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리오 개요>
탐사자, 당신은 오래전 이세계 전송 트럭에 치여 [세계를 위한 데드라인]이라는 삼류 로맨스 판타지의 미소녀 악녀 [로제타 펠레스티나]에 빙의하고 말았습니다. 정해진 죽음을 피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선행을 저지르자, 어느새 '제국의 별'이라는 호칭을 달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이름을 칭송해요! 다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사실 당신은 게으름뱅이에, 탈주 본능 스탯을 MAX로 찍은 최저 중의 최저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사실을 아는 것은 펠레스티나 가문의 사람들뿐이지만… 가문 외에도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탐사자를 보좌하는 보좌관 KPC입니다. 탐사자가 대중에게 보여준 모든 면모는 KPC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KPC는 탐사자를 열심히, 잘 조련해 왔습니다. (당근과 채찍의 비율이 5 대 95 정도에 불과하지만요.) 하지만, 하지만…!!
오늘은 성 지그문트 축제의 날입니다!! 으아아악!! 이렇게 살다가는 사람이 미쳐버리고 말 거야!!! 오늘이야말로 이 지긋지긋한 서류들을 전부 뒤엎고 나도, 나도 축제에 갈 겁니다! KPC 몰래 말이죠!
탐사자는 보좌관 KPC의 눈을 피해 성 지그문트 축제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요?
<안내사항>
인원: 1:1 타이만
시간: 플레이어의 롤플레잉에 따라 상이함
배경: 로맨스 판타지
개변 여부: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개변 가능
KP 난이도: ★☆☆☆☆
PL 난이도: ★☆☆☆☆
로스트 가능성: 없음
광기, 사망: 없음
추천 기능: 민첩성, 행운, 근력, 듣기 등
※ 해당 시나리오에는 이성 감소 및 신화생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단, 자발적 이성 감소는 가능) 개그 판타지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문무(文武)를 겸비한 미소녀 롤플레잉이 가능한 탐사자를 우대합니다. ※
참고로 문(文)보다는 무(武)에 조금 더 자신 있는 탐사자가 시나리오 진행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에 들어가기에 앞서>
- 트리거 워닝으로는 협박, 갈취등이 포함됩니다. 키퍼와 플레이어 모두 이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트리거가 있는 분들은 열람을 삼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 해당 시나리오의 라이터는 어떠한 범죄나 사고도 옹호하지 않음을 명확히 밝힙니다.
- 본 시나리오는 룰북 없는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지합니다.
- 세션 카드 커미션은 가능하나, 세션 카드 내에 제 이름 혹은 계정을 반드시 기입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나 혹은 @I_NA_TRPG로 기재 부탁드립니다.)
- 스포일러 언급을 금지합니다.
- 악의적인 비난이 발생할 경우, 시나리오 공개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 플레이 이후, 플레이 기록을 남겨주시거나 태그해 주시면 즐겁게 읽겠습니다. 후기를 남겨주시면 매우 좋아합니다.
- 모든 시나리오의 아카이빙, AI 학습을 금지합니다. (단 세션을 위해 잠시 개인소장을 하거나, 플레이 로그를 백업하시는 것은 가능합니다.) AI 학습 및 아카이빙이 확인 될 경우, 그 즉시 모든 시나리오를 배포 중지합니다.
- 26년 4월 다이스 페스타에 돌발본으로 발매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여담>
- 여러분 저 했어요. 마감 했어요! TTS톤으로 말해요.
- 100만년만에 새로 쓴 개그시나리오 입니다. 주변의 미소녀 트친들이 무수한 요구로 쓸 수 밖에 없었다구요? (절레절레)
농담이고, 트친분들께서 개그 시나리오가 보고 싶다 말씀하셔서, 저도 간만에 쓰게 된 개그 시나리오 입니다.
- 여러분, 하루만에 2만자를 써보셨습니까? 다이스 페스타가 코앞인 사람은 쓰게 되더군요. (스불재 스불재)
- 원래 시나리오의 분량은


5만 3천자 → 3만 1천자... 줄이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줄이고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제대로 잘 마무를 지은 것 같습니다. 정말 제가 뭐라도 해내긴 했네요. 마지막 졸업식 이후 자꾸 장편에만 눈이 가서... 글을 덜어내고 볼륨이 커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아무쪼록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이하로는 사건의 진상이 계속 됩니다.
세션을 마무리 짓지 못한 탐사자분이라면 열람을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
<사건의 진상>
이야기의 시작은 이세계행 전송 트럭에 치인 탐사자로부터 시작됩니다. 탐사자가 이세계 트럭에 치이게 된 이유요? 그것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위대한 어떤 분들의 뜻이겠지요. 요그 소토스니, 크툴루니 하는 위대한 존재들의 의중까지 우리가 알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아무튼 중요한 것은 탐사자가 야식을 픽업한 후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이세계행 직통 트럭에 치였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탐사자의 곁에는 야식을 함께 먹기로 했던 KPC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세계 전송 트럭 기사의 에임이 그리 좋지 못한 까닭에, 탐사자와 KPC는 위대하신 존재들이 만들어낸 세계의 인물들로 빙의하게 됩니다.
악역은 탐사자로 이미 정해진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KPC는? 위대하신 존재들은 고민합니다. '대체 어떤 역할을 부여해 주는 것이 좋을까?' 하고 말이죠. 신은 탐사자의 평상시 행동을 골똘히 생각해 본 결과, 그를 이끌어줄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국 KPC는 탐사자를 보좌하는 최측근 보좌관으로 빙의를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KPC는 서양풍 이름과 한국식 이름 양쪽 모두를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끝이 난다면 여느 로판과 다를 바가 없겠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트럭 에임으로 보좌관에 빙의하게 된 KPC는 무슨 죄란 말입니까. 같이 야식을 먹기로 한 죄? 적어도 KPC에게는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마련해 주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위대하신 존재들은 KPC에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길라잡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존재였습니다.
시스템은 KPC에게 속삭입니다. 탐사자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며, 탐사자가 이 세계에서 죽게 되는 순간 당신 또한 죽게 된다고 말입니다. 우선 집이고 나발이고 일단 살아야겠습니다. 정신이 번뜩 든 KPC는 온갖 권모술수와 갈굼을 통해 탐사자를 '제국의 별'로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칭송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스템은 KPC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미션을 부여합니다.
[미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성 지그문트 축제에 전시되어 있는 성물, '달의 성배'를 탐사자가 쥐고 소원을 빌게 될 경우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이제야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하지만… 탐사자가 순순히 KPC에게 협조할 리 없습니다. 이제까지의 행동들과 탐사자가 저지른 것들을 생각하면 순순히 따라줄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축제에 가지 못하도록 압박한 후 그녀가 축제에 가도록 모른 척 유도하는 것입니다. 과연 KPC는 탐사자를 꼬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탐사자는 과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까요?
<도입>
bgm - Pretty nice day, huh... - OneShot
날이 정말 좋습니다. 새들은 지지배배 지저귀고, 화원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 있습니다. 완벽한 봄날입니다! 따뜻한 봄바람, 살랑거리는 봄내음. 아아, 피크닉을 하기 무척 좋은 날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탐사자는…
"KPC, 정말 이거 전부 다 해야 해? 오늘 내로?"
"넵!“
"아니, 오늘은 성 지그문트 날이잖아. 모든 이가 축제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날이라고!“
"네, 성 지그문트 날이지만, 성 지그문트 님이 탐사자님의 일을 대신해 주진 않으신답니다.“
"아니, 나도 쉬고 싶다고. 축제에 가고 싶어! 성 지그문트 축제에 작년부터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탐사자님, 축제가 보고 싶으신 건가요?“
"물론이지!“
"축제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답니다.“
"어디에??“
"지역 사회의 경사와 안녕을 위해 열심히 서류 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사무실도 '서류 축제' 현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 지그문트 축제나, 서류 축제나 이름은 비슷하니 얼른 집중이나 하세요.“
하아, 얄짤없고 얄미운 보좌관의 말이 단두대의 칼날처럼 날카롭게 떨어집니다. 마치 형장의 이슬이 된 기분이랄까요? 그러니까… 탐사자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서류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런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왜 이곳에 있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탐사자가 이곳에 왜 존재하며 서류를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대략 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세계 전송 트럭에 당첨되셨습니다!>
bgm - Pelly's Town Hall, Nook's Cranny
탐사자, 당신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더 게을렀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당신의 일상은 평탄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이나 학교에 가고,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고… 쳇바퀴 같던 일상을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쏟아진 업무 또는 학업으로 저녁까지 굶게 된 당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꼬르르르륵! 천둥 같은 뱃고동 소리가 배에서 울립니다. 늦은 시간 야식을 먹는 행위는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어 필히 참아야 하지만, 오늘은 나를 위한 보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은…? (1d6을 굴립니다.)
