 이제는 저 오브젝트를 함께 구매한 사람이 탐사자라는 것을, 저 액세서리는 탐사자가 추천한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기억해 냅니다. 책장을 살펴본다라는 선언이 있을 경우 KPC의 취향 외의 책이 한 권 꽂혀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요그 소토스가 두 사람에게 주는 주는 아주 작은 아량입니다. 사실상 KPC를 위한 기계장치였으나 탐사자가 먼저 발견하게 된 것이죠. ) 

모독스럽고 표독스러운 느낌을 주는 표지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책을 읽어 본다면 외국어(영어), 외국어 (라틴어) 판정 혹은 교육 판정 가능합니다. 영어가 모국일 경우 모국어 판정 기능을 굴려주세요.

판정 성공 시 > 알 수 없는 글씨가 가득한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물의 명단]이라는 소제목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보입니다. 그중 눈에 띄는 이름이 세 가지 있습니다. [라일라 에스아테넨], [탐사자], [KPC]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비로 인해 유지되는 모형 정원. 비가 그치면 모형 세계는 수몰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만일 라틴어에 성공했다면 영문 이름이 아닌 라틴어로 기입되어 있습니다.)
판정 실패 시 > 알 수 없는 글씨 속 유일한 영어페이지를 찾습니다. 소제목으로 

[A list of offerings]이라고 적혀 있는 페이지입니다. 그중 눈에 띄는 세 명의 이름이 보입니다. 
[Lyla…], [탐사자의 영문 이름], [KPC의 영문 이름]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탐사자의 모국어로 [비로 인해 유지되는 모형 정원. 비가 그치면 모형세계는 수몰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 거대한 창문 
거대한 창문 너머에는 암울한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이 장마가 끝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KPC를 설득하거나 이상한 점에 대하여 물어볼 수 있습니다. 

◈ KPC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 
Kpc에게 “이곳에서 나가자.”라는 설득을 할 경우 대인기능 판정 및 상황에 맞는 판정 가능합니다. 단 실패 뒤 강행을 시도할 경우 강행 실패에 대한 결괏값이 크다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탐사자가 Kpc에게 대인관계 및 상황에 맞는 판정에 성공했다면 kpc 또한 그에 맞는 대항 판정을 합니다. 탐사자에게 대항 판정을 할 만큼 요그 소토스에게 깊이 세뇌 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대인관계 및 상황에 맞는 판정이 아니더라도 kpc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KPC의 집으로 오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으며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이 지금도 진행 중이니까요. 혹은 탐사자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KPC에게 말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 Kpc와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탐사와의 대화를 통해 KPC 또한 모형 세계에 대하여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앞서 말한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말한다면 “이곳에서 나간다면 우리는 죽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마치 머리에 각인된 것처럼 이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실제로 이곳에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첫 장마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 탐사자가 Kpc의 옷장을 살펴보았다면? or 우리가 만나기로 했었던 날이 근래에 있었나? 
→ 무언가 이상하다. 우리는 분명 그날… 아니, 무언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장마가 시작되기 전 짧은 데이트를 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전혀 기억이 없다. 마치 누군가가 기억을 삭제한 것처럼 말이다. 

(KPC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 최근 장마가 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나? or 액자와 사진들을 보고 난 뒤 사진에 대한 질문할 경우 
→ 너와 함께했던 기억은 전부 난다. 어떻게 그 추억들을 잊을 수 있겠느냐. (긴 침묵) 무언가 이상하다. 오늘 아침에서야 나는 장마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뉴스를 위화감 없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상하지 않는가? 하지만 난 네가 말하기 전까지 이 이상함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 탐사자가 KPC에게 제물에 관련된 책을 보여줄 경우 
→ 나는 이런 책을 집에 둔 기억이 없다. 어째서 이런 책이 우리 집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BGM - distorted memories
모든 대화와 조사가 끝난 뒤 KPC는 탐사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고백합니다. 그의 안색은 희게 바래져 있습니다. 