| 1 - 족발 / 2 - 곱창 / 3 - 보쌈 / 4 - 치킨 / 5 - 마라탕/ 6 - 해물찜 |
(해당 음식 말고 다른 음식으로도 변경 가능하나, 2인 이상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경해 주세요. 사실 라이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쓴 게 절대 아닙니다. 하단의 스크립트는 족발을 상정하고 쓰였으므로, 다른 음식이 나왔다면 수정해 주시면 됩니다.)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어진 당신은 통장 잔고를 바라봅니다. 8만 5천 2백 원… 분명 월급날까지 고생하게 될 것이 뻔하지만, 오늘의 나는 족발을 지독하게, 진심을 다해 원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작은 양심에 못 이겨, 배달비라도 아끼고자 직접 픽업하기로 결정합니다. 생활비가 간당간당하지만, 지방간의 압박이 스멀스멀 밀려오지만,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해 이 정도 사치는 괜찮지 않을까요? 아무튼 모든 잡념과 불안은 족발 앞에서 타협되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허물처럼 벗어둔 재킷을 다시 껴입고 흥얼거리며 족발집으로 향합니다.
.
.
.
가게에서 픽업을 마친 당신은 집에 돌아가 족발을 해치울 생각에 마음이 들뜹니다. 그래요, 오늘 하루의 피곤은 이 족발로 전부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탐사자가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때,
끼이이익!!!!
맹수처럼 사나운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탐사자를 집어삼킵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탐사자는 트럭에 튕겨 나갑니다. 허공에 몸이 떠오르고, 머리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움직이는 두 눈동자는 이 모든 상황을 담습니다. 모든 장면이 아주 천천히, 정확히 두 눈에 비추어집니다. 이런 것을… 죽기 전 겪는 주마등이라고 하던가요? 탐사자, 당신을 친 트럭에 대해 [관찰력] 판정입니다.
Bgm -Dave Roders, deja Vu
| 성공 시 > 탐사자를 친 트럭은 비교적 멀쩡합니다. 잠시만요, 트럭 운전기사가 글씨가 써진 스케치북을 들고 있어요. 적힌 글씨를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
| 실패 시 > 흐릿해지는 시야 속, 트럭 운전기사가 보입니다. 그도 많이 다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원망스러움이 먼저 들까요? 잠시만요, 트럭 운전기사가 글씨가 써진 스케치북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
[축! 경축!!! 이세계로 갈 수 있는 편도 티켓에 당첨되셨습니다!]
잠시만, 내가 잘못 본 건가? 이세계 편도 티켓?? 이게 무슨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탐사자는 갑작스럽게 이세계행 트럭에 치이게 된 것입니다!!! 트럭 운전기사를 향해 [관찰력] 판정을 합니다!
| 성공 시 > 그는 탐사자를 향해 윙크를 찡긋하고, 엄지를 처억- 올리는 제스처를 취합니다. 으아아악!! 열받아!!! |
| 실패 시 > 트럭 운전기사고 뭐고 안 보입니다! 으아악, 열만 받아요!!! 허공에 흩날리는 족발 또한 눈에 들어옵니다. 내 팔자야!!! 족발이랑 같이 허공을 날고 싶진 않았어!! |
아무튼 탐사자는 그렇게 이세계행 편도 티켓에 당첨되어, 판타지 소설 [세계를 위한 데드라인]의 주인공 '로제타 펠레스티나'로 빙의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너 때문에 내 삶의 마감날이 줄어들게 생겼어>
BGM - 회색도시 1, 개꿈
탐사자, 당신은 빙의하게 된 이 소설을 읽어본 적 있나요? (탐사자가 어떤 대답을 해도) 네! 당신은 이 소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생생하게 기억날 것입니다. 오래전에 ‘이딴 소설이라면 나도 쓰겠다’라며 비웃으며 초반에 하차했던 웹소설이니 말입니다. 덕분에 악녀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주인공인 성녀와 어떻게 화해했는지, 잘생긴 메인 남주가 누구인지도 전부 모릅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이 소설에 메인 남주가 있기는 했었나요? 하지만 똑똑히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원작의 로제타는 성녀인 주인공을 시기하고 죽이기 위해 온갖 계략을 꾸미다,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 악역의 클리셰란 클리셰는 전부 끌어안은 캐릭터였습니다. 로제타의 죽음이 성녀가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녀의 죽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요.
하지만 인간의 목숨은 잡초처럼 질기고, 탐사자는 21세기 험난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사람이었습니다. 탐사자는 살아남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기행을 벌였고, 결국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문무를 겸비한 귀족 영애, 수많은 보육 기관과 학교를 설립한 후원자라는 직책까지 떠안게 되었죠. 아아, '제국의 별'이라는 호칭이 정말 아깝지 않습니다. 성녀와도 친구가 되었고, 남주가 누군지도 몰라 모든 남성에게 철벽까지 치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평안한 삶을 이어가는 당신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본질이 제국 제일가는 게으름뱅이에,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고, 지루한 일에 맞닥트리면 탈주를 감행하는… 그러니까 재활용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타지 않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당신을 번듯한 사람으로 만든 것은 펠레스티나 가문의 보좌관인 'KPC' 덕분입니다. 그는 매 순간, 매 초, 휴가나 병가조차 없이 당신 곁에 스물네 시간 상주하며 당신을 감시하고 행동거지를 교정해 왔습니다. 제국의 별이 된 지금도 그의 감시는 이어지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KPC는 탐사자를 노려보며 팩트로 심장을 마구 후벼파고 있습니다. 서류를 하기 싫다는 탐사자의 말에 KPC는…
"지금 그 서류를 하지 않는다면… 제국의 아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릴지도 모르는데… 그걸 외면하겠다고요?"
"성 지그문트 축제는 내년에도 있는데, 아이들을 버리시겠다고요?"
"네???? 제국 제일의 별이… 보육원의 아이들을 버린다고???"
아!!! 짜증 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 입을 다물게 하고 싶어!!!! KPC는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산더미 같은 서류를 탐사자의 책상 위에 터억! 올려놓습니다.
"이건 보육원 복지와 관련된 세무 내역입니다. 하나하나 전부 보실 거죠?"
눈물을 삼키며 탐사자는 책상 위에 늘어집니다. 아아… 하기 싫어… KPC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탐사자를 향해 위로를 건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빨리 서류를 끝내면, 마지막 날 십 분 정도는 성 지그문트 축제를 즐기실 수 있으실 거예요.“
저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십 분 정도만 즐긴다고? 폐장을 10분 앞둔 오타쿠 행사에 입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잖아요! 하아… 이젠 태클을 걸 기력도 없습니다. 탐사자가 포기했다고 생각했는지, KPC가 가볍게 손짓하며 방문을 엽니다.
"저는 다른 서류들을 작업하고 올 테니, 얼른 마무리 지어주세요. '제국의 별', 탐사자님?“
어째서인지 로제타의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로제타'가 아닌 '탐사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네요! 로컬라이징이 확실히 된 로판입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 적막이 흐릅니다. 이번이 정말 절호의 기회입니다. 사흘 내내 진드기처럼 붙어 있던 KPC가 자리를 비운 것이 처음이니 말입니다. 후후… 내가 순순히 서류를 할 줄 알았느냐….
"참고로, 도망치시면 서류가 두 배가 될 예정이니 어디 가시면 안 됩니다.“
다시 문이 벌컥 열리며 KPC가 말을 덧붙이네요. KPC가 탐사자를 노려봅니다. 우선은… 좋은 말로 돌려보내는 것이 지금의 최우선이겠습니다. (KPC에게 설득을 하거나 적절한 롤플레이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쿵 소리를 내며 다시 문이 닫힙니다. 후후… 내가 순순히 서류를 할 줄 알고??? 이 방 안에 갇힌 지 어언 사흘. 이대로는 참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것을 당장 KPC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마을에서 열리는 성 지그문트 축제! 어떻게 해서라도 가야겠습니다! 그러므로…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무시합시다. 탈주, 레볼루션의 서막입니다!!!!
<이정도 일했으면 놀게 해줘야지!>
bgm - 카우보이 비밥!, TANK! / Angel Falling - Needy Streamer Overload / 시그널, 오늘도 달린다. / Imadoki Shinmai Keiji Madarame Tsutomu / 하와이 파이브 오
탈출을 감행할 수 있는 곳이 몇 곳 보이네요. 흐음… 어디 보자… 정면돌파를 할 수 있는 방문과, 위급할 시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밀 통로, 햇빛이 잘 드는 창문… 우선적으로 이것들이 먼저 떠오르네요. 탐사자, 어디로 향하나요? (가급적 창문은 마지막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 문
정면돌파입니다! 아니, 애당초 이 집의 주인은 나의 아버지이며 (사실 로제타의 아버지지만), 곧 가문을 이을 사람은 나입니다. (사실 로제타입니다.) 가문의 후계가 문밖으로 나가지 못할 이유가 있나요? 게다가 KPC는 온갖 기행을 벌이며 탐사자를 막을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면 당당히 문을 열고 밀어붙이는 정면돌파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펠레스티나의 차기 가주의 권력을 보여주마, KPC! 의자를 드르륵 밀어내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문 앞으로 가서 손잡이를 꽈악 움켜쥐고 힘을 주어 밀어 봅니다. 어라? 열리지 않아요.
"KPC님께서 절대로, 절대로!! 탐사자님을 이 집무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으셨어요!!“
"저희도 주급쟁이에요!!! 절대로 못 나가셔요!! 저희의 일자리가 걸려있다고요, 탐사자님!!!“
"서류부터 봐주세요!! 아, 제가 성 지그문트 축제에서 꽃다발도 가져다드릴게요, 탐사자님!!!“
KPC와 시녀들의 간사한 혀에 농락당한 지 어언 1년, 믿지 않습니다. 이 시녀들에게 순수하고 원초적인 힘이 무엇인지 본때를 보여줘야겠습니다. 탐사자, [근력]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하하! 문무를 겸비한 미소녀란 아주 좋은 것이죠! 정말 하기 싫던 종베기와 횡베기를 하루 백 번씩 했던 보람이 있습니다! 문을 붙잡고 있던 시녀들이 나동그라집니다. |
| 실패 시 > "꺄아악! 탐사자님 왜 자꾸 미시는 거예요!" 문밖에서 시녀들의 비명이 들려옵니다. "탐사자님께서 나가시면 저희 월급이 삭감된다고 하셨어요! 안 돼요! 직장 잘리면 안 돼요!!! 죽어도 못 가요!!!“ 절대로 안 열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협박이라는 이름의 설득, 혹은 뇌물이라고 불리는 수단이 있지요. 그들을 설득해 봅니다. (만일 탐사자가 시녀들에게 돈을 더 준다고 말하거나, 방 안에 있는 보석들로 회유할 경우 시녀들은 마지못해 문을 열어 줍니다.) |
이 집안의 예비 가주인 이 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뿐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저 멀리 중앙에 가셨고, 한동안 돌아올 일도 없지! 탐사자는 불편한 구두를 벗고 복도를 내달립니다. 아무래도 저택의 정문은 보는 눈이 많으니 부엌의 뒷문을 통해서 나가야겠어요.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부엌에 있는 뒷문으로 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하지만 모퉁이를 돌기도 전, 몸이 허공에 뜹니다. 분주히 뛰던 발걸음이 허공을 딛습니다. 어? 어어어? 당혹스러움에 뒤를 돌아보면…
"KPC님, 제 말이 맞죠? 탐사자님이 이쪽으로 가셨을 거라고요!“
문을 막았던 시녀들과 KPC의 인영이 저 멀리서 보입니다. 그러니까… 상황 파악을 해보자면… 저 자식들, 일러바쳤구나!!!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아서요."
"한 방의 인생보다 가늘고 길게, 주급쟁이 인생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답니다."
게다가 깜빡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마법사라는 것을 깜빡하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KPC는 사실 직책이 보좌관일 뿐, 그의 가문은 제국 제일의 대마법사 가문에서 갈라져 나온 방계입니다. KPC는 마법에 생을 바치고 있지는 않지만, 탐사자를 공중에 띄우는 마법 정도야… 아주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군중 속에서 탐사자를 찾아내거나, 비행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주 가뿐합니다. KPC는 해사하게 웃으며 탐사자를 닦달하기 시작합니다. 으아아아악!!!
KPC의 어마무시한 잔소리를 듣고 난 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제 발로 이 방으로 돌아올 줄이야. 이를 아득아득 갈며 화를 추스르고 있을 무렵, 방 밖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별도의 [듣기] 판정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탐사자가 방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선언할 경우)
철그럭.
어? 문 앞에서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에 관련된 의태어는 끼긱, 끼이익, 똑똑, 덜컥, 콰앙! 이 정도가 아닌가요? 그런데 '철그럭'이라는 의성어는 뭔가요? 문 손잡이를 잡고 흔들자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시끄럽게 납니다. 문은 굳건히 닫혀 열리지 않습니다. …혹시 쇠사슬로 문을 잠갔어? 아무래도 문으로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른 탈출 루트를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 창문
로맨스 판타지에서 살면서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거대한 창으로 햇빛을 마음껏 쬐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 : 겨울에 웃풍이 심해서 달달 떨면서 살아야 함. 아무튼, 탐사자는 창문을 통해 탈출을 감행하기로 합니다. [행운]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넝쿨이 저택 담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신이 돕는 것 같네요! 저 넝쿨을 이용해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실패 시 > 내려가야 하는데… 하지만 어떻게? 무엇을 통해서? 고민에 빠집니다. (침대 시트를 찢어 밧줄을 만들거나, 커튼을 뜯는 등 다양한 롤플레잉이 가능합니다.) |
좋습니다, 이제 내려갈 차례네요. 단단히 엮인 넝쿨에(혹은 끈에) 매달리고, 발바닥을 저택 벽에 지지하며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는 KPC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직도 나를 모르다니, KPC! 어쩐지 의기양양해지는 기분입니다. 한 층을 내려온 탐사자, [듣기] 판정입니다.
BGM - Imbre, Jordan Critz
| 성공 시 > "지금 몇 퍼센트라고?" "얼마나 더 해야 해?" |
| 실패 시 > "몇… 퍼센트." "얼마나… 더…" |
이크, 하필이면 KPC가 있는 방을 지나게 되었네요. 커튼 앞에서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KPC가 보입니다. 그런데… 평소보다 그의 목소리에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그의 목소리에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 성공 시 > 언제나 평온함과 침착함을 유지하던 KPC가 저렇게 흥분하다니… |
| 실패 시 >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KPC의 목소리입니다. |
그런데…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요? 때때로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일 수도 있지만, 지금 탐사자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일지 살릴지 모를 일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간다면 방 안쪽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KPC가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은밀행동]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아무것도 없습니다. 얻은 소득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로 KPC는 아무와도 대화하고 있지 않습니다. 흰 커튼 너머에는 오로지 KPC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죠? (KPC가 세계의 '시스템'과 대화하는 것을 목격한 탐사자입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KPC는 탐사자를 위한 악역을 자처하며 보좌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았어. 괜찮아. 가능하잖아." "약속은 반드시 지켜.“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입니다. 우선 이 일은 비밀로 하는 게 좋겠네요. 들키지 않게 얼른 내려가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
| 실패 시 > 그쪽으로 몸을 너무 기울인 나머지, 중심을 잃고 창문 안쪽으로 쏠리고 맙니다. 쿠당탕!! 화려한 낙법으로 방에 착지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신 건가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우리… 지금 뭐 하고 있었더라? 탐사자는 다시 방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
(은밀행동에 성공하거나, 혹은 무시하고 내려갈 경우) 다시 단단한 넝쿨(혹은 밧줄)을 잡고 아래로, 아래로 향합니다. 이제 한 층만 더 내려가면 화원에 도착합니다! 화원에 있는 문으로 이 저택을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희망에 찬 얼굴로 다시 발걸음을 내딛자, 찌직! 소리와 함께 넝쿨이(혹은 밧줄) 끊어지기 시작합니다. 젠장, 이러다가는 성 지그문트 축제가 아니라 '친우들의 병문안 대파티'가 벌어지겠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벽면에 감긴 단단한 넝쿨이 보입니다. 저쪽 단단한 넝쿨을 향해 몸을 날릴 경우, [근력]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하하! 문무를 겸비한 미소녀란 역시 좋은 것이군요! 하기 싫다며 꾀를 부리면서도 하루에 백 번씩 검을 휘둘렀던 보람이 여기서 빛을 발합니다. 아슬아슬하게 넝쿨이 완전히 끊어지기 전, 옆쪽의 튼튼한 줄기로 이동하는 데 성공합니다. 완벽하게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택 아래까지 내려가기에는 충분해 보이네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하강한 끝에, 마침내 탐사자는 화원에 무사히 발을 딛습니다! (화원 파트로 이동합니다.) |
| 실패 시 > 옆 넝쿨로 몸을 날리기도 전, 매달려 있던 기존의 넝쿨(혹은 밧줄)이 '뚜두둑' 소리를 내며 속절없이 끊어집니다. 몸이 중력을 따라 아래로 추락합니다. 아아, 허공에 몸이 붕 뜨는 이 끔찍한 감각은 이제 정말 진저리가 난다고요! 눈을 질끈 감으며 곧 닥쳐올 고통을 기다립니다. 어라? 몸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살며시 눈을 뜨자, 허공에서 완드를 휘두르며 탐사자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KPC가 보입니다. (만약 방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지 않아 KPC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라면, KPC가 마법사라는 지문을 이곳에서 출력해 주세요.) 바닥에 착륙한 탐사자는 KPC의 따가운 시선을 슬쩍 피합니다. 이번에는 정말 크게 다칠 뻔했으니까요. 결국 탐사자는 순순히 KPC의 보호를 가장한 감시를 받으며 다시 방으로 돌아갑니다. 지긋지긋한 서류 작업이 기다리는 방으로 복귀하는, 도돌이표입니다. |
■ 비밀 통로
저택의 하이라이트! 귀족 영애의 집에 하나씩 있다는 '반려 비밀 통로'!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둔 것은 아니지만, 이 몸의 전 주인이신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말이죠.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유용할 때입니다.