“… … 있잖아, 탐사자.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정상적이지 않다 느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방 안에 틀여 박혀 있고 싶어." 
"그래야 안전할 것 같아. 이곳을 나간다면 누군가에게 잡아먹힐 것만 기분이 들어. “ 
"하지만…" 
”난 나보다 너를 믿고 싶어. “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너도 눈차 챘겠지. 지금의 나는 ‘나가지 않겠다’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너 또한 느꼈을 거야. 너 역시 ‘반드시 나가야만 한다.‘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세뇌한 것만 같아." 
"그럼에도 나는 너를 믿어. 함께 나가자." 

KPC는 탐사자와 함께 밖으로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이 세계에서 탈출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비가 그치기 전까지 탈출할 수 있을까요? KPC는 탐사자의 생각을 읽은 듯 말을 이어나갑니다. 

“저기. 저기로 가야 해."



KPC는 창 밖 너머 높은 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안개가 자욱한 산은 음산한 느낌을 주네요. 정말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저 산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에게 잡아먹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아니, 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아. ‘저곳에 가서는 안돼.’라고 말이야." 

”네가 이유도 모른 채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난 나는 이곳에서 탈출해서는 안된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잖아?" 

”그렇다면 나는 제일가기 싫은 곳이 너에게는 가야 하는 곳일 거야. 네가 오기 전부터 나는 저 산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차였고. “ 

”탐사자, 너는 어떻게 생각해? “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떨림이 느껴집니다. 그는 정말로 저 산에 가기 싫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은… 
너무나도 당연히 저곳에 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저곳에는 모든 정답이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얼굴을 본 KPC는 다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비를 건넵니다. 


”가자. 이제 내 목숨이란 판돈을 전부 너에게 걸었어. 올인했으면 끝까지 함께해야지. “ 


눅눅하고 우울하던 그의 눈동자에 행복이 반짝입니다. 장마에게 인질로 잡혀있던 그를 돌려받은 기분입니다. KPC의 목소리에서 여전히 떨림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는 탐사자의 손을 잡고 먼저 앞으로 향합니다. 두 사람은 방문 밖으로, 집 밖으로, 마을 밖으로 향합니다. 간혹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 서려 있지만 마주 잡은 두 손에는 확신이 차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빗줄기라도 이 손은 떼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함께라면 이 끝없는 장마를 이겨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탐사자와 KPC는 사람의 소리를 듣습니다. 듣기 판정 가능합니다.

듣기 판정 성공 시 >억센 빗줄기 속 들리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방향은… 왼쪽이군요. 

”이곳에서 나가야 해! 아니, 나가야 한다고. 제발… 부탁이야. “ 
”왜 우리가 이곳에서 나가야 해? 이거 놔! 제발 내가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난 이대로 신에게 잡아먹히고 싶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이잖아. 신이 왜 우리를 잡아먹어? 오히려 장마에게 잡아먹히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은 바로 너야!" 

이와 같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더라도 두 사람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다툼에 집중합니다. 탐사자와 KPC가 이를 중재하려거나 설득해도 두 사람은 싸움을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신경을 끄라며 두 사람을 쫓아냅니다. 신과 관련된 사항을 물어보아도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설득 및 대인관계 판정 또한 통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두 사람은 타인의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두 사람은 탐사자와 KPC가 하는 말과 쏟아지는 빗소리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한 사람은 요그 소토스의 장치들을 본 뒤 이 세계가 가짜임을 깨달았고 한 사람은 요그 소토스의 장치를 보지 못해 모형세계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만일 탐사자가 KPC를 설득하거나 증거물들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KPC 또한 저 사람들과 같은 반응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듣기 판정 실패 시 >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빗소리에 목소리가 잠겨 어떤 말을 하는지, 어디에서 목소리가 들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일 사람을 찾는다는 선언이 있을 경우 행운 판정을 굴립니다. 성공 시 듣기 판정 성공으로 간주,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찾게 됩니다.) 

 

<물의 장벽과 가라앉는 모형 정원>

BGM - vague003-drowning

KPC와 탐사자는 거대한 산 입구에 다다릅니다. 안개가 자욱한 산은 경외감과 두려움을 두 사람에게 선사합니다. KPC 희게 질린 얼굴로 말을 꺼냅니다. 