액자를 45도 방향으로 비틀고, 책장의 책 몇 권을 뺍니다. 그러자 비어 있던 벽면에 거대한 통로가 생겨납니다. 탐사자는 망설임 없이 통로 안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비밀 통로는 영악한 KPC도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그야, 가문 소유인 비밀 통로를 외부인인 그가 어떻게 찾아내겠어….
"설마 했는데 이 통로까지 이용하시다니, 얼마나 일하기 싫으신 거예요?“
통로 끝에서 마주친 것은 KPC입니다. 잠시만,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 왜? KPC가 거기서 왜 나와?!
"정말 표정에서부터 솔직한 분이라 뭐라 말해야 할지…. 저희 증조할아버지께서 대마법사이신 건 아시죠?“
"그리고 그 증조할아버지께서 이 마법 통로를 만드신 것도 알고 계시겠죠?“
"이 통로를 이용하면 제게 신호가 온다는 것도 알고 계신 거죠?“
…이건 처음 아는 사실입니다.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요! (그야 당신은 책에 있던 내용도 가물가물했으니 이런 세세한 설정까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하여… 탐사자는 다시 도돌이표를 찍으며 지긋지긋한 집무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아… 나도 가고 싶어, 성 지그문트 축제!!!
■ 비장의 방법! (모든 방법에 실패해 탈출하지 못했을 경우)
이제 어떤 수를 써도 이곳을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방문은 막혔고, 창문 아래로 내려가는 행위는 분명 들키고 말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그때, 창밖에서 육중하고 거대한 바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창밖을 바라보니… 시녀들이 거대한 세탁물 운반 카트에 세탁물을 가득 싣고 나르고 있습니다. …탐사자, 무슨 생각을 하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시간입니다. 세탁물 운반 카트에 몸을 내던집시다!
(탐사자가 세탁물 운반 카트에 몸을 내던진다는 선언 후) 카트에 몸을 던지자 거대한 충격이 가해집니다. 다행히 탐사자의 몸을 이루는 뼈와 살은 무사합니다. 시녀들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두리번거리며 카트를 살펴봅니다. [행운]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아, 맞아. 얼마 전에 탐사자님께서 세법 관련 두꺼운 책들을 창문 밖으로 던지셨잖아. 책이 어찌나 두꺼웠는지 길이 움푹 파였었어." "바퀴가 그 파인 부분에 끼어서 그런가 봐. 얼른 빼내자.“ 며칠 전, 두껍디두꺼운 세법책들을 창밖으로 마구 던진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 KPC에게 철저한 응징과 징벌을 당해버렸지만 말이죠. 하지만 과거의 나를 칭찬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나, 장하다! 잘했어! (화원 파트로 이동합니다.) |
| 실패 시 > "카트 안에 뭐가 떨어진 건가? 살펴보자." 이런, 들키면 다시 도돌이표를 찍게 되고 말 겁니다. 탐사자는 서둘러 세탁물 안으로 깊숙이 파고듭니다. 시녀들이 이상함을 금방 눈치채지 못하길 빌어야겠어요! 다시 한번 [행운] 판정입니다. 성공 시 > 시녀들은 위에 덮인 세탁물을 살펴보던 중... (이후 성공 시 지문과 동일) 실패 시 > "여기서…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탐사자님?“ 시녀들이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탐사자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합니다. 이대로 둔다면 시녀들에게 연행되어 다시 서류를 보게 되겠죠? 성 지그문트 축제는 저 멀리 물 건너가겠죠? 그 서류 지옥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겠죠? 아무튼 내 삶은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 삶도 아니에요!) 에라이, 어쩔 수 없다! [대인 기능] 판정입니다. 성공 시 > 시녀들은 입을 꾹 다물고 세탁물 운반 카트를 끌기 시작합니다. 다행이에요! 이 협박 같은 설득이 시녀들에게 통했거든요. 시녀들은 탐사자를 화원 입구에서 내려줍니다. 실패 시 > 그들의 눈빛이 무척이나 싸늘합니다. 아무리 봐도 저 눈빛은 서류를 하기 싫다고 드러눕던 탐사자를 보던 KPC의 그것입니다. 얘들아, 아무리 그래도 나 너희 고용주야. 그런 눈빛은 좀 멈춰줄래? 눈빛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KPC님!! 이쪽이에요!! 탐사자님 여기 계세요!“ 탐사자, 달립시다! 그 지긋지긋한 서류 축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말입니다!!! (화원 파트로 이동합니다.) |
<화원파트로 이동합니다.>
bgm - The Warmth That Remained Until the End
화원에 도착한 탐사자는 잠시 숨을 고르며 두리번거립니다. 이곳에 다시 발을 들인 게 새삼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긴, 2주 내내 방 안에 갇혀 있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합니다. 새들은 지지배배 지저귀고, 화원에는 흐드러지게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완벽한 봄날입니다.
어쩐지 그리운 향기가 코끝에 맴돕니다. 탐사자, 당신은 원래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아니었죠. 이 몸은 이미 죽었어야 할 '로제타 펠레스티나'의 것이고, 당신은 그 몸을 빌려 탐사자로서 지금 존재하고 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쭉 이곳에서 살아가야 할까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전부 봄내음이 좋아서, 혹은 새들이 짝을 찾기 위해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립니다.
당신은 돌아가고 싶나요? 당신의 대답이 어떻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bgm - 카우보이 비밥!, TANK! / Angel Falling - Needy Streamer Overload / 시그널, 오늘도 달린다. / Imadoki Shinmai Keiji Madarame Tsutomu / 하와이 파이브 오
"화원으로 탐사자님이 들어갔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탐사자님을 찾아내는 자에게는 2주의 유급 휴가와 보너스를 약속하겠다!“
"반드시 산 채로 잡아오도록!“
화원 입구에서 KPC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 '산 채로 잡아오라'니, 소름이 돋을 정도네요. KPC, 날 잡아서 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걸까요? 이 정도면 내가 성 지그문트 축제에 가지 못하게 막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합니다.
탐사자는 꽃과 나무로 만들어진 미로, 중앙 정자, 온실, 그리고 후문을 차례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KPC와 달리 당신은 평범한 인간이니, 순서대로 장소를 거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미로
한숨을 푸욱- 내쉬고 앞을 바라봅니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미로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반 년 전만 해도 이곳은 평범하디평범한 화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 앞에 펼쳐진 것은 울창한 줄기와 나무로 설계된 거대 미로입니다. 이 미로를 만든 이유요? 그야 당연히… 탐사자가 쉽게 탈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탐사자의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외부 출구가 바로 이곳이니 말이죠.
드디어 KPC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네요. 우선 시녀들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미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왼쪽과 오른쪽 갈림길 중 어느 쪽으로 향하나요?
(어느 쪽 길을 선택하든 [행운] 판정입니다.)
bgm - 포켓몬스터, 배틀 bgm
| 성공 시 > 다행히 시녀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막다른 골목에 막혔네요. 다른 곳으로 가야겠습니다. 이후 [행운] 판정을 3회 더 진행합니다. 전부 성공 시에만 미로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할 경우 시녀와 마주칩니다. (실패 시 하단의 지문을 참고해 주세요.) |
| 실패 시 > 시녀와 마주칩니다! 시녀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탐사자를 보고 화들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잠시만요, 시녀의 목에 걸려 있는 저건… 호루라기?! 저걸 불기 전에 얼른 그녀를 설득하거나, 잠재우거나, 협박하거나, 아무튼 뭐라도 해야 합니다! [대인 기능] 판정입니다. 대인기능 판정 성공 시 > 탐사자의 대인 기능은 효과적이었습니다! 시녀는 당신의 화려한 언변(혹은 성공한 기능치)에 휘말려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이때다! 미로의 출구도 보이는군요. 달립시다. 성 지그문트 축제가 코앞입니다. 대인기능 판정 실패 시 > 삐이이익!!!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정원 안에 울려 퍼집니다. 여기저기서 시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저기에 탐사자님이 계셔! 얘들아, 저쪽이야!" "밀리나가 있는 쪽이지? 다들 밀리나에게 가봐!" "KPC님께 얼른 말씀드려!“ 아무래도 일이 단단히 꼬여버린 모양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이 미로는 탐사자를 헤매게 만드는 만큼, 시녀들 또한 공평하게 헤매게 만들고 있군요. 멀리서 들려오는 시녀들의 목소리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다 보니, 어느새 미로의 출구에 도달합니다. |
■ 중앙 정자
미로를 빠져나오자 소란스럽던 목소리가 한풀 꺾입니다. 아무래도 추격 인원이 전부 미로 안으로 쏠린 모양이에요. 휴우, 안심입니다. 이대로 중앙 정자를 통과해 온실로 향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은 탐사자의 편이 아닌 모양입니다. 중앙 정자에도 시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탐사자를 찾고 있어요. 게다가 당신이 있는 곳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적절한 대응 선언이 있다면 숨을 수 있습니다. 근처 수풀에 숨거나 나무 위로 올라가는 등….) 숨죽인 탐사자의 귓가로 시녀들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KPC님도 성격이 바뀌신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
"맞아, 원래 탐사자님께 그렇게 가혹한 분이 아니셨는걸. 성격이 변한 것도… 탐사자님이 게을러진 그때부터지?"
"하지만 탐사자님의 평소 행동을 돌이켜보면 KPC님의 성격이 왜 그렇게 됐는지 알 것 같기도 해."
(그야 KPC는 탐사자와 함께 이세계 트럭에 치이고 말았으니까요. 성격이 바뀐 게 당연합니다!)
모든 시녀가 약속이라도 한 듯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격하게 공감합니다. 내가 뭐 어때서! 억울함에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숨을 죽이고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래도 가끔은 너무 혹독하시다니까. 사람 숨 쉴 구멍은 좀 만들어 주셔야지, 안 그래?"
"그거야 탐사자님이 워낙… 지독하게 게으르시니까 어쩔 수 없지 않겠어?“
모든 시녀가 약속이라도 한 듯 "그건 그렇지…."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입니다. 얘들아, 내가 그렇게 너희에게 신뢰가 없었니? 나 나름 '제국의 별'이라며! 저기, 얘들아?!
"그래도 KPC님 성격이 예민해진 건 확실해. 매번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시스템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성격이 괴팍해진 KPC입니다. 사실 이쯤 되면 탐사자를 구박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게 아닐까요?)
그 뒤로도 시녀들의 사소한 수다가 재잘재잘 이어집니다. 성 밖의 제임스가 그렇게 미남이라거나, 축제 음식인 닭꼬치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거나…. 그리고, 성 지그문트의 날에 '달의 성배'를 만지고 소원을 빌면 모든 게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말이죠.
소원을 들어준다고? 흐음…. 원래 이 소설 속 세상은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투성이입니다. 혹시 또 모르죠. 이 지긋지긋한 서류 지옥에서 영원히 벗어날 길이 정말로 있을지! 성배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던 찰나, 시녀들은 어느새 자리를 뜨고 중앙 정자에는 정적이 찾아옵니다. 이때가 기회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KPC가 시녀들을 불러 모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KPC는 현재 탐사자가 축제에 가도록 철저히 유도하고 있습니다. 성배에 대한 소문조차 KPC가 미리 흘려둔 정보니까요.)
■ 온실
온실 안에는 열대성 식물들이 가득합니다. 사막에서나 볼 법한 선인장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네요.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이 까마득한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가장 가까운 곳임에도 자주 오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야… 누군가의 지독한 '갈굼' 때문 아니겠나요?
온실 한가운데에는 고급스러운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누군가 급하게 끄적거리던 서류가 보이네요. 서류를 읽어보려면 [모국어] 판정이 필요합니다. 펜으로 쓰고 줄을 그어 지운 흔적이 가득해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성공 시 > 성 지그문트 축제, 성배, 소원, 성녀 그리고 보름달. 겨우 이 단어들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씨체… KPC의 것이 아니던가요? 무언가 수상해요. 성 지그문트 축제에 가야겠습니다. 아니, 반드시 가야만 합니다. |
| 실패 시 > 성 지그문트 축제, 성배, 소원, 성녀 그리고 보름달. 겨우 이 단어들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로써 확실해집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성 지그문트 축제에 가야겠어요. 그래야만 합니다. |
(이는 축제날을 계획하던 KPC가 남긴 메모입니다. 미처 종이를 버리지 못한 실수인지, 아니면 탐사자를 속이기 위한 의도된 연출인지는 오직 KPC만이 알겠죠.)
탐사자, 당신은 어떤 소원을 빌고 싶나요? 성배와 소원의 상관관계를 골똘히 생각하던 중, 온실 정문 쪽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이크, 벌써 여기까지 쫓아온 모양이에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해를 보니,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놓쳐버릴 게 뻔해 보입니다. 자, 지옥 같은 서류 더미를 영원히 뒤로하기 위해 후문으로 튀어 봅시다!
■ 후문
허억, 허억…. 드디어 후문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벽입니다. 어쩐지 화원의 담벼락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기분입니다. 예전에는 가볍게 월담할 수 있는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 문을 대체 어떻게 열어야 할까요? (손놀림, 오르기, 혹은 주변 사물을 활용한 월담 롤플레잉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 성공 시 > 우여곡절 끝에 담을 넘습니다. 서툰 솜씨 치고는 꽤 훌륭했어요. 의외의 재능이네요! |
| 실패 시 > 온갖 수를 써도 이 문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바닥에 넘어지고, 구르고, 뒹구느라 진만 빠집니다. (체력을 1d3 차감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고민하던 그때…. 번쩍!! 거대한 빛줄기가 탐사자의 옆을 스치듯 지나갑니다. 뒤이어 콰과광!!! 벽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려오네요. 고개를 돌려보면…. KPC가 해사하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라? 방금은 실수예요. 이 마법이 나가면 안 되는데, 주문 뒤에 수식어를 하나 더 붙여버렸네요.“ 구라 치지 마쇼! 이건 명백한 살인 미수라고요! 저 멀리 화원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KPC는 예쁜 미소를 지은 채, 엄중한 선포 아닌 선포를 합니다. "다음번에는 다른 주문으로 정확히 맞출 테니, 거기 그대로 계셔야 해요?“ 너 같으면 거기 얌전히 있겠냐고! 탐사자는 다시금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하는 KPC를 뒤로한 채, 무너진 벽 틈새를 향해 전력 질주합니다. |
<그 귀족 영애가 하산을 하는 방법>
bgm - 공공의 적 OST (Public Enemy- Main Theme) - Cho Young-wuk
대부분의 로판 속 귀족은 평지의 화려한 저택에 살곤 하지만, 이 소설 [세계를 위한 데드라인]은 전쟁이 잦았다는 설정이 있는 세계관입니다. 저택 안에 '반려 비밀 통로'가 있는 것도, 적군이 침입하기 어려운 험준한 산속에 저택을 지은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지금부터 탐사자는 산 하나를 통째로 뛰어 내려가야 합니다. 잘 닦인 큰길이 있긴 하지만, 그쪽으로 갔다간 "나 좀 잡아가세요"라고 광고하는 꼴이나 다름없겠죠. KPC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험준한 지형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소린데… 까딱하다간 절벽에서 굴러 전치 12주 진단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요? 앞길을 고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중, 나무에 매여 있는 말 한 마리가 보입니다. [지능]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이런 곳에 왜 갑자기 말이 매여 있는 거죠? 의심스럽지만 지금은 따질 시간조차 아깝습니다! 저 말을 타고 내려갈 수만 있다면, 안전하고 빠르게 산 아래로 갈 수 있을 거예요! [조련] 판정입니다! |
| 실패 시 > 이 근방 근위병들이 잠시 매어둔 말 같습니다. 저 말을 타고 내려갈 수만 있다면! 안전하고 잘 닦인 길로 순식간에 내려갈 수 있을 거예요! [조련] 판정입니다! |
(말이 왜 하필 여기에 있냐고요? 그야 당연히, 탐사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축제장까지 도달하게 하려는 KPC의 눈물겨운 배려죠.)