“올라가야겠지…” 
“진짜로 올라가야겠지…” 
“정말로 올라가야겠지…” 

여전히 이 산이 두렵고 무서운 KPC입니다. 하지만 탐사자는 탈출에 대한 확고한 확신을 가집니다. 두려움에 떠는 KPC의 손을 그러쥡니다. 이번에는 탐사자가 먼저 산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 … … 허억-,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보통 마을 뒷산이라고 한다면 나무로 만든 데크나 계단이 있지 않던가요? 이곳은 흙과 돌무더기뿐입니다. 사람의 손길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탐사자, 연속 3번 오르기 판정을 합니다.

오르기 판정 3회 성공 시 > 아무 탈 없이 상처 없이 산 중턱까지 올라오기에 성공합니다. 미끄러운 흙도, 이끼가 잔뜩 낀 돌도, 앞을 볼 수 없는 안개도 두 사람을 방해하진 못했습니다. 숨만 조금 차오르는군요.
오르기 판정 1~2회 성공 시 > 비 오는 날의 산행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이끼가 잔뜩 낀 돌, 미끄러운 흙,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넘어진 횟수를 세는 것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양 무릎과 손바닥에는 붉은 상처가 가득합니다. 두 사람은 어렵게 산 중턱을 도착합니다. (체력 -1 감소합니다.) 
오르기 판정 전부 실패 시 > 등산에 재능이 없다는 것은 물론이요, 비 오는 날의 산행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이끼가 가득한 돌, 미끄러운 흙,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뾰족뾰족한 나뭇가지. 넘어진 횟수를 세는 것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양 무릎과 손바닥에는 붉은 상처가 가득합니다. 신발은 어느새 흙투성이가 되어있네요. 두 사람은 겨우겨우 산 중턱에 도착합니다. (체력 -2 감소합니다.)


산 중턱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동굴입니다. 일반적인 동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굴 내부에서는 불길하고 모독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니다. 동시에 탐사자는 이 모형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 동굴 안에 있음을 직감합니다. 이 역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이지만 말입니다. 

■ 동굴 내부를 살펴볼 경우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동굴 안쪽으로 돌을 던지거나 큰 소리를 내도 동굴 내부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탐사자가 곧바로 동굴 내부로 진입하려 한다면 KPC는 탐사자의 팔을 잡고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의 시선은 산 아래로 향해 있습니다. 지나쳐온 마을을 바라보고 있군요. 탐사자 또한 산 아래로 시선을 옮깁니다. 마을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들의 행동은 하나같이 일관되어 있습니다. 격양된 태도를 보이며 상대를 설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낯익은 마을을 눈에 담고 있을 무렵 마을 뒤편 일렁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뿌연 안개 너머 일렁이는 것은 거대한 물의 장벽입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무너질 것만 같은 모양새입니다. 너무나도 투명해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저 장벽이 갑작스레 무너진다면… 이 세계는… 이제야 책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새장의 문을 열다.>

 

BGM - antent - hope to see you again 
동굴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동굴 벽면에 걸려 있는 수많은 횃불들이 켜지며 내부를 환히 밝힙니다. 기다란 동굴 끝에는 두 갈래 길이 보입니다. 왼쪽과 오른쪽길로 나뉘어 있네요. 두 사람은 어느 길로 향하나요? 

■ 왼쪽 
구불구불한 길의 끝에 보이는 것은 문자로 점철된 벽면과 그 가운데에 작동되고 있는 영사기입니다. 알 수 없는 문자를 읽으려 할 경우 지능 판정 - 어려운 성공을 해야 합니다.

지능 판정 어려운 성공 시 > 이 글씨를 읽을 순 없으나 머릿속으로는 이해합니다.
[수몰되는 세계의 종말을 위대한 우리의 신께 바치는]라고 적혀 있습니다. 