| 조련 성공 시 > 말의 등에 가뿐히 안착합니다. 내가 이래봬도 돈으로 사람 조련할 줄은 안다고! (말도 비슷하겠죠!) 고삐를 꽉 잡고 말을 몰기 시작합니다. |
| 조련 실패 시 > 말은 콧방귀를 뀌며 탐사자를 철저히 무시합니다. 말에게까지 무시당하다니, 탐사자의 위엄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겠네요. 말은 당혹스러워하는 당신을 업신여기듯 쳐다보며 자리에 앉아 풀이나 뜯습니다. 거친 산길을 직접 타야 하나 걱정이 앞선 순간, 말이 갑자기 벌떡 일어납니다. 말의 시선이 닿는 곳에 KPC의 인영이 보이네요. 검은 아우라를 온몸에 휘감은 KPC가 보이는군요. 잠시만요, KPC의 증조할아버님은 사실 진짜 흑마법사였던 게 아닐까요? 짐승은 역시 불길한 것을 빨리 알아차리는 법입니다. 탐사자는 말이 겁에 질려 주춤거리는 틈을 타 재빨리 안장 위에 올라탑니다. 두려움에 떠는 말은 KPC를 피해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목적지는 같으니 잘된 일이겠죠! |
쾅! 콰앙!! 불과 9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서 있던 고목들이 마법에 얻어맞아 비명횡사합니다. 아니, 이거 진짜 살인 미수 아니냐고요?! 말 또한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평소라면 족히 20분은 걸릴 험준한 산길을 단 7분 만에 주파하는 기적을 선보입니다.
엄청난 스피드로 산을 내려온 말은,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마자 탐사자를 가차 없이 내동댕이칩니다. 그러고는 제 살길을 찾아 꽁지가 빠지게 튀어버리네요. 말에게조차 버림받아 바닥으로 처박히기 직전인 탐사자, [민첩]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착지합니다! 역시 문무를 겸비한 미소녀 영애, 탐사자군요. (비록 속은 게으름뱅이일지라도요!) |
| 실패 시 > 철퍼덕! 아주 가차 없이 땅바닥과 진한 포옹을 나눕니다. 아아… 말에게도 무시당하는 삶이라니…. 알 수 없는 패배감이 밀려옵니다. (체력 –1 감소) |
<행복한 축제!>
bgm - 세실 코르벨 고양이의 무도회, a_hisa - Aries, Memories Of Nørrland- – Rigël Theatre
무사히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의 활기찬 축제는 즐기지 못했어도, 성 지그문트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폭죽놀이는 볼 수 있겠네요. 어느새 지평선에 걸려 있던 태양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세상에 짙은 암전이 찾아왔으니, 이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숨는 게 최우선입니다. 설령 KPC가 탐사자를 발견했더라도, 이 많은 인파 속에서 함부로 마법을 사용하진 못할 테니까요. 당신은 자연스레 군중 속으로 녹아듭니다. 뒤를 힐끗 돌아보니, KPC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KPC의 계획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과연 KPC는 정말로 탐사자를 찾지 못한 걸까요?)
KPC는 공중으로 떠올라 주변을 훑기 시작하더니, 탐사자가 있는 곳과 정반대 방향으로 향합니다. 긴장이 풀리며 깊은 숨이 터져 나옵니다. 자, 탐사자! 그토록 바라던 마을 축제를 즐겨볼 차례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흥미로운 곳들이 눈에 띄네요. 떠들썩한 술집과 닭꼬치 가게, 그리고 화려한 벽보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 닭꼬치 가게
시녀들이 극찬했던 그 닭꼬치! 그릴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꼬치가 정말 먹음직스럽습니다. 군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그런데 탐사자… 당신 지금 돈이 있었던가요? 닭꼬치를 먹고 싶다면 [대인 기능]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엄청난 말재주로 닭꼬치를 무료로 얻어냅니다! 한 입 베어 물자 달콤 짭짤한 소스가 혀끝을 감싸고, 야들야들한 식감에 불맛이 더해지니… 행복감이 두둥실 떠오르네요. 그래, 난 다 필요 없고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고! 감동의 눈물이 또르르 흐릅니다. |
| 실패 시 > 가게 주인에게 문전박대당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소금까지 뿌려지네요. 아침까지만 해도 노른자 땅의 건물 세 채를 매입하네 마네 하는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아이고, 내 처지야! |
■ 술집
정말 시끄럽습니다. 사람들의 목소리에 파묻혀 웬만한 소리는 들리지도 않네요. 그래도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장이 탐사자에게 따뜻한 스튜 한 그릇을 건넵니다. 무려 공짜라면서 말이죠!
포슬포슬한 감자와 큼직한 고기가 어우러진 스튜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을 무렵, 옆자리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그러고 보니 말이여, 윌리엄 님하고 에밀리아 님, 참 잘 어울리지 않아?" "제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 두 분은 분명 성 지그문트 님께 축복받으셨을 거야." |
| 실패 시 > "윌리엄 님… 에밀리아 님…." "제국민…. 사실… 축복… 성 지그문트…." |
에밀리아라는 이름을 보니 아마 이 세계의 '성녀'를 말하나 봅니다. 하지만… 윌리엄? 윌리엄이 대체 누구죠?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야 이 세계에 온 이후, 목숨을 부지하려고 남주인공 후보들과의 접촉은 철저히 피했으니까요.
중요한 인물 같지만, 나랑 엮일 일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절대 접근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만 굳건해지네요. 이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시 한번 [듣기] 판정입니다.
| 성공 시 > "그러고 보니 그 '달의 성배', 지그문트 님께서 마지막에 남기신 유산이지?" "그렇지. 신전에서 이번 축제를 축복하려고 잠시 대중에게 공개한다더군. 120년 만인가?" "불꽃놀이 시간 동안만 공개한다니 그때 보러 가는 게 좋겠네." |
| 실패 시 > "지그문트 님의… 유산…." "신전… 축복… 대중에게 공개… 120년 만…." "불꽃놀이 시간 동안만… 공개…." |
■ 벽보
거리 곳곳에는 꽃을 파는 소녀, 노래하는 음유시인, 호객꾼들로 가득합니다. 시민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네요. 건물 곳곳에는 축제를 알리는 벽보들이 붙어 있습니다.
(벽보를 살펴본다면) 축제 프로그램과 가게 홍보 전단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불꽃놀이'와 '120년 만에 공개되는 달의 성배'입니다. 우리가 찾는 그 달의 성배가 맞습니다.
<성녀 에밀리아>
bgm - TTRM, The Wizard's Star
(모든 조사를 끝낸 뒤) 화려한 불빛, 행복한 사람들. 모든 순간이 탐사자에게는 꿈결 같겠네요. 당신은 느린 걸음으로 광장의 중앙 분수대로 향합니다. 이 찰나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다워, 오늘이 영원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광장의 중앙 분수대에는 거대한 무대와 함께 불꽃놀이를 위해 고용된 마법사들이 보입니다. 화려한 옷을 입은 마법사들은 불꽃놀이 장치들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네요. 그리고 그 사이, 로브를 뒤집어쓴 익숙한 인영 두 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주 익숙한 느낌인데… 찰나의 순간, 그들과 눈이 마주칩니다.
… 에밀리아 시트레샤. 이 땅의 성녀이자 [세계를 위한 데드라인]의 주인공.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이 제국의 계승 1순위, 윌리엄 카셔넬. 드디어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 저 윌리엄이라는 사실을요! 두 사람은 탐사자를 향해 가벼운 손인사를 보냅니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이윽고 병사로 보이는 이들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두 사람은 호위를 받으며 인파 속으로 사라집니다. 행복해 보이는 두 주인공을 본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복잡한 마음과 후련함이 뒤엉켜 깊은 상념에 빠져들 무렵, 광장을 가득 메우는 마법 증폭 소리가 들려옵니다.
"앞으로 30분 뒤, 광장 분수대 앞에서 성 지그문트 님의 탄신일을 축하하는 폭죽놀이가 시작됩니다. 더불어 성물 '달의 성배' 또한 불꽃놀이 시간 동안 무대 위에 특별 전시될 예정이니, 관람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bgm - Baccano! Original Soundtrack ~ 01 BACCANO! no Theme
마력으로 증폭된 공고가 광장에 울려 퍼집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보려는 인파가 노도처럼 밀려듭니다. 물이라면 헤엄이라도 치겠지만, 이건 사람의 파도라 막을 길이 없네요. 이리저리 휩쓸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분수대 맨 뒤편까지 밀려나 있습니다.
고개를 빼꼼 들어 무대 위를 살피니, 탁상 위 검은 천으로 가려진 네모난 상자가 보입니다. 누가 봐도 '나 성배요' 하는 자태군요. 이 거대한 인파를 뚫고 저기까지 가야 한다니… 힘들겠지만 해보는 수밖에요! [근력] 판정을 합니다.
| 성공 시 > ‘잠시만요, 제 인생이 달린 문제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속으로 수천 번 사과를 건네며, 당신은 필사적으로 어깨를 들이밀어 인간 장벽을 헤쳐 나갑니다. 평소의 게으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뚫리지 않을 것 같던 인파를 모조리 제치고 결국 축제의 맨 앞줄에 도달합니다. 후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든 그 순간 공중에 떠 있는 KPC와 눈이 마주칩니다. 검은 아우라를 두른 채 차가운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와 시선이 얽히는 찰나, 등골이 서늘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때, |
| 실패 시 > 힘을 다해 인파를 뚫어보려 해도 도무지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문무를 겸비한 미소녀 영애라지만, 이 정도 인파는 역시 무리라고요! 설상가상으로 하늘에서 당신을 찾던 KPC가 기어코 탐사자를 발견한 듯, 서서히 이쪽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이대로 다시 서류 축제 지옥으로 끌려가야 하는 걸까요? 절망이 엄습하던 그때, |
"잠시 모두 멈춰 주십시오."
수많은 군중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삽시간에 광장에는 기묘한 고요함이 찾아듭니다.
"모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금일 무대에는 귀한 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무대 위를 주목해 주십시오!“
마법사의 우렁찬 안내가 끝남과 동시에 무대 위로 올라오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이 제국의 변치 않을 영광, 황태자 윌리엄 카셔넬 님과 제국의 은빛 달, 에밀리아 시트레샤 님께서 성 지그문트의 날을 축하하고자 자리하셨습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상 위로 쏠립니다. KPC 역시 예우를 갖추고자 비행을 멈추고 지상에 착륙하네요. 군중은 박수와 환호를 내지르며 두 사람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무리 황태자와 성녀라 하더라도 이곳은 엄연히 펠레스티나의 영지입니다. 가주나 대리인인 탐사자의 허락 없이 이렇게 공개적인 행보를 보일 수는 없을 텐데 말이죠. 온갖 추측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무렵, 군중이 두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KPC의 허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칼과 창을 든 병사들이 나타나 탐사자 앞에 무릎을 꿇고 정중히 예우를 갖춥니다. 에밀리아 성녀가 신력으로 목소리를 증폭시키자, 그녀의 음성이 광장 구석구석까지 선명하게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펠레스티나의 차기 가주, 제국의 별, 탐사자 님을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당신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얼떨결에 무대에 선 당신 역시, 일단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열광하는 군중에게 화답합니다. 그때, 에밀리아 성녀가 당신을 덥석 붙들더니 귓가에 작게 속삭입니다.
"미안해요, 사실 조용히 오려고 했는데… 신전에 붙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어요. 그나저나 전언에 답장해 줘서 고마워요!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와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당신을 직접 보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전언? 그런 게 도착이나 했던가요? 제 머릿속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기억인데요!
(KPC가 탐사자 몰래 전언을 가로채 직접 회신을 보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단숨에 보이는 법이잖아요? 내 친애하는 친구인 당신인데, 당연히 제 눈엔 한눈에 들어오죠!“
탐사자는 성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어찌 됐든 상황은 완벽하게 반전되었습니다. 주변을 슥 둘러보던 당신은 저 아래에서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KPC와 눈이 마주칩니다. 하하! 꼴 좋다! 지금 네가 여기서 뭘 할 수 있겠어, KPC? 귀하신 황태자와 성녀가 양옆에 버티고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우당탕탕 성 지그문트 축제의 대미가 장식됩니다. 제국의 황태자, 성녀, 그리고 차기 가주인 당신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그와 동시에 화려한 불꽃놀이의 막이 오릅니다!
<ERROR!>
BGM: The Last Days of Autumn, 지브리
5, 4, 3, 2, 1. 하늘 위로 거대한 마법의 꽃들이 일제히 피어오릅니다. 붉은색, 하얀색, 푸른색, 그리고 황금색…. 사실 말이 폭죽놀이지, 이건 제국의 마법사들이 정교하게 빚어낸 폭파 마법 그 자체입니다. 본래 이 세계에서 마법의 시초는 불꽃놀이였다고 하죠. 모든 이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태어난 최초의 마법…. 검은 밤하늘에 새겨지는 찬란한 별빛의 형상은 정말이지 아름답습니다.
성녀 에밀리아가 성배를 덮고 있던 검은 천을 부드럽게 걷어냅니다. 그녀는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성배를 번쩍 들어올린 뒤,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불꽃놀이에 시선을 빼앗겼던 당신은 그녀가 말을 건 뒤에야 겨우 성배의 존재를 눈치챕니다.
"즐거웠어요, 내 친구.“
그녀가 귓가에 속삭입니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말했었죠? 우리는… 다른 곳에서라면 반드시 친구가 되었을 거라고.“
에밀리아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도저히 헤아리기 어려운, 이해되지 않는 말들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손에 조심스레 성배를 쥐어줄 뿐입니다.
(성녀는 당신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 '쓰여진 세계'의 주인공으로서, 이방인인 당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호의적인 눈빛을 보낼 뿐입니다.)
"이제 소원을 빌어 보세요."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소원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은 손에 들린 달의 성배를 내려다봅니다. 은빛 성배 안에는 화려한 폭죽의 잔상과 함께, 오늘 밤의 주인공인 보름달이 고요하게 담겨 있습니다.
탐사자, 기억하세요. 당신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간절한 염원이 하나 있었잖아요.
당신은 어떤 소원을 비나요? 이 세계의 끝에서 당신이 갈구하던 진심은 무엇이었나요?
그렇군요, 그것이 바로 당신의 진실한 소원이었습니다. 당신이 소원을 내뱉은 찰나, 거대한 불꽃이 밤하늘을 찢으며 퍼엉—! 터져 나갑니다. 성녀 에밀리아의 표정은 환희와 기쁨으로 물들어가고… 그리고,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ERROR!]
RPG 게임에서나 볼 법한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탐사자의 시야를 가로막습니다. 활짝 터졌던 불꽃은 사그라지지 않은 채 허공에 박제되었고, 사람들의 환호성조차 가위로 자른 듯 뚝 끊겨버립니다. 세상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해집니다. 바로 앞에 서 있던 에밀리아 또한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정지된 세계에서 움직이는 건 오직 탐사자 한 명뿐입니다. 아니, 저 아래에서 무대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 KPC까지 포함해서 두 명뿐이겠군요.
KPC가 탐사자의 앞에 멈춰 선 그 순간-
[ERROR!] [ERROR!] [ERROR!] [ERROR!]
[시스템을 불러올 수 없습니다. '세계를 위한 데드라인'에 심각한 오류 발생!]
[ERROR!] [ERROR!!! 시스템 파괴 중... 데이터 복구 불가!]
수십, 수백, 수만 개의 붉은 에러 창이 비명처럼 쏟아지며 세상을 뒤덮습니다. 어느 순간 탐사자의 손에 쥐여 있던 성배도, 화려한 불꽃놀이의 잔상도, 성녀도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그리고 눈앞의 KPC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늘 단정하고 우아했던 판타지 세계의 예복이 노이즈와 함께 일그러지더니, 서서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옷차림으로 바뀝니다.
“그래, 이해가 안 될 거야. 나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으니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가 누군지 기억나?”
“그것도 기억이 안 나? 정말 다 까먹었구나.”
“내 이름은 KPC, 너의 친구야.”
낯선 이국의 땅에서, 이국인의 몸으로 살아온 당신에게 들려온 말은 익숙한 고향의 언어, 그리고 이름이었습니다. 기저에 깔려 있던 기억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BGM: Song for Prayer -Homage to Henryk Gorecki
(https://www.youtube.com/watch?v=ulWhm-YS6OM)
반년 전, 당신은 힘든 몸을 이끌고 퇴근했습니다. 상사의 욕을 하고, 세상을 약간 저주하고 조금 미워하며 오늘 하루를 달래줄 족발을 시켰죠. 하지만 기억해 보세요, 탐사자. 당신이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지 않았나요? 그야 족발 '중(中)' 자를 시켰으니까요.