영사기를 살펴볼 경우 - 한쪽 벽면에 영상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영상 속의 사람은 탐사자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 일전에 탐사자가 보았던 라일라라는 여성입니다. 자동차 운전자인 그녀요! 그녀는 연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이곳에서 나가자 설득합니다. 하지만 남성은 그녀를 철저히 외면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네요. 라일라는 거세게 문을 두드리지만 남성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절망한 라일라는 자동차의 시동을 켠 다음 액셀을 밟습니다. 그녀의 눈 속에는 체념이 가득합니다. 죽음이 그녀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시야에 탐사자가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암전.

동영상이 끝나자 동굴을 밝히던 횃불이 빛을 잃습니다. 깜박, 깜박. 몇 초 지나지 않아 횃불과 영사기는 빛을 되찾습니다. 영상에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다름 아닌 탐사자입니다. 영사기는 탐사가가 겪었던 모든 것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재앙 속 소중한 이를 찾아가는 가장 다정한 이야기가 KPC의 눈에 담깁니다. 

(이후 KPC와 잠시 롤플레잉을 하거나 탐사자에 대한 감정을 말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외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네요.

■ 오른쪽길 
울퉁불퉁한 바닥을 밟으며 도착한 곳은 거대한 제단이 놓여 있는 터입니다. 주변에는 피를 머금은 꽃들로 인해 혈향이 매우 짙습니다. SAN 0/1 

탐사자와 KPC는 이 제단을 알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야... 이 제단은 두 사람이 누워있던 제단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의문을 품고 있던 수수께끼가 하나, 둘 풀리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눈빛에 가득 차오른 것은 경악과 공포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야 할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두 사람의 데이트날이었으니까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서로에 대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사소한 것들로 서로를 채우는 하루였습니다. 장마가 찾아오면 여러 이유로 만나지 못하니 두 사람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일상은 불쑥 찾아온 불청객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검은 로브의 사제들은 탐사자와 KPC를 납치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탐사자도, KPC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탐사자 KPC가 눈을 뜬 곳은 제단 위였습니다. 온전치 못한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하기 힘들었습니다. 검은 로브의 사제들은 제단 아래에서 기이한 주문을 읊고 있었고 지독한 혈향과 역겨운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했습니다. 주문이 진행되면 될수록 두 사람은 점점 의식을 잃어갔습니다. 암전 되는 시야 속 선명히 들린 말이 있습니다.

“암시가 끝났으니 제물들은 곧 모형 정원에 넣어질 것이다. “ 
”위대한 그분께서는 이들이 서로 믿지 못해 자멸하는 과정을 굽어 살피실 테지. “ 
“위대한 신의 유희는 곧 우리의 행복이요, 그분의 배부름은 우리의 풍요를 불러올지니.” 
”요그 소토스 님이시여,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탐사자, 산치체크 합니다. SAN 1d3/1d5


우리는 요그 소토스라는 신의 제물이 되어 이곳에 도착하였으며,
사교도들은 탐사자와  KPC에게 상반되는 세뇌를 걸었으며,
그들이 말하는 위대한 신은 우리가 자멸하는 과정을 생생히 즐기고 있다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느새 탐사자와 KPC가 입고 있던 옷은 두 사람이 납치되었던 날 입고 있던 옷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장롱에 단정히 걸려 있던 그 옷들 말입니다. (이 이상 조사 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조사 후 갈래길로 되돌아온다면 가운데길이 새로 생겨있습니다. 마치 이곳이 끝이라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가운데길 
발걸음을 내딛을수록 횃불의 불이 점점 더 거세게 타오릅니다. 그리고 그 끝 기괴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차원을 가른듯한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저곳이 출구입니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이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발을 내딛는 순간, 

두 사람의 시야에 팔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발걸음을 멈춘 두 사람은 낯선 사람을 눈에 담습니다. 그는 인간의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아름다움을 가진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탐사자와 KPC를 훑어봅니다.

BGM - antent, my head is empty - nothing ever changes

“너희가 첫 번째야?” 

엄청난 중압감이 두 사람을 짓누릅니다. 본능적으로 두 사람은 단박에 눈치챕니다. 저 사람이 위대하신 그분이라는 것을. 사교도들의 신인 요그 소토스라는 것을. 

“눈치가 빠른 인간들은 이래서 좋아.” 
“오랜만의 유흥에 나도 즐거웠단다.” 
“수 세기동안 비슷한 유형의 제물을 받다 보니 좀 지겨웠거든.” 
“그래, 이제는 제물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썩은 동아줄 몇 개는 내려줘야겠다 생각했어.” 
"그 동아줄이 내 생각보다 튼튼했나 보네." 
”설마, 이 정도만 가지고 탈출하리라고 생각하진 못했지만. “ 
“덕분에 재미있었어.” 
“다른 세계의 너희들에게도 시험해보고 싶을 지경이야. “ 

그는 비아냥거리며 손뼉 칩니다. 

”내가 너희 나타난 이유는 별거 없어. 이곳에서 처음 탈출하는 제물이 누구일지 궁금해서 찾아왔을 뿐이야. “ 
”너희는 이 모형 정원에서 탈출할 자격이 충분히 돼. 시간도 아슬아슬하게 맞췄고 말이지. “ 
“너희가 존재하던 세계에서도 비가 그쳤을 테니 쟁취해 낸 삶을 어디 한 번 끝까지 마주해 보렴. “ 

그 말을 끝으로 온몸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집니다. 인간의 말로 설명할 수 없던 존재 또한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흔적조차 남지 않아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두 사람을 방해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올해 첫 장마가 끝날 시간이네요. 
(두 사람이 차원의 관문을 넘어갈 경우 엔딩 2로 이어집니다.)



Ending_1. 수몰되는 모형정원 

BGM - courten - deep

… 도대체 어떤 헛소리를 적어 놓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기억해야 한다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확실히 밖으로 나가야 하긴 합니다. 이 장마가 끝나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지만요. 암울한 현실을 이렇게 베베 꼬아서 적다니,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시원스레 쏟아지는 빗소리가 마음이 듭니다. 아, 세상이 전부 수몰해 버린다면 내일도 오지 않겠죠. 그렇다면 고통스럽고 힘든 일들은 전부 사라질 텐데. 그렇게 모두가 수몰되는 세상이 온다면 행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침대에 다시금 몸을 뉘입니다. 전등의 버튼을 끕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 또한 전원을 끕니다. 이렇게 평온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시원히 이 장마에 쓸려 간다면…

Ending_수몰되는 모형정원 
탐사자, KPC_로스트
빗소리와 함께 암전 되는 세계.
그 끝이 평안하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엔딩이 아닐까요?


Ending_2. 올해 첫 장마가 종료되었습니다.

BGM - arne - haruka nakamura

따스한 햇빛이 무겁게 덮인 눈꺼풀을 간지럽힙니다. 끔벅끔벅, 흐릿한 시야너머 보이는 것은 눈부신 푸른 하늘입니다. 두 사람은 kpc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있네요. Kpc 또한 부스스한 얼굴로 탐사자를 보며 옅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탐사자를 조심스레 끌어안습니다. 창문 밖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해가 쨍쨍합니다. 새하얀 뭉게구름이 여유롭게 흘러갑니다. 끝없는 하늘은 맑고 투명합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여름의 일부분입니다. 고요한 적막을 깬 것은 텔레비전의 일기 예보입니다. 아나운서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모형 정원에서 들었던 것과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올해 첫 장마는 금일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정부는 이번 태풍으로 인한…” 

잠시만, 장마가 끝이 나요? (핸드폰 전원을 켜 시간을 확인해 보거나 달력을 확인해 본다면 일주일이 지나있습니다.) 우리가 모형 정원에 있는 동안 이곳에서도 큰 장마가 왔나 봅니다. 으윽, 당분간 장마는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 그곳에서 보았던 거센 장마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이 지구에 영원하는 이상 장마는 끝없이 우리에게 얼굴을 들이밀겠죠. 
이 끝없을 것만 같은 빗줄기에 때때로 울적한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장마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쟁취해 낸 삶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장마를 이겨내는 법이겠습니다.

Ending_올해 첫 장마가 종료되었습니다.
탐사자, KPC_생존 
너와 함께 살아갈 오늘과 내일. 
너와 함께 쟁취해 낸 우리의 삶.
때때로 거센 장대비가 우리를 덮친다 해도 기억해.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