당신은 근처에 살던 KPC를 꼬드겨 함께 족발을 먹기로 한 것입니다. 하루 일과에 지친 KPC 또한 당신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족발을 픽업해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순간, '이세계 트럭'에 집어삼켜졌습니다.
“원래 그 트럭 기사는 내가 아닌 너를 노렸어. 어떻게 아냐고? 너는 이쪽 세계에서 바로 눈을 떴겠지만, 나는 중간에 이세계 트럭을 보낸 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거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론을 먼저 말할게. 그들은 내게 '시스템'이란 존재를 부여했고, 시스템은 나에게 말했어. 미션을 수행하면 너와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이야. 다만... 네가 죽게 된다면 나 역시 너와 함께 죽고 영원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너를 살리기 위해, 너를 이 제국의 별로 만들었어.”
“마침내 시스템은 최종 미션을 통보했어. 보름달이 뜨는 성 지그문트 축제에서 네가 '달의 성배'를 들고 소원을 빌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만 내가 성 지그문트 축제에 가자고 말하면, 넌 나를 의심하면서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할 거잖아.”
“탐사자, 오늘 하루 무언가가... 이상하지 않았어?”
“너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 난 내가 왜 너의 곁을 떠났을까?”
“왜 시녀들이 하필 그 때 세탁 카트를 끌고 갔을까?” (해당 루트로 탈출 시)
“왜 중앙 정자에 있던 시녀들이 성배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을까?”
“온갖 곳에 있던 시녀들이 왜 온실에는 없었을까?”
“후문 뒤편에 말이 매여 있던 이유는?”
“마법으로 말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내가 너를 잡지 않은 이유는?”
“추적 마법으로 널 단숨에 찾을 수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성녀가 갑자기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무엇 하나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잖아. 전부 내가 만들어 놓은 기계장치들이었던 거지.”
“탐사자,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야.”
“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6개월이면 충분하잖아. 나는... 우리 가족이, 친구가, 아늑한 나의 집이, 나의 일상이 그리워. 영어 이름이 아닌 'KPC'로 살아가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네가 여기 있고 싶다면, 나 역시 이곳에 머무를게. 너를 두고 혼자 가는 건 마음이 편치 않으니.”
“나는 너와 함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어. 너는 싫겠지만 나는 네가 정말 좋거든.”
“그러니 선택해 줄래? 네가 마음이 가는 곳을...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은 곳을 내게 말해줘.”
탐사자, 당신은 어떤 결론을 내리나요?
ENDING 1. 그저 한 때의 봄날일 뿐
(탐사자가 축제에 가는 것을 포기할 경우)
창밖으로는 축제의 마지막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지만, 당신은 창문을 닫고 다시 잉크를 적십니다. KPC는 당신의 곁에서 묵묵히 촛불을 갈아 끼우며, 줄어드는 서류 더미를 바라봅니다.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어쩐지 당신의 뒷모습을 보며 아주 깊은 한숨을 삼킨 것만 같습니다.
결국 펠레스티나의 저택은 평화롭습니다. 누군가의 눈물겨운 희생(주로 당신의 수명)으로 쌓아 올린 평화지만 말이죠!
탐사자 생존
KPC 생존
두 사람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혹시 몰라요!
이 세계를 다시 탈출 할 수 있는 기회가 두 사람에게 올지 말이에요!
ENDING 2. Hello new world!
(탐사자가 이 곳에 남겠다는 선언을 했을 경우)
천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두렵습니다. 21세기의 나는 언제나 삶이 벅찼습니다. 숨 쉴 구멍 하나 없이 기계처럼 돌아가던 일상, 그 차가운 현실로 다시 돌아가라고요?
따뜻한 햇빛, 겨울이면 마당에 쌓이는 눈으로 만드는 눈사람, 화려한 드레스와 맛있는 음식들. 어쩌면 이곳이 탐사자가 진정으로 꿈꾸던 삶일지도 모릅니다. 탐사자는 KPC가 내민 '현실로의 손'을 거절하며 단호하게 말합니다. 미안해요, KPC. 하지만 이것이 내 결정입니다.
당신의 진심 어린 거절을 들은 KPC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체념한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가 그걸 원한다면야. 나도 따를 수밖에.”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서류는 절대 못 줄여줘. 알겠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이 입고 있던 옷 위로 거친 노이즈가 일렁입니다. 현대식 셔츠와 바지는 순식간에 흩어지며 다시 기품 있는 판타지 풍의 예복으로 바뀌어 갑니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고, 밤하늘에는 박제되었던 불꽃들이 찬란하게 터져 나갑니다. 눈앞의 성녀 에밀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당신들을 바라봅니다.
“...탐사자 님?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으신 건가요?”
“세상에... 여러분께서 여기에 계속 계시다니, 저는 정말 든든하네요! 그러므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이 세계의 '마감일'까지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요? 이 성녀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요? '마감일'이라니, 설마 이 세계도 결국 소설의 끝이 있다는 뜻일까요? 하지만 그녀의 당돌한 미소가 썩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은 그녀가 내민 손을 가볍게 쥐고 흔들며 화답합니다.
탐사자 생존
KPC 생존
두 사람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두 사람에게 앞으로 해피엔딩이 놓여 있단 사실이겠지요!
ENDING 3.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탐사자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결정한 경우)
사실은 줄곧 그리웠습니다. 일과 삶의 무게에 치여 언제나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투박하고 퍽퍽한 현실이야말로 내가 진짜 발을 딛고 살아가야 할 삶이라는 것을요. 나는 도망치는 대신, 마주하기를 선택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 확신 어린 모습에 KPC의 얼굴에도 안도 섞인 미소가 번집니다.
“저기, 돌아가서도 나랑 계속 놀아줄 거지?”
그가 쑥스러운 듯 덧붙입니다.
“너는... 정말 내게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알았지?”
KPC가 먼저 떨리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나는 그 손을 마주 잡고 가볍게 흔들며 미소로 답했습니다. 그러자 KPC는 마치 이 세계의 신이라도 들으라는 듯 허공을 향해 소리칩니다.
“이제 됐죠? 돌아갈래요. 아직... 저희 족발도 못 먹었어요. 배고파요!”
그의 엉뚱한 외침에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그래요, 둘도 없이 소중한 나의 친구. 이제는 정말 진짜 ‘우리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두 사람의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명확하게 떠오릅니다.
[LOG OUT: 귀환]
[집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YES / NO]
망설일 이유는 없겠지요. 단숨에 [YES]를 누릅니다. 그와 동시에 시야를 가득 채웠던 시스템 창이 수만 개의 빛가루로 부서져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세상이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무너져 내리고, 이내 모든 감각을 집어삼키는 짙은 암전이 찾아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느껴진 건 매캐한 매연 냄새와 소란스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였습니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추리닝과 쓰레빠. 사람들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버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립니다.
6개월간 마법 같은 세계에 머물렀던 탓일까요? 오히려 이 회색빛 도시가 낯선 판타지 세계처럼 느껴질 지경입니다. 그리고 탐사자의 손에는 묵직한 족발이 들려 있습니다. 그것도 중(中) 자로 말이죠. KPC는 탐사자의 손을 잡고 이끕니다.
“족발 식기 전에 얼른 가자! 나 배고파!”
어느 세계의 귀족 영애와 대마법사의 후계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의 ‘평범한 사람 1’과 ‘2’로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스스로 쟁취해낸 해피엔딩이라면, 더 바랄 게 무엇이 있을까요?
며칠 뒤, 두 사람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포털 사이트에 《세계를 위한 데드라인》이라는 소설을 검색해 봅니다. 하지만 수만 개의 검색 결과 어디에도 우리가 겪은 세계와 일치하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탐사자 생존
KPC 생존
우리가 돌아왔다는 의미는
이 회색빛 도시에서 너와 함께 일상을 보낸다는 뜻이겠지.
앞으로도 잘 부탁해!
'TRPG > C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록 한여름밤의 낭만일지라도 (0) | 2025.06.24 |
|---|---|
| 화연국 연대기 ~북쪽의 예언자, 현무~ (0) | 2025.05.08 |
| Kpc, pc 당신들은 시나리오의 엑스트라 입니다! (0) | 2025.04.22 |
| 화연국 연대기 ~동쪽의 계승자, 청룡~ (0) | 2025.03.11 |
| 화연국 연대기 ~남쪽의 심판자, 주작~ (0) | 2025.02.05 |